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자신의 재임 중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 정치적 파문이 커지고 있다.(자료사진)
‘정-정(정세균·정동영) 갈등’으로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던 민주당에 ‘노무현 비리’라는 또 하나의 직격탄이 떨어졌다. 선거때마다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고배를 마셨던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의 실정(失政)을 무기로 승기를 잡으려 했던 4.29 재보선에서의 한 가닥 ‘희망’마저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민주당은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잔인한 4월을 맞고 있다.
친노의 충격 : ‘참여정부 = 도덕성’이란 공식을 만들어 낼 정도로 역대 어느 정권보다 깨끗함을 자부했던 이들이 바로 친노(親盧) 및 386세력이다. 그들에게 ‘재임시절 박연차에게 돈을 받았다’는 노 전 대통령의 실토는 뒷통수를 강하게 후려치는 충격을 낳고 있다.
일명 ‘박연차 리스트’로 친노핵심이자 386출신인 이광재 의원의 구속과 서갑원 의원이 검찰에 소환되는 상황에서 ‘노무현 비리’는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일정 지분을 갖고 있던 ‘친노의 완벽한 몰락’으로 해석된다. ‘노무현 왼팔’로 불리던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금은 무슨 말을 할 때가 아니다”며 말을 잇지 못할 정도다. 한 핵심 386인사는 “그 분의 성품으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사들 조차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청와대 팀들이 줄줄이 소환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나돌고 있다. 친노 인사들은 향후 사태의 흐름을 관망하며 바짝 엎드려 있다.
‘패닉’ 민주당 : 민주당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재보선 승리´를 위해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공천마저 배제했던 민주당이다. 그로 인한 당내 반발 등 내홍 와중에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비리를 인정하면서 재보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재보선을 통해 현정권 심판론을 주장했지만 오히려 전 정권 비리로 국민의 심판을 앞둔 모양새로 바뀌었다.
정세균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집사람이 박연차에게 돈을 받았다’는 보고를 듣고 심하게 당혹해 했으며 최고위원들조차 “큰 충격과 당혹감” “불행한 일”(송영길),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큰 자괴감”(박주선)이라고 자신들이 받은 충격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며 ‘노무현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번 재보선에 영향을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당내에서는 한 때의 주군인 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송 최고위원은 형인 노건평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자살을 선택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을 거론하며 노 전 대통령의 공개사과를 요구했고, 참여정부 법무부 장관출신인 천정배 의원은 “진실을 토대로 법적, 정치적인 책임을 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창일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더 이상 당원이 아니지 않으냐”며 민주당과 명확한 거리를 뒀다.
“대중에게 ´표´ 호소할 명분 없어져” : 이와 관련 정치컨설팅업체 <포스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이번 재보선에서 MB정국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민주당의 설정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면서 “굉장히 이질적인 집단의 조합인 민주당에서 향후 참여정부의 계승과 평가라는 엇갈리는 잣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더불어 “이번 노무현의 실토는 잠복돼 있는 민주당의 분열 양상을 건드리는 꼴이 됐다”면서 “특히 재보선에서 대중에게 표를 호소할 수 있는 명분이 완전히 소멸됐다는 점에서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이 ‘부인이 박연차씨에게 돈을 받았다’고 밝힘으로써 노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직 대통령으로 구속된 사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5년 검찰에 구속된 바 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9000억원대의 비자금으로 구속 수사를 받은 바 있다.[데일리안 = 박정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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