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더 받으려고 보증금 부풀려…대법 "전세 보증 무효"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5.06.22 09:45  수정 2025.06.22 09:46

대법원, 보증채무금 소송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 파기환송

"전세보증금 실제 지급금액과 다른 내용으로 정해져…허위 전세계약 해당"

"원심 판단, 약관 해석에 관한 법리 오해해 필요한 심리 다하지 않은 잘못 있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데일리안DB

실제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이 적힌 계약서를 근거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경우 허위계약에 해당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신한은행이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증채무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7년 8월 전세보증금이 2억6400만원으로 기재된 전세계약서를 근거로 임차인 A씨에게 2억1000만원의 주택자금을 대출해줬다.


당시 보증공사는 신한은행과 체결한 보증업무위탁 협약에 따라 대출채무를 보증했다. 약관에는 보증의 전액 면책사유로 '특약 주채무자가 사기 또는 허위의 전세계약으로 보증부 대출을 받은 경우'가 포함돼 있었다.


이후 A씨는 은행에 제출했던 계약서 내용과 다르게 임대인에게 총 2억3000만원만 보증금으로 지급한 뒤 주택에 입주해 주민등록을 마치고 확정일자도 받았다.


문제는 2019년 11월 대출금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A씨가 신한은행에 대출금을 갚지 않으며 시작됐다.


신한은행은 대출 채무를 보증했던 보증공사에 대출금을 지급하라고 요청했는데, 보증공사는 A씨가 사기 또는 허위의 전세계약으로 보증부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약관에 따라 보증책임이 면책된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계약서에 실제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적고 대출받은 경우 허위 전세계약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1심과 2심은 "보증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증공사는 신한은행에 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신한은행 측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특히 2심은 이 사건 전세계약이 허위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실제 A씨가 임대인에게 건넨 2억3000만원의 범위에서는 유효한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보증부 대출의 근거가 된 전세계약의 허위성은 보증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증범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항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며 "전세보증금이 실제 지급금액과 다른 내용으로 정해진 이 사건 전세계약은 허위의 전세계약에 해당해 보증공사가 보증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는 규정상 대출 가능한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받기 위해 실제 전세보증금보다 부풀려 기재된 전세계약서를 근거로 대출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보증공사의 보증계약 체결 여부 또는 보증채무 범위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전세계약이 전세보증금 2억3000만원의 범위에서 진정으로 체결된 임대차계약임을 들어 보증공사의 면책항변을 배척한 원심 판단은 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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