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아함을 자아내는 소식이 전해졌다. 재판에서 민희진 측이 카톡 메시지 증거의 공개를 반대했다는 보도다.
지난 5월 30일에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에서, 하이브 레이블즈가 민희진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2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손배소)의 두 번째 변론이 진행됐다. 그 자리에서 하이브의 쏘스뮤직 측은 20분 분량의 PT를 준비해 변론에 임하려 했으나 민희진 측에서 반대해 무산됐다고 한다.
당초 민희진 측에선 카톡 메시지가 개인간 메세지를 불법적으로 취득한 거라고 하면서 공개를 반대했다고 한다. 이에 재판부는 "공개는 하되 피고가 문제 삼는 부분을 인용하는 것을 제한하겠다. 이번 변론 중 개인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고 주장하는 그 부분은 변론을 제한하겠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쏘스뮤직 측이 PT를 하게 되면 그 안에 문제의 카톡 메시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즉 PT라는 형식을 통해 사실상 메시지 내용이 공개될 수 있다고 문제제기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민희진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카톡 메시지를 빼고 해야 하면 다시 기일을 잡겠다"라고 했고 결국 6월 27일로 이 부분이 연기됐다.
다만 재판부가 카톡 메시지는 불법 취득한 것이라는 민희진 측의 주장을 그대로 다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카톡 메시지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그 전제가 되는 증거로 채택할 수 있을 정도로 위법하지 않다는 게 밝혀진다면 저희가 채택한다는 거지, 확정적으로 기각한다거나 채택한다거나 그런 입장을 밝힌 게 아니다"라면서 ”카톡 대화와 관련하여 카톡 입수 경위 등에 관한 자료를 좀 더 확인 후에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쏘스뮤직 측은 해당 메시지가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들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이 메시지 수집 과정의 적법성 여부를 다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부분이 매우 이상하다. 메시지 내용이 아닌 수집 과정이 핵심 쟁점이 된다는 점 말이다. 당초 하이브 측이 민희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때 유력한 정황 증거로 제시한 것이 카톡 메시지였다. 일부 공개된 메시지들엔 정말 민희진에게 의혹의 눈초리가 갈 만한 내용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단정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은 민희진 측에서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이다. 민희진 측에선 하이브가 증거를 짜깁기, 말하자면 조작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너무나 심각한 내용을 담은 주장이었기 때문에 가볍게 넘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민희진 측에서 메시지 원본 등 진실을 공개해 억울함을 바로잡길 기다렸지만 어찌된 일인지 소식이 없었다. 답답한 시간이 흘렀고, 최소한 법정에서는 진실을 공개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기다려왔다.
마침내 법정이 열렸고 온 사회가 주목하고 있는데, 이 좋은 기회에 민희진 측에서 메시지 원본 공개가 아닌 공개 반대를 주장했다고 알려진 점이 의아하다.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모함 당했다는 민희진 입장대로라면 지금 너무나 억울한 상황인데 왜 속 시원하게 자료를 밝히지 않는 것일까?
보도 내용대로 증거의 수집 방법에 대한 문제제기에 집중한다면, 그 점도 의아하다. 증거 조작 등으로 모함을 당한 것이라면 이건 수집 방법 차원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그렇게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면서 수집 방법만을 문제 삼는다는 게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수집 방법만이 문제라면 내용은 진실이라는 것인가?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을 받는, 우리나라 케이팝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중대 사안이다. 그렇다면 관련 없는 사적인 대화가 아닌 진실을 드러내는 증거라는 전제 하에, 그 내용이 공개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정작 민희진 측은 기자회견 당시 이 사건과 관련 없는 메시지 내용을 공개해 하이브를 진흙탕에 빠뜨렸었다. 그렇게 광범위하게 공개한다면 사건과 관련 있는 증거는 더더욱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메시지 수집의 적법성 여부가 중요한 이슈이지만, 국민 앞에서의 투명한 진실 규명도 필요해 보인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