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업무 넘어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락인(Lock-in) 효과' 노리는 금융사들
금융사 앱을 통해 은행, 관공서 등에서 신분 확인까지 가능해졌다. 금융사들이 행정안전부와 손을 잡고 자사 앱에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를 탑재하면서다.
금융사들은 신분증 서비스를 단순한 편의 기능 추가가 아닌,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가는 핵심 발판으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 주도에서 민간으로…금융 앱으로 '쏙'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은 자사 앱에서 모바일 신분증을 발급받아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신분증 민간 앱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모바일 신분증은 실물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 은행, 관공서 등에서 신원 확인은 물론,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성인 인증, 국내선 항공기 탑승 수속, 선거 참여 시에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 사용 가능한 금융사는 2차 참여기업인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카카오뱅크, 토스 등이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중소기업은행, 하나은행 등은 3차 참여기업으로 선정돼, 내년 하반기부터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동안 모바일 신분증은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모바일 신분증' 앱이나 '삼성월렛'에서만 발급받을 수 있었다. 행안부는 더 많은 국민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민간 기업에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 참여기업을 모집해 왔다.
금융사 앱들은 기저 사용자 폭이 넓을 뿐더러,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혀 낙점됐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는 기존 삼성월렛에 더해 네이버, 카카오뱅크, 토스 등에서 모바일 신분증을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아이폰 이용자의 경우 현재는 카카오뱅크와 토스 앱을 통해서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해킹·도용 걱정 끝"…실물보다 안전한 모바일 신분증
금융사의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 시행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모바일 신분증의 보안 우려에 대해서도 해결책이 될 전망이다.
모바일 신분증 정보는 중앙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스마트폰 내부의 독립된 보안 영역에 암호화된 형태로 저장된다.
만약 데이터센터가 해킹되더라도 개인의 신분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구조다.
또한 스마트폰을 분실하더라도 지문이나 안면 인식 등 생체 인증이나 6자리 비밀번호를 통과하지 않으면 신분증 정보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 도용의 우려가 현저히 낮다는 분석이다.
고객 유치 아닌 '락인(Lock-in) 효과'…슈퍼앱 향한 '포석'
이처럼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모바일 신분증 도입에 나서는 이유로는 '락인 효과'가 꼽힌다.
모바일 신분증은 금융 서비스뿐 아니라 모든 일상생활에 필요한 핵심 인증 수단인 만큼, 이로 인해 앱에 머무는 시간과 빈도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금융사들이 줄지어 '슈퍼앱'을 강화하는 전략과 이어진다.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에 그룹 계열사 6개 서비스를 통합했고, 신한은행은 '신한 쏠(SOL)' 앱을 통해 보험, 배달 등 콘텐츠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하나원큐'앱으로 여행 일정 관리, 구독 결제, 모바일 청첩장 등 비금융 기능을 확대했고, 우리은행도 '뉴WON뱅킹'을 출시하며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었다. 농협은행은 'NH올원뱅크'와 'NH멤버스'를 통합해 금융과 유통을 결합한 슈퍼앱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비금융까지 아우르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지향하는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모바일 신분증 도입이 절호의 찬스로 여겨지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 도입은 단순히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함이라기 보다, 고객에게 차별화된 금융 및 비금융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라며 "향후 모바일 신분증을 활용해 금융 업무 프로세스 간소화 등 무궁무진한 시너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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