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무덤' 日 시장 잡는다…韓게임사, '서브컬처'로 TGS 돌격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입력 2025.09.22 14:28  수정 2025.09.22 16:15

도쿄게임쇼, 아시아 최대 게임행사…작년 27만명 운집

올해 엔씨소프트·넷마블·스마일게이트·컴투스 도전장

서브컬처 및 일본 IP 활용작 출품…현지 맞춤형 행사도

'서브컬처 종주국' 日서 게임성·개발 방향성 검증 기회

지난해 9월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멧세에서 개최된 '도쿄게임쇼 2024' 부스 전경.ⓒ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아시아권 최대 게임행사인 '도쿄게임쇼 2025' 개막이 오는 25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대거 참가 소식을 알리며 이목을 끌고 있다.


일본은 세계 3대 게임 시장이기도 하지만, 이용자들 입맛이 상당히 까다로워 다수의 게임사가 고배를 마신 곳이기도 하다. 올해 한국 게임사는 현지 수요가 특히 높은 서브컬처 게임들을 선보일 예정으로, 도쿄게임쇼는 이들 신작의 흥행 가늠자로 작용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가 오는 25일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멧세에서 개막하는 도쿄게임쇼 2025에 부스를 내고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출품한다.ⓒ엔씨소프트
엔씨·넷마블·스마게·컴투스 서브컬처 신작 출품...현지용 부대행사 多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 중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 컴투스, 펄어비스 등이 도쿄게임쇼 2025에 부스를 내고 게임을 출품할 예정이다.


올해 이들이 출품하는 게임 중 다수는 일본 IP(지식재산권)를 활용했거나, 서브컬처 장르에 속해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서브컬처 장르는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미소녀 캐릭터를 수집 및 육성해 전략·전술을 펼치는 형태의 게임을 말한다. 과거 비주류라는 의미에서 '서브'라는 명칭이 붙었으나 현재는 대형 게임사들이 참전하며 어엿한 '주류'로 자리잡았다. 전부터 애니메이션, 만화 산업 강자였던 일본은 이 장르의 종주국으로 꼽힌다.


우선, 엔씨소프트는 빅게임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서브컬처 신작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브레이커스)'를 출품한다. 애니메이션 액션 RPG(역할수행게임)로 개발 중인 이 게임은 여러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며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헌팅 액션'이 특징이다.


빅게임스튜디오는 브레이커스 개발 과정에서 일본 대형 미디어 그룹 카도카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MAPPA 등과 협력하고 있다. 이중 빅게임스튜디오에 200억원을 투자한 카도카와는 도쿄게임쇼에서도 공동 부스를 내고 게임 시연과 캐릭터 코스프레를 진행한다.


올해 처음 도쿄게임쇼에 참가하는 넷마블은 단독 부스를 차리고 서브컬처 신작 2종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과 '몬길: 스타 다이브'를 공개한다. 이중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글로벌 누적 판매 5500만부를 기록한 일본 만화 '일곱 개의 대죄'를 기반으로 제작 중인 오픈월드 액션 RPG로, 현지 기대감이 높다. 넷마블은 일본 유명 코스어 코스프레 쇼와 현지 유튜버 플레이, 일본 버튜버(가상 유튜버) 그룹 홀로라이브 멤버와의 배틀스테이지 등 현지 맞춤형 콘텐츠를 다수 진행할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가 오는 25일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멧세에서 개막하는 도쿄게임쇼 2025에 부스를 내고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와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출품한다.ⓒ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는 서브컬처 신작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카제나)'와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미래시)'를 선보이고, 시연을 진행한다. 카제나는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적인 서브컬처 게임 '에픽세븐'을 제작한 김형석 대표가 총괄 디렉터를 맡은 차세대 IP다. 미래시는 일러스트레이터 김형섭(혈라)이 아트 디렉터(AD)로 참여해 주목받고 있다. 김형섭 AD는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의 성공을 견인한 핵심 인물이다.


컴투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도원암귀'를 기반으로 제작하고 있는 '도원암귀 크림슨 인페르노'를 최초 공개한다. 원작 캐릭터를 모아 이들의 핵심 스킬을 활용해 전투를 펼치는 방식으로, 3D 그래픽과 연출로 박진감 있는 전투를 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네오위즈는 서브컬처 게임 '브라운더스트2'를 출품한다. 게임 내 등장하는 식당을 콘셉트로 한 부스에서 VR 미 게임 시연, 코스어와의 소통, 굿즈 증정 등을 진행한다. 네오위즈는 도쿄게임쇼 참석을 통해 브라운더스트2의 현지 인지도를 높이고, 장기 흥행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넥슨은 루트슈터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를, 펄어비스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을 선보이고 글로벌 이용자 대상 시연을 제공한다.


컴투스가 오는 25일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멧세에서 개막하는 '도쿄게임쇼 2025'에 부스를 내고 신작 '도원암귀 크림슨 인페르노'를 출품한다.ⓒ컴투스
'서브컬처 종주국' 日, 세계  3대 게임 시장…유저 까다롭지만 충성도 높아

일본은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규모의 게임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일본 게임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25조4061억원으로, 글로벌 점유율 9%를 차지했다. 지난해 도쿄게임쇼에는 무려 44개국 985개 게임사가 참가하고, 27만명의 글로벌 관람객들이 현장을 찾았다.


특히 일본은 서브컬처 장르에 대한 수요가 높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세계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매출의 약 54%가 일본에서 발생했다.


일본 게이머들은 현지화 수준이 높은 콘텐츠를 요구하는 동시에, 감성과 교감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을 지녀 진입 장벽이 높다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국내 게임사들이 꾸준히 일본 시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까다로운 취향만큼 이용자 충성도가 높다는 명확한 장점 때문이다.


실제로 넥슨의 서브컬처 게임 '블루 아카이브'는 지난 7월 4.5주년 업데이트에 힘입어 재차 일본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올랐다. 시프트업의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니케)' 역시 최근 신규 업데이트 효과로 일본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재탈환했다. 니케는 서비스 시작 후 일본에서만 매출 1위를 8번 기록했다.


즉, 올해 도쿄게임쇼는 단순히 글로벌 무대에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를 넘어, '서브컬처 종주국' 일본에서 게임성을 검증받을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서 가치가 크다.


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도쿄게임쇼는 서브컬처 신작을 선보이기에 더 할 나위 없이 최적화된 행사다. 서브컬처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시장에서 신작을 선보이고, 방향성을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라며 "올해는 특히 여러 게임사들이 사활을 걸고 준비 중인 서브컬처 게임들을 첫 공개하는 만큼, 한국의 서브컬처 개발력을 알릴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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