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영화 전성기? 진영 논리에 올라탄 스크린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6.16 06:00  수정 2025.06.16 06:00

전(前)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모티브로 한 영화 '신명'이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깜짝 흥행 주인공이 됐다. 영화의 제작비는 15억 원 규모에 손익분기점은 30만 명으로, 정권 교체라는 시의성을 타고 흥행 성공 사례 중 하나가 됐다.


'신명'은 권력을 쥐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여성 윤지희(김규리 분)와 그를 추적하는 기자 정현수(안내상 분)의 대결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주인공 설정이 전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연상케 한다. 제작은 열린공감TV 산하 열공영화제작소가 맡았다.


'신명'이 올라 탄 흥행 바람은, 특정 정치인을 중심에 둔 서사로 관객을 결집시키는 최근 한국 정치영화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극장가에는 정치 영화, 다큐멘터리 등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다룬 ‘다시 만날, 조국’을 비롯해,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하우보만의 약속', '힘내라 대한민국, '준스톤 이어원' 등 정치 영화 들이 잇따라 개봉했다. 지난해에는 '건국전쟁'이 117만명을 동원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같은 정치 영화 대다수는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하며, 해당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관객층도 특정 정치 성향을 공유한 이들로 자연스럽게 좁혀지고 영화는 사회를 깊이 있게 비추기보다는, 정치적 지지를 위한 관람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한쪽 진영의 시선에만 기대는 영화들은 다른 관점이나 해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 정치 영화들은 현실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기보다는 특정 입장을 옹호하거나 공격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처럼 성찰보다는 정치적 대립 구도에 기댄 흐름은, 정치영화의 본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한다.


정치영화의 흥행은 분명 의미 있는 현상이다. 영화가 시대를 비추는 창이라면, 당연히 정치도 중요한 소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답과 사상을 주입하기 보다는, 지금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영화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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