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이중·삼중 압박…‘모듈러주택’ 뉴노멀 기대감↑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5.09.21 06:00  수정 2025.09.21 10:02

강력한 산재 대책…탈현장 공법 ‘돌파구’ 마련

모듈러 공법시 산업재해·사망사고율 큰 감소

공급 확대 방안 낙점…정부도 제도 개선 ‘속도’

LH가 짓는 세종 행정복합중심도시 6-3 생활권 모듈러주택 건설현장.ⓒ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정부가 중대 재해 관련 고강도 안전대책을 마련하면서 모듈러주택이 건설업계의 새 기준으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탈현장(Off-Site Construction·OSC) 대표 공법으로 주택을 지을 경우 건설현장 근로자의 안전사고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9·7 주택 공급대책을 통해 모듈러주택 공급 활성화를 꾀하기로 하면서 관련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관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건설업계 중대재해 제재 수위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에 공기 단축과 안전 리스크 감소를 꾀할 수 있는 모듈러주택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이번 대책에는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시 영업이익의 5% 이내 과징금 부과 ▲건설업 영업정지 요건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 ▲3년간 영업정지 2회 처분 후 영업정지 사유 추가 발생 시 건설업 등록 말소 ▲공공공사 입찰 참가 제한 기준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산업 재해 사망자 비율(만인율)을 현재 1만 명당 0.39명에서 2030년 0.29명까지 낮추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올해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총 287명이다. 이중 건설업 사망자 수는 138명으로 전체의 48.1%를 차지했다.


유형 별로는 추락 사망자가 89명으로 가장 많았고 물체에 맞거나 구조물 등이 무너져 사망한 근로자가 37명으로 뒤를 이었다.


ⓒ뉴시스

산재 관련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면서 건설업계에선 모듈러주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모듈러주택은 공장에서 건축 부품이나 구조물(모듈)을 사전 제작해 현장으로 옮겨와 레고처럼 조립해 완성한 주택이다. 일정한 품질로 모듈을 생산할 수 있어 공기가 크게 단축되고 자잿값과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은 물론 건설 폐기물을 줄이는 효과도 크다.


현장 작업 비중이 대폭 축소되기 때문에 안전사고 리스크도 덜 수 있다. 실제 아주대 스마트건설기술 연구실이 지난 2023년 모듈러 제작 5개사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재해율을 분석한 결과, 기존 건축공법 대비 사망사고율은 100%, 산업재해율은 8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안전사고 감소로 인한 총 공사계약 금액 대비 약 1.86%, 직접공사비 대비 3.1%의 직·간접 비용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도 속도감 있는 주택 공급을 위해 모듈러주택을 낙점하면서 건설사들의 관련 기술 개발 움직임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비 부담 완화, 불합리한 규제 개선, 인센티브 강화 등 모듈러 주택 활성화를 위한 OSC·모듈러특별법(가칭)도 제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모듈러 매입임대주택 설계·시공 가이드라인 및 매입 가격 산정 방안 등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하반기부터 시범 사업에 돌입한다.


업계에선 높은 초기 비용과 모듈 제작 공장 등 설비 투자 부담 등을 덜어줄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는 관련 기술 개발에 자체 투자가 가능하지만 중소·중견건설사는 초기 시장 진입 문턱이 높은 편”이라며 “정부에서 모듈러 주택 공급 확대에 의지를 가진 만큼 제도 개선 및 지원 방안을 통해 실질적으로 수익성이 확보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주택사업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모듈러주택 등 다양한 방안을 활용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방향성은 맞아 보인다”며 “다만 기존 시공 방식을 대체할 만큼의 생산성·효율성·작업성 등을 확보하지 못하면 업계 전반의 대세로 확산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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