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최근 경제동향 6월호 발표
소비심리지수 6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먹거리 물가 고공행진…체감물가 상승
미국 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 변수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선이 접안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새 정부 출범 첫 경제 진단에서 경기 하방압력, 수출 둔화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반년 만에 기준선(100)을 넘기는 등 가계·기업 심리의 개선 흐름이 보였으나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에게 미국 관세 대응, 내수 회복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정부, 경기 하방압력, 수출 둔화 표현
조성중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6월 최근 경제동향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1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6월호’(그린북)에 따르면 광공업(-4.9%), 건설업(-20.5%), 서비스업(-0.7%) 및 전산업 생산(-0.4%)은 전년 동월 대비 모두 감소했다.
지난 4월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21.8%), 기타운송장비(29.5%), 의약품(19.5%) 등에서 증가했으나 1차금속(-3.4%), 비금속광물(-6.9%), 석유정제(-2.9%) 등은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는 자동차(2.1%)와 석유정제(4.2%), 식료품(2.3%) 등이 늘었다. 반도체(-11.8%), 자동차(-2.2%), 통신·방송장비(-11.6%) 등 제조업 출하도 감소했다.
자동차의 경우 관세보다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자동차 대미수출이 줄어들고 있지만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의 자동차 생산은 늘고 있어 이 같은 영향을 받은 것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1.3%), 정보통신(2.7%), 운수·창고(2.1%) 등 증가했으나 전문·과학·기술(-3.6%), 금융·보험(-1.2%), 협회·수리·개인(-6.3%) 등에서 감소했다.
조성중 경제분석과장은 “5월 서비스업은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 개선 및 고속도로 통행량 증가는 긍정적 요인”이라며 “차량 연료 판매량 감소 및 온라인 매출액 증가율 축소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전산업 생산은 광공업(-0.9%), 공공행정(-6.3%), 건설업(-0.7%), 서비스업(-0.1%) 모두 감소해 전월 대비 0.8% 줄었다.
4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p),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3p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과장은 “경기종합지수나 선행종합지수는 3개월의 흐름을 보고 예측하기 때문에 5~7월에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려움이 여전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달 그린북에서도 ‘경기 하방압력’과 ‘수출 둔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후 1분기에는 조업일 감소까지 겹치며 마이너스 지표를 나타내면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관세 부과로 대미수출마저 4~5월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조 과장은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애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 둔화 등 경기 하방압력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아직까지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관세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단하기 어렵다. 추후 관세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소비심리 회복…여행 지출에 치우쳐
현충일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출국 수속을 하고 있다.ⓒ뉴시스
한국은행은 최근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전월 대비 8포인트(p) 오른 101.8로 올해 처음으로 기준선인 100을 넘겼다고 밝혔다. 100을 넘기면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영향을 받았다.
CCSI가 기준선을 넘긴 건 6개월 만이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을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100.7에서 12월 88.4로 크게 하락했다.
CCSI는 올해 들어서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1월 91.2, 2월 95.2, 3월 93.4, 4월 93.8로 줄곧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소비심리 개선은 소비지표를 통해 드러났다. 가정의 달 등 황금연휴가 있었던 5월을 기점으로 두드러졌다.
통계청의 ‘4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상품군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여행 및 교통서비스에서 5.2% 증가했다. 거래액 구성비는 2조6920억원(12.4%)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5월 연휴를 앞두고 4월 거래액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음식, 여행, 교통이 주요 증가 원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생활물가지수 올라…지갑닫는 소비자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뉴시스
실제로 소비자심리지수가 개선됐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소비를 하는 이들은 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품목에서 물가가 오르면서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7(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했다. 그러나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는 2.3% 올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돼지고기(8.4%)와 국산쇠고기(5.3%), 수입쇠고기(5.4%) 등 축산물이 6.2% 올랐다. 2022년 6월(9.5%) 이후 35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또 원자재값이 오르면서 가공식품도 4.1% 올랐다.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빵(6.4%), 커피(8.4%) 등 일상과 밀접한 품목이 오르면서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은 먹거리 등에서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형일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 겸 1차관은 전날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내외로 지표상 안정된 흐름으로 보이나 수년간 누적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 수준이 높고, 먹거리 물가 등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물가 관련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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