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플라자] 윤석열 정부 징비록(懲毖錄) -<하>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desk@dailian.co.kr)

입력 2025.07.09 06:06  수정 2025.07.16 06:47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연속기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 서울 마포대교에서 독자적으로 도보 순찰을 하면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들을 불러내 명령을 내리고 있다. ⓒ뉴시스

이 글은 [기고] 윤석열 정부 징비록(懲毖錄) -<하> (2025.7.8. [기고] 윤석열 정부 징비록(懲毖錄) -<상>)에 이어진다.


# 원인3. 숲이 아닌 나무를 본 인사(人事)


이재명 정부의 1기 내각 인사가 진행 중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모든 관심의 중심에 선 것은 배추밭 투자, 반도자(叛逃者) 논란 등을 뒤로 하고 임명이 강행된 김민석 총리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 특징이 있다. 바로 1년 뒤 지방선거를 겨냥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무총리 김민석, 해수부장관 전재수, 지방시대위원장 김경수, 비서실장 강훈식, 정무수석 우상호 등은 그냥 대충 측근을 내리꽂은 인사가 아니다. 2022 지방선거에서 빼앗긴 광역단체장을 반드시 탈환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인사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10일에 닻을 올렸다. 1기 내각은 한동훈 법무부장관 발탁 정도가 눈에 띄었고, 이외 대통령실과 내각은 엘리트 위주의 회전문 또는 논공행상에 따른 인사로 채워졌다. 탕평이나 미래를 염두에 둔 인사는 거의 없었다.


요새 보수 진영의 많은 분들도 '이재명표 인사'를 보며 '우리도 저렇게 했어야 했는데'라며 혀를 끌끌 찬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그 결과가 여실히 드러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 원인4. 수직적 당정관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여당의 첫 당대표는 헌정사상 최연소 당대표인 이준석 전 대표였다. 중간중간 직무대행 체제와 비대위를 제외하면 3%의 신화를 만들어낸 김기현 의원, 그리고 한동훈 전 대표가 있었다.


꼭 당선된 당대표만 들여다볼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이 있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나경원 의원도 있다.


위 인사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대통령실과 불화가 생기며 중도하차 하거나 낙마했다는 것이다. 즉, 3년 안에 모든 여당의 대표가 제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그 유명한 '연판장 사태'의 주인공 역시 저들 중 하나이다.

▼ 관련기사 보기
[기고] 윤석열 정부 징비록(懲毖錄) -&lt;상&gt;
김건희 특검팀, '유라시아경제인협회장·삼부토건 등기임원' 줄소환


혹자는 그 원인을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찾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불화가 생겼다면 시스템이 아닌 그 반대편에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대통령이다.


사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을 매우 부러워한 시기가 있었다. 그 이유는 국민의힘은 이렇게 당권주자와 대권주자가 많은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독주 체제'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게 됐다.


필자는 NBA를 즐겨보는데, 역대 NBA 최다 득점을 현재도 갱신 중인 르브론 제임스라는 선수가 있다. 그의 스타성과 실력에는 아무도 의문을 가지는 점이 없다. 다만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에는 '르브론이 떠난 자리엔 풀 한 포기 남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가 가는 곳마다 본인 위주로 팀을 짜다 보니 팀에 유망주들이 남아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어떠한가. 풀 한 포기 남지 않고, 잡초만 무성하다. 수직적 당정관계라는 말로 포장해왔던 지난 3년 동안 당을 떠나 새살림을 차린 사람, 정계 은퇴를 선언한 사람, 상처입은 사람들밖에 남지 않았다.


# 원인5. 영부인 리스크


'Last but not least.' 영미권에선 자주 쓰이는 관용표현이다. 쉽게 말하자면 마지막으로 언급하지만 앞에 언급한 것들 못지않게, 또는 더 중요하기에 강조하는 표현이다.


사실 영부인 관련 이야기는 대통령실 내에선 소위 금기시되는 분위기였고, 일종의 대통령의 역린(逆鱗)이었다. 필자 역시 관련된 보고서를 올린 적은 있으나, 더 높은 선까지 닿지 못하고 폐기되기 일쑤였다.


물론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에서 김건희 여사를 약한 고리라고 생각해 '악마화'를 해왔던 것도 일정 부분 사실이다. 장경태 의원이 제기한 '빈곤 포르노'나, 후보 시절부터 나왔었던 '줄리' 이야기는 정말 저급한 의혹 제기였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련 논란에는 '김건희 여사' 문제가 빠진 적이 없다. 전혀 뜬금없이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문제에서 이름이 등장한다거나, 채해병 사건 관련 수사외압, 심지어 총선 관련 공천 문제에서도 이름이 언급된다.


나열하자면 더 많은 문제가 있었으나, 이런 문제를 일일이 나열해 잘잘못을 따지자는 문제가 아니다. 관련 문제는 현재 특검에서 수사 중이기 때문에, 섣불리 의혹에 대해 맞다 틀리다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짚어야 할 지점은 이런 문제가 끊임없이 나오는데도, 과연 대통령실은 무엇을 해왔으며 대통령은 또 어떤 조치를 취해왔느냐다. 결국 제2부속실 설치도 영부인 리스크를 잠재우지 못했다.


대다수의 역대 영부인들의 행보처럼 후보 시절 김건희 여사가 말한 '조용한 내조'를 해왔다면, 품격과 교양 있었던 영부인으로 기억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고, 나아가 계엄과 탄핵에까지 이르지 않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만 남아있을 뿐이다.


글을 마치며


이 외에도 끊임없는 격노설, 명태균 리스크, 해명의 거듭된 번복과 거짓말 등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해 복기하는 것은 만시지탄일 뿐이다. 결국 보수 정부가 왜 연이은 대통령 탄핵을 받아들이게 됐는지 현실을 직시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여당 의원들의 인식이다. 필자가 글을 쓰는 와중에도 '안철수 혁신위원장 전격 사퇴'라는 헤드라인이 속보로 나온다.


여당 중진 의원이 말했던 것처럼 '1년만 지나면 국민들은 다 잊고 찍어준다'는 것이 여당 내 팽배한 주류의 인식이 아닌지 우려가 될 따름이다.


백서를 만들고 징비록을 쓰는 것은 문제점에 대해 분석하고 고찰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기 위함이다. 기대보단 우려가, 희망보단 절망이 앞서지만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보여주었던 결기, 김재섭 의원이 험지에서 당선되었던 성과 등을 바라보며 작은 희망의 새싹이라도 피워보고자 한다.


글/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