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 그은 김민석…차기 당권설 나오는 이유는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1.09 00:00  수정 2025.11.09 05:07

정청래 임기 내년 8월…아직 '시기상조'

당정갈등 논란에 '견제용' 등판설인 듯

'명청갈등' 분수령은 내년 지방선거

당 주도권 필요하면 '金 등판' 가능성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도전설이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설에 선을 긋자 당대표 출마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다만 전당대회는 오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이후인 탓에 출마를 관측하기에는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김 총리 당권설이 제기되는 배경엔 '당정 갈등'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첫 국무총리인 김 총리의 향후 행보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차기 당대표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청래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6년 8월까지다. 아직 차기 당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에는 이른 탓에 현재로선 정치권 일부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김민석 당권설' 이면에는 당정 관계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총리는 '전략통'으로서 이 대통령 당선에 발판을 마련한 노련한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강경파'로 분류되진 않아 중도층 호소력이 있는 인물로 통한다. 현재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은 다수가 거론되는 탓에 과열되고 있는데, 서울의 경우 중도층 민심이 중요한 만큼 김 총리의 이름은 계속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김 총리는 서울시장 출마설에 난색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로선 국무총리직을 수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김 총리는 지난 5일 MBC라디오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서울시장에 대해 "내가 비교적 젊은 시절에 출마했었고, 굉장히 의미 있고 명예로운 공직"이라면서도 "하고 있는 일이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무엇을 희망할 수 없고, 차출 얘기가 있지만 차출될 상황이 생길 것으로 보지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총리 입장에선 서울시장 출마는 도전이다. 이미 한 차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 총리는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했지만,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10%p 차이로 패배했다. 국회의원직까지 사퇴하고 맞붙었지만, 결국 패배와 함께 18년을 야인으로 보냈다. 21대 총선에서 다시 국회에 입성했고 현재는 국무총리직까지 올라갔지만,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무총리로서 임기를 1년 이상 채우지 못한 것도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새벽 총리'를 자처하며 실무형 국무총리직 수행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한 점에서 정치적 위상은 2002년과 비교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일등공신이자 '친명'(친이재명) 핵심인 만큼, 이 대통령 임기 초반에 치러지는 지선이라는 점도 승부수를 걸 수 있는 환경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정치권에선 김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는 실익이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현재 민주당 내에선 다수 인사가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고, 김 총리가 중도층 호소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여론조사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보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정치적 상처가 큰 탓에 쉽게 도전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김 총리도 서울시장 출마설에 선을 그으면서, 오히려 가능성이 적었던 '당대표 출마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김 총리는 지난 2022년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 속에서 당대표에 출마했지만,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바 있다. 서울시장 출마와 마찬가지로 '친명계' 핵심으로 등판할 경우, 과거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김 총리는 당대표 출마설에 대해서도 "자의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내가 (국무총리) 일을 맡고 있고 기본적으로 (정청래 대표 임기가) 한참 남은 만큼, 맡은 기간 동안 맡은 바에 충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실제 김 총리의 정 대표 임기 언급처럼 현재 차기 당권이 거론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날 정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았고, 임기까진 9개월이 남았다. 그럼에도 김 총리 등판설이 제기되는 배경엔 현재 '당정 관계'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선을 긋고 있지만, 여러 사안을 두고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엇박자가 나면서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설' 의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급기야 민주당이 특정 현안에 대해 단독 드라이브를 거는 것을 두고 정 대표가 차기 권력을 위해 '자기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재명 일극체제'였던 민주당엔 '친청계'(친정청래)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차기 당대표 선거까지 10개월 정도 남았는데, (당정 엇박자에) 오죽하면 김 총리 출마설이 벌써 나오겠느냐"면서 "정청래 지도부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있다는 얘기고, 이재명 정부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계속 나올 얘기"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친명계인 유동철 수영지역위원장이 컷오프되면서, 정 대표의 당 장악력이 커지고 있다는 친명계 우려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직접 영입한 인사다. 그러다보니 당내 일부에선 "이 대통령 지지자 쪽에선 '이재명 지우기를 이렇게 심하게 하느냐'라는 얘기까지 나온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명심'(이재명의 의중)이 담겼다는 박찬대 의원이 지난 8·2 전당대회에서 참배한 것도 김 총리의 등판설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의원이 예상과 달리 큰 격차로 패배하면서, 무게감이 더 큰 김 총리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당대표 재선'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고, 차기 후보군도 가시화되지 않았다. 사실상 김 총리 등판설은 '친정계'가 차기 당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총리 등판설 배경엔 야당의 이간질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내 분열은 야권 입장에선 호재이기 때문이다. 다만 명분을 제공한 것은 정청래 지도부이기 때문에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인식이 계속 나오니까.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당대표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며 "박 의원은 정 대표에 비해 너무 약했기 때문에 김 총리가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야당의 이간질에 말려들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 스스로 몸가짐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며 "강성 지지층의 응원에 힘입어 주도권을 쥔 것처럼 정치를 하면 정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김 총리 당권설은 본인의 의지뿐만 아니라, 향후 '당정 관계'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 대표는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이유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는데, '명청 갈등'을 의식해 자세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갈등의 분수령은 내년 지방선거가 될 전망이다. 당내에선 계파와 별개로 이 대통령 임기 초반 첫 선거인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이번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처럼 친명계가 불만을 가질 만한 공천이 이뤄진다면 계파 갈등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당내 주도권 확보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김 총리의 당권 도전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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