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죽는다" 수차례 신고에도 70분만에 현장 진입한 경찰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5.07.26 13:13  수정 2025.07.26 13:13

20일 오후 9시31분 첫 신고 접수된 뒤 70분가량 지난 10시43분쯤 내부 진입

수차례 112 신고한 아래층 주민 "경찰 왜 이렇게 안 오는 거냐"며 항의

총기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당국.ⓒ연합뉴스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사건 당시 피해자 아내의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26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인천 송도 사제총기 살인사건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첫 112 신고는 지난 20일 오후 9시31분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피해자 A씨의 아내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동 ○호다. 누가 총을 쐈다"며 "저희 남편이 총에 맞았으니 빨리 좀 와달라"고 호소했다.


경찰관이 "남편이 어떻게 하고 있다고요"라고 묻자 A씨 아내는 답도 못 한 채 "빨리 들어가. 방으로 빨리 들어가"라며 자녀들을 피신시켰다. 경찰관은 A씨 아내에게 총격 부위를 재차 물었고 "배에 맞았다. 애들 있다. 빨리 와달라. 구급차 좀 불러달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방 안에 숨은 A씨 아내는 전화로 "아버지가 집 안에서 총을 들고 있다. 남편은 현관 앞에 쓰러졌고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며 "남편을 죽일 것 같다"고 거듭 호소했다.


경찰관은 통화 내내 A씨 아내에게 피의자의 위치를 반복해서 물었고, "경찰관이 가고 있는데 방 안에서도 현관문을 열 수 있느냐" 묻기도 했다. 이에 신고자는 "열어드릴겠다. 문 열었다"고 답하고 진입 여부를 여러 차례 확인했지만, 경찰관은 "올라가고 있다"고만 반복했다.


신고자는 통화 말미에 진입로를 확인하는 경찰에게 "우리 집이 현관 말고도 테라스를 통해 들어올 수 있다. 사다리 타고 올라가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현관에 누워있다. 제발 빨리 전화달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해당 세대에 즉시 진입하지 못했고, 이후 범행 현장에서 빠져나온 피해자 아내의 지인(외국인 가정교사)이 아래층 주민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면서 추가 신고가 이어졌다. 아래층 주민은 오후 9시39분, 9시43분, 9시50분, 9시56분 총 네 차례에 걸쳐 112에 신고 전화를 했다.


이 가운데 두 번째 신고에서 아래층 주민은 "경찰도 들어오고 119도 불러달라"며 "경찰도 안 오고 아무도 안 왔다"고 말했다. 세 번째 신고에서는 "경찰이 왜 이렇게 안 오는 거냐. 집으로 오셔야 할 거 아니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신고자와 아래층 주민 모두 경찰에 반복해서 신속한 현장 진입과 구급 요청을 했지만, 경찰은 A씨가 무장한 채 집 안에 있다는 판단 하에 특공대 투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특공대는 10시16분에 현장에 도착했고, 10시43분쯤 현관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첫 신고 시각으로부터 70분이 지난 후였다. A씨는 이미 총상을 입고 쓰러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피의자 B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31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모 아파트 33층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인 30대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범행 직후 도주했으나 경찰의 추적 끝에 이날 오전 0시20분쯤 서울에서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파이프 형태로 된 사제 총기를 이용해 쇠구슬 여러 개가 들어있는 산탄 2발을 연달아 A씨를 향해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당일은 B씨의 생일로 아들 A씨가 잔치를 열었고 A씨와 며느리, 손주 2명, 지인 등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집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 폭발물 15개가 점화장치에 연결된 채 발견됐으며, 이날 낮 12시에 폭발하도록 타이머 설정이 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경찰은 현재 B씨를 살인 및 살인미수(며느리·손주 2명·지인 대상),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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