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보안감점 1년 연장 결정...내년 12월까지
HD현대중 “상식적 설명 없이 입장 번복...법적 대응”
7.8조 사업자 선정 직전 치명타...공정성 논란 확산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적용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하면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동일 사건에 대한 이중 제재라며 강력 반발했고 공정경쟁 훼손을 이유로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1일 방산·조선업계에 따르면 KDDX 사업자 선정 직전 시점에 내려진 방사청의 예외적 결정이 업계 전반에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방사청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HD현대중공업 보안감점 기간을 올해 11월에서 내년 12월까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보안감점은 방산업체가 보안사고를 일으킬 경우 입찰 평가에서 일정 기간 감점을 부과하는 제재다. 이번 조치로 기존 1.8점 감점은 올해 11월까지 유지되며, 이후 내년 12월까지 1.2점이 추가로 적용된다.
앞서 2020년 9월 울산지검은 보안사고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 직원 12명 중 9명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 8명은 2022년 11월 판결이 확정됐고 나머지 1명은 2023년 12월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그동안 방사청은 동일 사건에 여러 명이 관련됐거나 복수의 사건으로 처벌 받은 경우, 다수의 확정 판결이 있더라도 최초로 형이 확정된 2022년 1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3년간 보안감점 조치를 내린다는 방침을 지켜왔다. 그러나 이번에 입장을 바꿔 두 판결을 별개의 사건으로 간주하고 마지막 판결인 2023년 12월을 기점으로 내년 12월까지 감점 조치를 연장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 측은 “해당 사건은 ‘하나의 사건번호’로 기소된 동일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이 기존 입장을 뒤집어 일방적으로 연장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방사청은 당사에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마땅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상황은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국가안보 중추인 방위산업을 책임져 온 기업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로,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총 7조8000억원 규모의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확정하기 직전에 나온 점이 논란을 키운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년간 치열하게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 설계를 맡은 만큼 기존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맺고 상세 설계와 선도함 제작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경쟁 입찰 방식을 요구해왔다. 이번 감점 연장은 HD현대중공업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입찰 구도에 변화를 준 셈이 된다.
전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첫 당정협의회를 열고 KDDX 사업 상생방안을 논의했다. 국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부승찬 의원은 “상생협력 방안은 담합으로 비칠 요인이 있고, 경쟁입찰로 갔을 때는 전력화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며 “수의계약으로 가더라도 보안사고 감점 적용을 놓고 업체 간 유불리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간 수의계약이 HD현대중공업에게 유리하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보안감점으로 이같은 전망까지 불투명해졌다는 의미다.
업계 안팎에서는 방사청의 이번 조치가 제도의 일관성을 흔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방사청이 수차례 공표해온 기존 규정을 번복했을 뿐 아니라, 보안감점 해제 시점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시기적 의구심이 커졌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벌점 해소를 한 달 앞둔 시점에 갑작스럽게 연장을 발표한 것이 KDDX 사업자 선정과 맞물리며 결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불러온다”면서 “방산 당국은 정책 신뢰성과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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