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역할 못하는 지역 국립대병원…서울 진료비만 4조원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5.06.16 08:53  수정 2025.06.16 10:00

중증환자일수록 지역 외면

정부 책임의료체계 개선 과제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중증환자들이 지역 국립대병원을 외면하고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면서 지역 의료체계의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진료·교육·공공의료의 거점이 돼야 할 국립대병원이 제 역할을 못하자 서울로 향한 진료비 규모만 연간 4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지역 환자 유출로 인한 비용과 지역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국민 인식’에 따르면 지역 거주 환자가 지역 국립대병원 대신 서울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경우 교통비·숙박비·기회비용 등을 포함한 순비용은 최대 4조6270억원에 달한다.


환자들의 선택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지방 거주민의 국립대학병원 인식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81.2%가 지역 의료위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중증질환일수록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을 먼저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역 내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 부족, 전문 인력과 장비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립대병원에 대한 개선 요구도도 높았다. 응답자의 81.0%는 전문 의료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급질환 진료 역량 고도화(80.5%), 중증질환 진료 역량 강화(80.1%) 순으로 시급한 개선 과제를 꼽았다. 지역 국립대병원이 공공보건의료의 중심축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80.9%에 달했다.


지역 국립대병원은 전국 각지의 공공보건의료를 떠받치는 기반으로 기대를 모아왔지만 현실은 수도권 중심의 의료 집중 현상을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정부가 공공의료 인프라 재정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의료가 환자 신뢰를 되찾지 못한다면 서울로의 쏠림은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희년 보건의료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지역 국립대병원이 지역 의료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책임의료기관 제도 개선과 협력체계 구축 등 정책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진료 공백 해소와 중증질환 진료 연계를 위해 국립대병원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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