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5% 과징금·등록말소…초강력 규제에 건설업계 ‘울상’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5.09.16 15:34  수정 2025.09.16 15:34

고용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규제 일변도”

중처법·건안법 등 과징금 중복에 ‘경영 위기’

“처벌에만 치우쳐…국내서 누가 사업하겠냐”

서울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설현장 모습. ⓒ 뉴시스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영업이익의 최대 5% 과징금-등록 말소 등을 골자로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자 건설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대형 건설사의 영업이익률도 3% 안팎인데 과징금 등 경제적 처벌이 가중되면 산업 위축을 넘어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고용노동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두고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라며 염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전날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는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법인에 영업이익 5% 이내, 하한액 30억 과징금 부과 ▲건설업 영업정지 요건 동시 2명 사망 → 연간 다수 사망 ▲3년간 영업정지 2회 처분 후 영업정지 사유 추가 발생시 건설업 등록말소 ▲공공입찰 참가 제한 기준 확대 등이 담겼다.


특히 등록 말소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신규 사업, 수주, 하도급 등 모든 영업 활동을 할 수 없게 했다.


건설사는 ‘올것이 왔다’면서도 예상보다 제재 수위가 높다는 반응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제재 수위가 예상보다 높아 당혹스럽다”며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건설안전특별법에서 과징금 내용이 중복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은 3~7%대로 한 자릿수인데 이번에 발표된 과징금 규모는 재무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현장에서는 제재 중심의 대책만 나오는데 대한 답답함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건설사 종사자는 “사망사고 발생 시 영업이익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입찰 제한까지 거는 것은 사실상 국내에서 사업을 접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정부 대책이 처벌에만 치우쳐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적정 공사 기간과 공사비 산정 의무화 내용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는 건설기술진흥법과 건설안전특별법을 개정해 발주자에게 적정 공사비 산정의무를 부여하도록 했으며 표준도급계약서를 개정해 민간공사 설계서에 공사기간 산정 기준을 포함할 예정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건설공사 기간 연장 사유로 폭염 등 기상재해도 추가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청 책임 강화와 안전사고 발생 시 과징금·영업정지·입찰 제한 등 건설업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적정 공사비와 공기 산정 의무화가 제도상 도입된다 하더라도 실제 발주 구조에서 공공·민간 발주자가 얼마나 비용과 기간을 보장해 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제재에 대한 수치 및 기준은 명확히 제시된 반면 적정 공사비를 포함한 제도 개선은 포괄적으로 나와있어 전반적으로 제재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발주자에 적정 공사기간과 적정 공사비 부여 의무를 지운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인 보완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영국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발주자의 법적 책임이 매우 크지만 국내에서는 통상적으로 시공사에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다.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건설공사안전관리종합망(CSI)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사망사고 발생 상위 10개 발주청(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도로공사·한국농어촌공사 등)의 공사 현장에서 총 90건의 건설 사망사고로 92명이 숨졌다.


사회간접자본(SOC)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발주처에서도 공사를 진행할 때 적절한 공기 등을 반영해 안전한 시공 환경 토대를 마련했다는 측면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중소건설사의 낙찰률을 높이겠다는 지원 대책은 있지만 대형 건설사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혜택 없이 책임만 지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안전 강화 기조로 공사기간과 공사비가 늘어나고 안전 투자 비용이 확대되면 사업성이 악화될텐데, 표준 도급 계약서 개정만으로 적정 공사비나 공사기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공사비가 오르면 분담금이 늘어날텐데 민간발주처한테도 자금 조달 혜택이라든지 유도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페널티는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즉각적으로 반영 가능하지만 적정 공기와 적정 공사비가 실무적으로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며 “이미 갖춰진 안전 관련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뒤에 그러고도 미흡한 현장 운영 등으로 산재가 발생하면 강력한 처벌이 가해지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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