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금연구역 총 30만1063곳인 반면, 설치된 외부 흡연 시설 123개소 불과
서울시, '밀폐형 흡연부스' 시범운영…공기정화 시스템 등 간접흡연 피해 감소 목표
전문가 "스마트 흡연부스, 간접흡연에 큰 효과 없어…운영 비용 1억원 정도 실효성↓"
"공기정화 시스템으로 담배 연기 속 화학물질 제거 못 해…흡연구역 적재적소 설치 중요"
서울 시내 곳곳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정작 흡연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거리 곳곳에서 무단 흡연이 이어지고 간접흡연 피해가 늘어나면서 시민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밀폐형 '스마트 흡연부스'를 설치, 시범 운영에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높은 운영 비용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흡연부스와 흡연구역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19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시내 금연구역은 총 30만1063곳인 반면, 설치된 외부 흡연 시설은 123개소에 불과하다. 이 같은 불균형으로 흡연자들은 거리나 공공장소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고, 비흡연자들은 간접흡연 피해에 노출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형 흡연부스 디자인'을 개발, 개방형·부분개방형·밀폐형 등 3가지 유형으로 구성했다. 이 가운데 서울시는 밀폐형 흡연부스를 청량리역 3층 선상광장에 설치하고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해당 흡연부스 내부에는 고성능 공기정화 시스템이 설치돼 흡연 시 발생하는 연기와 냄새를 즉시 흡입하고 정화하도록 설계됐다. 또 재활용 기술이 적용된 재떨이를 사용해 자원 순환 및 환경보호 측면에서 공공적 기능을 강화했다.
실제로 기자가 이날 오후 청량리역 스마트 흡연부스를 들어가 본 결과, 공기정화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뿌연 담배 연기와 냄새가 빠르게 사라졌다. 내부에는 에어컨도 작동되고 있어 쾌적한 환경이 유지됐다. 또 부스 밖에는 담배 냄새가 거의 새어 나오지 않았다.
스마트 흡연부스를 사용한 흡연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모씨는 "최근 날이 더워지면서 밖에서 담배 피우기가 힘들었는데 이 부스 안에는 에어컨도 나오고 담배 연기도 곧장 빨아들여 청결한 상태에서 흡연할 수 있어 좋다"며 "흡연부스에 사람들이 많을 때는 냄새도 나고 답답하다 보니 부스 바로 옆에서 담배 피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이런 쾌적한 환경의 부스라면 굳이 밖에서 피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량리역 청소 노동자로 근무 중인 A씨는 "최근에 스마트 흡연부스가 생기고 난 뒤로는 역 근처 거리에서 담배꽁초와 냄새가 많이 줄었다"며 "간접흡연이 늘 사회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 흡연부스가 하나의 해결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흡연부스가 실질적인 간접흡연 방지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높은 설치·운영 비용 대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는 흡연부스를 실내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실내는 금연구역이기 때문에 흡연부스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며 "스마트 흡연부스를 통한 간접흡연 방지 효과는 사실상 미미하다. 부스 1개당 운영 비용도 약 1억원 정도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흡연부스 같은 밀폐된 공간보단 탁 트인 공간에 흡연구역을 만들어 자연 공기와 담배 연기가 순환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부스 안 필터보다 담배 연기·냄새 제거에 효과적"이라며 "무엇보다 담뱃세를 인상하는 등 정부에서 강력한 규제를 마련해 흡연자의 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신승호 대구보건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공기순환장치 속 필터는 담배 냄새와 공기 중 먼지만 걸러내 줄 뿐 담배 연기 속 화학물질 제거에는 효과가 없다. 이보단 흡연부스 및 흡연구역을 적재적소에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 같은 경우 도로 곳곳에 흡연부스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지도 앱 등을 활용해 흡연 구역의 위치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올바른 흡연 문화를 확산하고 간접흡연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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