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송부 시한 하루 앞두고 자진사퇴
박찬대, '명심' 읽었나…결단 권유에 가세
강선우 "큰 채찍 받아들여 성찰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의 '투트랙' 전략이 무너졌다. 의혹에 휩싸인 국무위원 후보자 중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손절' 하면서까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 했으나, 끝내 부정적인 여론의 부담을 넘지 못하고 강 후보자마저 낙마하게 됐다.
강선우 후보자는 23일 오후 페이스북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잘해보고 싶었다"면서도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그동안 나로 인해 마음 아프셨을 국민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나를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셨던 이재명 대통령께도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큰 채찍 감사히 받아들여 성찰하며 살아가겠다"며 "죄송했다"고 사과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고심 끝에 강선우 후보자의 사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뜻이 모종의 경로를 통해 강 후보자에게 전달되자, 강 후보자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자진 사퇴하겠다는 뜻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이날 오후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결정해야 한다"며 "강선우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결단 권유'에 가세한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성남 라인'이 박찬대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박 후보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강 후보자의 '결단' 촉구를 거든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박 후보의 '결단 권유'가 있고나서 얼마 안 있어, 강 후보자는 SNS를 통해 자진 사퇴 의사를 공개했다.
이로써 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 시한을 하루 앞두고 스스로 물러나게 됐다. 이 대통령은 앞서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철회'라는 형식으로 낙마시키면서도,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면서까지 '투 트랙' 전략을 펼쳐왔으나, 끝내 비판 여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강 후보자 임명에 대한 당 내부 우려가 컸었던 만큼 민주당은 강 후보자의 결단에 한시름 놓은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당과는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결심이라고 밝혔다.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강 후보자한테 따로 연락을 받지 않았고 SNS를 통해서 확인했다"며 "(SNS에 적은) 그 마음들이 결단의 배경인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매체에서는 강 후보자가 이날 자진 사퇴를 발표하기 전 '당 원내지도부와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원내대표단에서 강 후보자 사퇴에 대해 사전에 당 대표 후보들에게 공유했다' 등 내용의 보도가 나왔으나 민주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가 강 후보자에 대한 옹호 기조를 유지해 온 가운데, 당 내부에선 강 후보자는 도덕성 측면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으며 이재명 정부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상욱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능력 부분이 더 검증된다손 치더라도 절대 다수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재고해야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추가 갑질 의혹까지 터져 나오면서 강 후보자는 큰 압박감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문재인 정부 시절 여가부 장관을 지난 정영애 전 장관이 이른바 '예산 갑질'을 털어놓은 데 이어, 강 후보자 임명시 추가로 의혹이 폭로된다는 설이 퍼지면서 논란은 극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다.
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려는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이 시민사회 단체까지 확산되고 있는 점도 자진 사퇴 결단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개별 의원들은 이날 강 후보자의 결단에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다른 당대표 후보인 정청래 의원은 강 후보자가 사퇴 의사를 밝힌 뒤에 페이스북에서 "강선우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많은 어려움이 있을텐데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당 차원에서 보좌진 처우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박상혁 원내수석은 "김병기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번에 약속한 만큼 (보좌진 처우 개선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는 보좌진들을 향해 위로의 말을 전했다. 민보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그동안 많이 힘들고 아프셨을 보좌진들께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보좌진 인권과 처우 개선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다시 여가부 장관 후보자 물색에 나선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강 후보자 자진 사퇴 후 브리핑을 열어 "강 후보자는 오늘 오후 2시 30분경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했고 비서실장은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여가부 장관 후보자를 조속히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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