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억제책에 민간임대 시장 붕괴 수준 판단
비아파트 임대 공급 확대 통해 전·월세 안정 기여
임대인들 ‘환영’…“보증보험 요건 완화 가장 시급”
서울시가 정부의 겹겹이 규제로 유명무실해진 등록임대주택 심폐소생에 나선다.
당장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는 물리적인 한계가 분명한 만큼 비아파트를 빠르게 공급해 서민 주거사다리를 다시 세우겠단 복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발표한 ‘등록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에는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건축기준 완화 및 서울주택진흥기금을 활용한 금융지원 확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임대인·임차인 행정 지원방안 등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 29일 정비사업 속도를 끌어올리는 ‘신속통합기획 2.0’에 이은 두 번째 민간 중심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다. 서울시는 이번 대책을 통해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해 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고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한다는 목표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몇 년 간 입주 물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전월세 가격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관리하는 청년안심주택 등에서도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불거지자 공공 주도의 주택정책의 한계를 명확하게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 판단은 절박하다”며 “최근 신규 주택 착공 물량이 급감해 공급 절벽 상황까지 온 원인을 생각하면 전임시장 시절 정비사업 물량이 대폭 감소했고 이후 후속절차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심각한 건 1~2인 가구가 급증해 전체의 65%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이라며 “서울 집값은 비싸서 임차해서 거주해야 하는데 이들 수요가 들어가 살 집이 턱없이 부족하고 공급은 경색돼 있다”고 했다.
1~2인가구 전체의 65% 수준, 민간 임대주택 ‘태부족’
건축기준 완화, 금융지원 및 행정지원 확대, 민간임대 활성화
대출규제·민특법 개정 등 입법 사안 대부분, 효과 ‘제한적’
현재 서울시 내 임대주택 비율을 살펴보면 민간임대(78%)가 공공임대(22%)의 3배를 넘어선다. 민간임대 가운데 등록임대 물량은 20%, 일반 개인 임대는 58% 정도다.
등록임대주택은 일반 임대주택과 달리 5% 이내 임대료 상한선이 존재하고 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의무임대기간 내 임차인이 원하면 임대인은 갱신 거절도 불가능해 임차인의 안정적 주거를 보장하는 모델이다.
과거 문재인정부 당시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임대사업 등록을 권장했으나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현재는 옥상옥 규제로 신규 임대사업자가 급감한 상태다. 지난 2018년 3만명에 달하던 신규 임대사업자 수는 지난해 2000명으로 93%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전세사기 예방 명목으로 보증보험 가입 요건은 강화됐고 6·27 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은 원천 봉쇄됐다.
서울시는 일반 다주택자와 등록임대사업자를 구분해 민간임대 물량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판단한다. 대책 마련에 앞서 시는 지난달 등록임대사업자로 구성된 대한주택임대인협회와 만나 민간임대 공급 관련 애로사항도 청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도권 안에서 안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도 ‘다주택자=투기수요’라는 프레임 때문에 몸살을 앓던 임대인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국토교통부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전혀 받아 들여지지 않던 임대인들의 목소리를 서울시가 듣고 정책 방향성을 제시해 준 것 자체는 굉장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반색했다.
다만 이번 대책으로 인한 효과는 제한적일 거란 의견이 우세하다. 실효성을 꾀하려면 세제 개편이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을 손보는 등 입법 사안이 대부분이어서 국토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성 회장은 “자기 자본으로 주택을 사거나 지어서 임대로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전세 형태로 일부를 놓고 대출을 일으켜 공사비를 충당한다”며 “서울시가 사업 여건을 개선하더라도 보증보험 가입이 막히니 전세를 놓을 수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보증보험 가입이라는 허들이 해결돼야 기존에 가입하지 못한 물량이나 신축 물량 모두 민간임대시장으로 끌어올 수 있다”며 “결국은 입법 사안이기 때문에 국토부가 나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서울시가 정부에 건의해 지방세(취득세·재산세 등)에 관해선 조례 개정으로 일부 조정이 가능하지만 임대사업자 대출 제한이나 LTV(Loan To Value Ratio·담보인정비율) 등 대출 규제는 금융당국과 국토부 소관으로 시가 자체적으로 풀 수 없다”며 “서울주택진흥기금 등 시 차원의 금융 지원도 사업자 부담을 낮춰 참여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임대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오는 외국자본조차도 정부 규제로 낭패를 볼까 투자를 꺼리고 있으니 시라도 나서서 물꼬를 튼 것”이라며 “(민간임대 공급은) 정부가 얼마나 도와주느냐 달린 만큼 정부에 (제도 개선을)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