주휴수당 폐지 100만인 서명 강력 전개
인건비 폭등 우려…자영업자 ‘생존 위협’
서울시내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음식을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소상공인과 외식업계가 정부의 ‘주 4.5일 근로제’ 추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휴수당 폐지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철회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업계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소상공인연합회와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주휴수당 폐지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방침을 철회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 4.5일제가 도입되는 것은 소상공인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양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주휴수당 폐지 없는 주 4.5일제 반대를 위한 100만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임을 선포했다.
특히 공동선언문을 통해 ▲주휴수당 제도 즉각 폐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방침 철회 ▲주 4.5일제 논의 과정에 소상공인 대표 참여 보장 등 3대 핵심 요구 사항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주 4.5일제 도입에 주휴수당이 유지되고,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이 확대되면 소상공인들은 휴일근로와 야간근로 등에 최대 두 배의 임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고 토로했다.
지난 1일에도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실에서 관련 고용 현안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주휴수당 문제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로 인해 주 4.5일제 도입 시 인건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될 텐데 공식 의견 수렴이 되고 있지 않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주 4.5일제는 기존의 주 5일 근무에서 근무시간을 축소하는 정책이다. 금요일 오후를 휴무로 변경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주 4.5일제를 국정과제로 삼고, 2025년 말까지 주 4.5일제 확산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1872시간인데, 이를 OECD 평균인 1742시간까지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한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 제정을 통해 제도화에 나설 방침이다.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은 주 4.5일제 도입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외식업계는 주 4.5일제 도입이 인건비 상승으로 직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면 영업시간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인력을 고용해야 하지만, 이미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충원하더라도 시급 인상으로 고용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 시내 한 식당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주 4.5일제에 반대하는 소상공인을 ‘악덕 업주’로 비난하지만 현재 외식업계가 처한 환경은 일반 노동자 이상으로 위기에 취약한 상황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가 100만명을 넘어 1995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국내 금융회사가 소상공인에게 빌려준 자금도 매번 이전 기록을 깨며 올 2분기 기준 1070조원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외식업계는 이번 정부의 정책 방향이 ‘상생’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초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부터 민주당이 소상공인 지원과 자영업자 보호를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워왔지만, 정작 주 4.5일제 추진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조치라는 것이다.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0대)씨는 “우리는 하루하루 매출에 따라 생계가 달라지는 사람들인데, 정책이 너무 탁상 위에서 만들어진다”며 “상생을 외치던 정부가 주 4.5일제 같은 제도로 자영업자만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지원은커녕 부담만 늘어난 상황에서 배신감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전체 소상공인의 86%인 직원 5인 미만의 사업주가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
정부 계획대로 2027년 근로기준법이 전면 시행되면 5인 미만 사업장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하고, 직원들에게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과 연차유급 휴가 등을 지급해야 한다.
김우석 외식업중앙회장은 “헌법재판소가 근로기준법을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조항에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정부가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소상공인은 지금보다 최대 두 배가 넘는 임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박모(40대)씨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일부의 주장과 논의는 하루하루 살아가기조차 힘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절박함과 어려움을 외면하는 재앙과 같은 소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주장은 시기상조의 담론이자, 악법으로의 개악에 불과하다”며 “근로기준법 적용확대는 우리 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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