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상호관세 25%→15% 성과에도…“달라진 통상환경, 장기 대책 필요”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5.07.31 13:49  수정 2025.07.3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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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15% 상호관세, 日·EU와 같은 수준

한미 FTA 사실상 백지…“기업에게 악재”

“불확실성 여전…기업 지원 강화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발표하면서 우리 정부는 한숨 돌리게 됐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발표한 15% 상호관세는 앞서 무역 협상을 타결한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일본·EU와 경쟁하는 한국이 외형적으로는 불리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받던 혜택이 사실상 없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불리한 위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숨 돌렸지만…FTA 혜택 상실 아쉽다”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수출 품목의 관세가 기존 0%에서 15%로 상향된 점은 한국 산업에 뼈아픈 변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세율 협상에서 선방한 건 맞지만, 한미 FTA로 누렸던 자동차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게 됐다”며 “자동차 산업 강국 일본·EU와 동일한 가격 조건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점은 우리 기업에게 악재다”고 우려했다.


실제 한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에는 한미 FTA로 인한 무관세 혜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으로 무관세 체제가 무너진 만큼, 현지 생산 확대나 가격 경쟁력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협상단이 한미 FTA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한국은 EU와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이었지만 이제는 아니게 됐다”고 평가했다.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정부는 쌀·쇠고기 등 핵심 품목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양국의 주장이 상이하다.


일각에선 사과·배 등 일부 품목에서 가격 급등락 경험이 있었던 만큼,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제한적 개방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강성진 교수는 “사과 가격이 널뛰면서 전 국민이 불편함을 겪은 게 불과 작년”이라며 “농산품 가격 안정화를 위해 어느 정도 개방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식 통상, “미국에 수출하려면 투자하라”


이번 협상은 단순한 관세 문제를 넘어 한국의 대미 투자 부담 확대라는 구조적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협력 전용 펀드, 나머지는 반도체·원전·이차전지·바이오 분야 투자로 배분된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15% 관세율은 최선의 결과”라면서도 “대미 투자 등 부대 조건이 일본이나 EU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책정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기조는 ‘투자 없이는 수출도 없다’는 방향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 연구위원은 “‘미국에 수출하고 싶으면 미국에 투자하라’는 기조는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며 “이번 관세협상으로 우리나라가 미국에 3500억 달러는 투자하는 것도 이를 구체화 시킨 것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투자 압박형 통상’은 단기적으로는 관세 충격을 완화하지만, 장기적으로 산업 구조 조정을 요구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강성진 교수는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자동차·조선업이 높은 편이지만, 이제는 산업 구조조정을 요구받는 실정”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첨단 분야 등 신규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확실성 지속…중장기적 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협상으로 장기적인 과제가 생겼다고 본다.


송영관 연구위원은 “단기적인 소나기는 잘 막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의 방패가 훼손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협상으로 훼손된 한미 FTA를 트럼프 임기 이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기존 질서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면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트럼프 임기 3년 반 동안은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며 “당장 관세 25%는 막았지만, 차후 방위비 협상 등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문종철 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도 3년 뒤면 레임덕이 온다. 차기 정부에서 관세 관련 재협상을 할 땐 (명목상 남아있는) 한미 FTA의 조항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트럼프 정부가 건재한 기간 동안 대외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연구위원은 “그 동안 정부는 기업이 버틸 수 있게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며 “그 지원에는 대기업·중소기업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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