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정은의 이상이몽(異牀異夢), ‘END’ 출발부터 end?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9.26 07:30  수정 2025.09.26 07:30

지난 9월 22일 조선중앙TV가 방송한 김정은의 최고인민회의 연설 장면. ⓒ 조선중앙TV캡쳐

남북 정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장 연설했다. 김정은이 지난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다. 확연한 입장차가 한반도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재명은 “평화공존, 공동 성장의 한반도를 향한 새로운 여정”으로 세 가지 원칙(“대한민국 정부는 상대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과 정책 방향으로 ‘END(교류: Exchange, 관계 정상화: Normalization, 비핵화: Denuclearization)’을 제시했다.


북핵 문제 해법으로 그가 8월 19일 제시한 ‘3단계 로드맵(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 → 축소 → 폐기)’를 다시 확인했다. 더불어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푸틴이 선물하고 ‘7.27.1953’를 박은 리무진 ‘아우루스’를 타고 만수대의사당에 도착해, 장장 원고지 1백2십여 장에 달한 김정은의 발언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올해로 마무리되는 국가 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예평’하면서, 특히 건설 및 국방 분야에서 이룩한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해군무력’, ‘전략무력’, ‘상용무장장비’ 강화 및 성능 제고에 더해 “이 밖에도 우리는 비밀병기들을 새로 보유”했다고 말해 우려를 더했다.


이 대통령의 END 전망을 가늠해 볼 김정은·이재명 간 확연한 간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 비핵화는 있을 수 없다고 확언했다. 당연히 이 대통령의 3단계 해법에는 코웃음친다. “그 무슨 《단계적 비핵화》라는 개념을 들고나왔는데 이로써 그들은 우리와 마주앉을 수 있는 명분과 기초를 제 손으로 허물어버렸습니다”, “현 집권자의 이른바 《중단-축소-비핵화》라는 《3단계 비핵화론》 역시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에 지나지 않습니다.”


김정은은 다만 핵보유국 인정을 바탕으로 한 핵 군축, 그 대가로 ‘제재 해제’를 상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우리가 왜 《비핵화》를 하겠습니까. 제재를 풀자고 하겠습니까. 천만에! 천만의 말씀입니다. 단언하건대 우리에게서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입니다”고 ‘제재 풀기’를 거듭 말했다.


북핵 문제 단계적 해법에 제시될 수 있는 대북 ‘제재 완화’는 전혀 고려될 수 없음을 확실히 한 것이다. 북핵 동결 혹은 중단은 물론이고 핵 군축을 내용으로 하는 ‘스몰딜(small deal)’이 논의된다고 하더라도, 대북 제재 완화가 아니라 제재 해제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란 의도다.


둘째, 이에 기초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는 트럼프 재등장 이후 가장 강하게 물꼬를 열었다.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서지 못할 리유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럼프도 화답하듯 역시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국제적 쟁점에 대한 좌충우돌 ‘모두까기’를 하면서 북한 핵·미사일과 한반도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당연히 미국과 직거래를 준비·기대하는 김정은은 남북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우리는 한국과 마주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합니다.”


셋째, 김정은의 한반도관 혹은 통일관 모습이 드러났다. 그가 ‘2민족·2국가’를 주장하며 통일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한반도 전체가 하나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에게는 남과 북, 두 개의 정체가 하나가 되는 통일이 아니라, 남한이 완전히 사라지고 북한이 한반도 전체를 차지하는 것이다. 북한과 ‘자주정치와 사대매국정치’, ‘자위국방과 종속국방’, ‘자립경제와 식민지하청경제’, ‘사회주의문화와 양키문화’로 철저히 이질화되었다는 남한 정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남쪽이 주장하는 ‘평화공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공존이란 두 개의 정체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이재명의 주장도 남한 존재 자체를 전제하는 것이기에 김정은은 배격한다.


“철저히 이질화되였을뿐 아니라 완전히 상극인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것입니다”, “리재명 정부가 이전 정권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우리에 대해 그 무슨 《관계개선》이요 《평화》요 하면서 《융화로선》을 제창하고 있는데 본질상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흡수통일》야망에 있어서는 오히려 반공화국정책을 국시로 정하였던 이전의 악질《보수》정권들을 무색케 할 정도입니다.”


결국 이재명이 선언한 END는 출발부터 ‘끝(end)’을 맞을 상황이다.


다만 김정은은 한반도 전체가 북한식 사회주의로 하나가 될 때까지, 시간을 벌면서 능력을 갖추고 때가 오길 기다리면서 남쪽과의 대화 여지를 완전히 막는 것은 아니다.


그가 연설에서 밝힌 대로 헌법 영토조항(3조: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및 통일조항(4조: 자유민주적 통일), 국가보안법, 비핵화, 한미 군사훈련, 주한미군 등에서 이재명과 정부의 정책변화가 그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남쪽이 그렇게 해도 변치 않는 것은 김정은이 한반도에 대한민국이 사라지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만이 존재하는 전략을 한순간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무력 사용도 배제되지 않으며, 2민족·2국가 주장, 대한민국 호칭은 그 과정에서의 전술일 따름이다.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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