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임제' 띄운 李정부…'현직 대통령 적용배제 조항'도 건드나 [정국 기상대]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09.17 00:05  수정 2025.09.17 00:08

국정과제 포함된 '개헌'…풀 과제는 '산적'

'현직 대통령 적용 여부' 최대 쟁점될 듯

말 아끼는 대통령실…與 "논의할 사항"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들으며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향후 5년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123대 국정과제'가 확정됐다. 권력기관 개혁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 모든 분야에서 개혁 고삐를 당기는 모양새다. 특히 구체화되지 않았던 '개헌'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야권에선 '장기 집권 포석'이라는 의심을 보내는 탓에 개헌 논의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는 16일 세종정부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국정과제 관리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달 이재명 정부 청사진을 제시한 국정기획위원회의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 및 조정·보완해 마련됐다.


이번에 확정된 국정과제는 세부 방향성을 제외하면 국정위가 제안한 내용에서 변동 없이 반영됐다. 국정위 기획분과장이었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위가 기획하고 설계했던 내용이 큰 변동 없이 반영되어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이로써 '123대 국정과제'는 행정적 효력을 갖게 됐고, 정부 모든 부처와 기관은 향후 5년간의 운영과 정책 설계를 이 과제에 기초해야 한다.


5대 국정 목표별 과제는 정치·경제·성장·사회·외교안보로 구성됐다. 권력구조 개편을 비롯해 권력기관 개편,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 행정수도 세종 완성, AI 3대 강국 도약 등 모든 분야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반영됐다. 다만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 과제는 '개헌'이다. 당초 국정위가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밝힌 구체적인 개헌 방향성은 생략됐다.


다만 확정된 국정과제에는 제도와 추진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대통령 책임 강화 및 분산,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등 권력 구조·기관 개편이 이재명 정부의 개헌 방향성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사항이다. 사실상 이번 개헌 방향성엔 이 대통령의 철학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구체적인 시기도 제시했다. '개헌의 절차적 기반을 마련하고 개헌 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전제지만, 개헌 논의 진행 경과에 따라 빠르면 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논의 과정이 길어져도 오는 2028년 총선과 동시에 개헌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여야정 협상이 관건이지만, 그동안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번번이 실패한 만큼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반영됐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4년 연임제' 도입은 이 대통령이 지난 5월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내용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책임을 강화하고 권한을 분산해야 하는 만큼,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으로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가 가능해지면 그 책임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회 추천을 통한 국무총리 임명과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 등 사안도 개헌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모든 사안은 이번 개헌 주요 의제에 반영됐다.


반면 당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4년 중임제'를 주장했고, 당은 이 대통령의 '연임제'에 대해 임기 연장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심을 보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5·18 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을 마친 이후 취재진과 만나 "개헌은 재임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서 줄곧 개헌 이슈가 부상했음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도 앞선 사례처럼 선거를 앞두고 여야 신경전이 과열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헌 논의 역시 지선을 앞두고 이재명 정부에 대한 야권의 견제가 치열할 가능성이 높아 성사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헌 상태로 방치 중인 국민투표법 개정도 시급하다. 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30일 이내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2014년 헌법재판소는 국내에 거소 신고가 돼 있지 않은 재외국민은 국민투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국민투표법 14조 1항이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현행 국민투표법의 위헌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선 개정 시기는 불확실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출 직후인 지난 6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 열린 국민 개표방송 행사에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개헌을 통해 4년 연임제가 도입될 경우 이 대통령도 효력 적용이 될지도 쟁점이다. 국정과제에는 이 사안에 대한 명시가 생략됐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대통령실도 현직 대통령 적용 여부와 관련해 말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부분(현직 대통령 적용 여부)은 선거 과정에서도 대통령이 여러 번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헌은 입법부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거리를 뒀다.


다만 국정기획위원장 출신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개인적인 견해로 현직 대통령은 적용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가능성은 열어놨다. 그는 지난 11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해당자(현직 대통령)는 빼고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견해는 그렇다"고 밝혔다. 다만 "통상적으로 상황 변경이 생기면 다음 (대통령)부터 적용하는 게 맞다"면서도 "그조차도 사실 논의해야 할 사항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여야 모두 개헌 필요성에 공감대를 하고 있는 만큼, 이견 조율에 따라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에 성사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적용 배제' 입장을 고수하고 있더라도 국회 조율 과정에서 여야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대법관 증원과 사법부 압박 등 소위 사회 규칙을 바꾸려는 여당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현직 대통령 적용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개헌 필요성은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지방선거와 맞물려서 진행하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본다"면서도 "4년 연임제의 경우 대통령 임기만 그냥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각 권한과 국회 역할 등 사항을 조정해야 하는 만큼 사회적 논의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낸 개헌이라는 성과가 앞선 체제에서 당선된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국민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정부·여당은 확보한 권한을 가지고 규칙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계속 보이는데, 힘이 있는 사람이 계속 법과 규칙을 바꾸려고 한다면 우리 사회가 계속 안정된 민주주의 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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