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USA 2025]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미국 현지법인, 궁극적 목표는 엑시트"

보스턴(미국) =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06.20 16:14  수정 2025.06.20 16:43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인터뷰

ADC 파이프라인 ‘선 개발 후 공개’ 전략

에이비엘바이오 USA 국내서 없는 사업 모델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19일(현지시간) 바이오 USA 행사장 인근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과거에는 제발 우리 기술 좀 사달라는 식의 미팅이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를 뇌혈관 장벽(BBB) 셔틀 분야의 리더로 인정하고 찾아옵니다. 미팅의 깊이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지난 4월 글로벌 빅파마인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약 4조1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상훈 대표는 달라진 기업의 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1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 ‘2025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이 열린 미국 보스턴에서 만난 이 대표는 GSK와의 ‘빅딜’ 이후 그랩바디-B 플랫폼의 확장과 이중항체 기반 ADC(항체-약물접합체)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화 전략을 공개했다.


그랩바디-B 빅딜 이후 미팅 요청 ‘쇄도’

이번 바이오 USA에서 에이비엘바이오의 파트너링 중심에는 단연 BBB(혈액뇌장벽) 셔틀 플랫폼인 ‘그랩바디-B’가 있다. 그랩바디-B란 IGF1R(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 수용체)을 타깃해 치료 약물이 BBB를 효과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혈액뇌장벽 셔틀 플랫폼이다.


이 대표는 기존 항체 치료제를 넘어 siRNA(작은 간섭 RNA), ASO(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와 같은 핵산 치료제까지 뇌와 ‘근육’으로 전달하는 확장성에 시장이 뜨겁게 반응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올리고 핵산 치료제 분야의 가장 큰 숙제는 약물을 간이나 신장이 아닌 원하는 표적 장기인 뇌나 근육으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며 “동물실험 결과 그랩바디-B가 뇌 뿐만 아니라 근육까지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특히 심장 근육은 건드리지 않아 안전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데이터 덕분에 이번 바이오 USA 현장에서 핵산 치료제 전문 기업들의 미팅 요청이 쇄도했다. 그는 “siRNA나 올리고를 잘하는 회사들이 우리와 얘기를 많이 하고 싶어했다”면서 “처음에는 공동연구 형태로 시작해 기술의 가능성을 함께 증명해 나가는 파트너십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먹거리로 개발 중인 이중항체 기반 ADC 파이프라인 ABL206, ABL209에 대해서는 ‘선(先) 개발, 후(後) 공개’ 전략을 분명히 했다. 기술 유출 및 중국 기업들의 빠른 추격을 막고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몇몇 빅파마가 비밀유지계약(CDA)을 맺고 타겟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했다”며 “과거에는 무조건 타깃을 공개했지만 이젠 '내가 왜 그래야 하느냐'고 말할 수 있는 포지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가진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며 임상 1상에서 좋은 데이터를 확보한 뒤 세상에 공개해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 USA 목표는 성공적 ‘엑시트’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19일(현지시간) 바이오 USA 행사장 인근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이 대표는 BD 조직인 미국 법인의 구체적인 사업 모델도 제시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7월, 지분 100%의 완전 자회사로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에이비엘바이오 USA’라는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부터 미국 법인은 본사를 지원하는 일반적인 역할이 아닌 독자적인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독립 법인으로 성장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는 법인 전체를 M&A(매각)하는 엑시트 모델”이라며 “그 시점은 앞으로 3년 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빅파마가 조 단위의 M&A를 결정할 때는 플랫폼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임상 2상 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핵심 물질이 있어야 3~5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가설이 선다”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러한 ‘큰 그림’에 기반해 최근의 소규모 기술이전 제안은 거절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굳이 5000만 달러, 1억 달러에 라이선스 아웃 하라는 제안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며 직접 임상을 진행해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 USA 운영 모델이 국내에서는 시도된 적 없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본사(에이비엘바이오)가 초기 자금을 투입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그 이후에는 에이비엘바이오 USA가 직접 미국 벤처캐피탈(VC)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에 나서는 방식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14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임상 1상을 진행할 자금은 확보했다”며 “단순 보스턴에 지사를 세운 다른 사례와는 다르게 임상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독립적인) 팀이 형성됐다”고 알렸다.


이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의 목표가 과거 ‘성장’에서 이제는 ‘영속성’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연내 추가 기술수출 약속을 지키는 한편 장기적으로 자체 개발한 신약의 로열티 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회사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로열티로 인한 매출을 기반으로 영속성이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궁극적인 꿈은 직접 창업해서 디자인한 약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허가를 받아 성공하는 것을 경험해보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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