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3개월부터”…외식업계, 법제화 추진에 ‘패닉’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7.03 06:47  수정 2025.07.03 06:47

정부, 3개월 퇴직금·주 4.5일제 도입 추진

인건비 부담 속 폐업 급증 가능성↑…외식 성장 저해

“정부 정책 신중 대응 촉구”…실효성 있는 정책 필요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내 한 매장에서 자영업자들이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최저임금 인상 결정 시한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을 14.3%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다 정부에서도 퇴직금·주휴수당 적용 대상을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외식업 종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 시기 누적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채무조정, 상환유예, 탕감 등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을 높이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것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00인 이상 ▲100~299인 ▲5~29인 ▲5인 미만 등 5단계로 나눠 퇴직연금을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5단계에 걸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 따르면 3개월 이상 근로자 퇴직금 지급,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 근로자 주휴수당 지급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쪼개기’ 아르바이트를 막아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외식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단기 아르바이트 인력 비중이 높은 업계 특성상, 3개월만 근무해도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경우 고용 자체를 주저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고물가로 재료비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 인건비 부담까지 오르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정작 사장 본인 수입도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월 평균 소득이 최저임금 보다 낮다는 조사도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조사한 결과, 30.4%가 최저임금(월 209만6270원)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정책 간 정합성 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영세업자 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빚은 탕감하면서, 동일한 계층을 향해 고용비용을 구조적으로 늘리는 방안은 정책 목표 간 충돌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겉으론 돕는 척, 실제론 짐만 더 얹는다는 비판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현재 근로환경은 근로자와 아르바이트생에게 유리한 제도가 많이 마련된 상황이라, 3개월 퇴직금 제도는 과도한 규제라고 생각한다”며 “단기 근로자 보호라는 명분은 있으나, 고용주와 장기 근속 직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휴수당과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퇴직금 지급 의무까지 추가되면,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해 메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3개월 퇴직금을 피하기 위해 고용주들이 초단기 고용을 선호하게 돼 고용 안정성은 오히려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성실히 장기간 근무하는 직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싶지만, 실제 수혜자는 단기간 이익만 취하고 떠나는 근로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제도의 본래 취지가 실현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내 한 매장에서 자영업자들이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런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부담도 크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1만30원)보다 14.3% 오른 1만1460원을 제시한 반면, 경영계는 1만70원을 제안하며 양측 간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주 4.5일제 역시 외식업계에겐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근무일 단축이 정착되면 추가 채용에 따른 비용 부담은 물론, 파트타임·단기 아르바이트 의존이 더 커지면서 상황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인건비도 감당이 안 되는데 근무일까지 줄면 인력 운용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걱정이 크다”며 “외식업은 주말·야간 수요가 많은데 정규직은 더 빠지고, 결국 단기 알바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밖에도 외식업계를 둘러싼 여건은 갈수록 녹록치 않다. 각종 규제가 업계를 정조준하고 있다. 일례로,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음식점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기존 기기도 2026년 1월까지 교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외식업 자체가 축소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정부가 고질적인 폐업률을 낮추기 위해 ‘백종원 방지법’이라 불리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이 법이 오히려 외식산업의 성장 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업계 전반이 위기인 만큼, 정부가 정책을 신중하게 설계하고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규제와 인건비 부담이 겹치면서 산업 성장 동력이 약화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지원책과 현장 맞춤형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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