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원팀' 외치는 李대통령·여당…재계, 노란봉투법 강행에 강력 반발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7.29 10:12  수정 2025.07.29 10:14

민주당, '상생 방안 찾겠다' 약속 해놓고 전광석화 처리

경제8단체 "참담해…기업 전력 다할 환경 조성해야"

주한유럽상의 "해외 기업 한국서 철수할 수도" 지적

여당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여당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겉으로는 규제 완화와 친기업 기조를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실상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친노동 성향의 규제 입법을 밀어붙이면서 정책의 일관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법안이 기업의 경영 활동에 직접적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심리 위축과 외국인 자본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달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전날 오전 당정 간담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같은 날 오후 환노위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을 반나절 만에 전광석화처럼 처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비공개 참모진 회의에서 조속한 처리를 주문한 것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환노위 문턱을 넘어 입법 9부 능선을 넘은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와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이 골자다.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까지 확대하는 내용과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의무자의 노조 내 지위·역할, 귀책사유와 관여도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비율을 정하도록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과 노사 간 실질적 균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핵심 조항이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경영 책임만 가중시킨다는 우려를 드러내면서 노란봉투법 추진에 대한 반대 의사를 꾸준히 피력해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이를 우려해 두 차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제동을 걸었다.


재계는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고, 급여도 압류하지 못하도록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개념 확대 등 노동조합법 제2조 개정에 대해서 현행법을 유지해달라고 호소해왔다. 민주당은 재계의 우려에 '상생의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자신들의 뜻대로 노란봉투법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8단체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엄중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법 및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2일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공포된 지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추가 상법 개정안이 법안소위에서 처리됐고 노조법 개정안 역시 하루 만에 법안소위와 전체 회의를 연달아 통과했다"며 "정부와 국회, 기업이 위기 극복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국회가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 입법을 연이어 쏟아내는 것은 기업들에게 극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관세 협상의 결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승자박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상법 추가 개정은 사업재편 반대, 주요 자산 매각 등 해외 투기자본의 무리한 요구로 이어져 주력산업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노조법 개정안 역시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고, 기업 고유의 경영활동까지도 쟁의 대상에 포함되어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하고 노사관계 안정성도 훼손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새 정부가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에 대한 의지를 밝힌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국회, 기업이 하나가 되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때"라며 "꺼져가는 성장동력을 재점화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들이 전력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국회가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한 "국회는 지금이라도 우리 기업이 처한 어려움과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며 "기업들이 외부의 거센 파고를 넘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부디 불필요한 규제를 거두고, 개정안들을 철저히 국익 관점에서 신중하게 재검토해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노란봉투법이 환노위 문턱을 넘은 직후에도 입장문을 내고 "노사관계의 한축인 경영계의 제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조차 없이 노동계의 요구만 반영해 법안이 통과된 데 대해 경영계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여당의 노란봉투법 강행이 더욱 우려를 사는 건 외국인 투자 기업의 한국 내 사업장 철수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가 종업원 100인 이상 외국인 투자 기업 43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81%가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노사 관계, 노동 규제 등 한국 노동시장 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밝혔다. 특히 13%는 "최대 주 52시간 근로 시간 규제나 중대재해처벌법 등 강화된 규제로 한국 내 사업 철수 또는 축소를 검토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의 직접적인 파장이 우려되는 곳으로 한국GM을 꼽고 있다. 이미 과거 노조와의 충돌로 CEO가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는 한국GM은 이번 법안이 시행될 경우 또다시 노사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한국에 투자한 해외 기업들은 노동 규제로 인한 법적 리스크에 민감하며, 교섭 상대 노조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교섭 거부로 형사처벌 위험에 직면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은 물론 추가 상법 개정안과 법인세 인상 등 재계가 우려하는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 환경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진심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말한다면, 최소한의 법적 예측 가능성과 균형 있는 입법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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