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방향은 '공급'으로
이재명 "서울시민들 많은 기대"
김용남·허은아, 잇단 보수 출신
인사 영입…'통합론' 근거 삼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방탄유리가 설치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3 조기 대선 기간 중 첫 서울 지역 유세에 나섰다. 국내 유권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수도권을 공략해 대세론에 쐐기를 박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서울 지역 최대 화두인 '부동산 정책'과 정치적 승부수인 '국민 대통합'을 내세우며 수도권 표갈이에 사활을 걸었다.
이재명 후보는 19일 서울 용산·영등포·마포구 등 취약지를 훑으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해당 3권역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각각 16.58%p·7.04%p·2.53%p 득표율이 뒤쳐졌던 곳이다. 상대적 약세 지역을 우선 공략해 부동산 등 민감 분야에 대한 '공급' 방침을 전하고, 국민 분열상을 봉합할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점을 내세운 행보다.
이 후보는 이날 본격적 유세에 앞서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찾았다. 노인회는 한때 민주당과 불편한 관계였다. 2023년 민주당이 당 쇄신을 위해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노인폄하 논란 속에 조기 해산했다. 현 이중근 회장의 전임자인 김호일 전 회장이 당시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관련 발언에 총책임자인 이재명 대표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으나, 결국 박광온 원내대표의 대리 사과와 김 위원장의 직접 사과로 일단락 됐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지난 2023년 8월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노인 비하 발언 논란으로 사과 방문한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에게 사과를 받고 면담을 하는 중 김 위원장의 사진을 손으로 때리며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뉴시스
그는 맨 처음 일정으로 노인회를 방문해 "우리나라가 성장·발전하고 국제적으로 큰 위상을 받게 된 배경엔 어르신들의 큰 역할이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의 노인 폄하 논란을 뒤로 하고, 노인회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재설정해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70대 이상 어르신들의 표심 구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수도권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같은 용산구 소재의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용산·마포 등은 부동산 문제로 민감한 지역'이라는 물음에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공급이 부족하면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잘 관리해 나가겠다'며 "해당 지역 주민들이 이런 점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본격 유세는 용산역 광장에서 시작됐다. 자체 제작된 '방탄 유리막' 안에서다. 우리나라에서 대선 후보가 신변 위협으로 방탄유리막을 제작해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연단에 올라 보수 진영에서 시도한 연대론, 이른바 '빅텐트'를 겨냥해 "찢어진 가짜 빅텐트"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선 기간 중 줄곧 강조해온 '통합론'의 근거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을 연단에 올려 추켜세웠다. 이 후보는 "가짜 보수 정당에서 고생하다가 이제 제대로 된 당에 왔다"며 "혼자 얼마나 머쓱하고 쑥스럽겠나. 박수 한 번 달라"고 호응을 유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참석하며 이날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러면서 "정치란 평범한 사람 사는 삶의 현장 그 자체를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 말씀처럼 서생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멀리 바라보되 상인적 현실 감각으로 처절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정책을 정하는데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떻겠느냐. 대한민국을 더 밝게 만들 정책이면 다 잘 쓰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 유세에서는 통합론의 근거로 개혁신당을 탈당한 허은아 전 대표가 연단에 올랐다. 이 후보는 "(보수 정당이) 빨리 정신차리고 제대로 된 보수의 자리로 돌아오길 바라지만,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결국 탈출한 한 분이 있길래 모셔왔다"며 허 전 대표를 소개했다.
허 전 대표는 "국민의힘도 개혁신당도 결국 가짜 보수, 가짜 개혁이었다"며 "(그러나 이 후보는) 내가 반대쪽에 있는 당대표임에도 1년 동안 같은 태도와 배려·실행력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손잡고 함께 넘어갈 새로운 동지 허 전 대표를 환영한다.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정치도 한 번 해보자"고 화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한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날 하루에만 보수 정당을 탈당한 두 사람이 잇따라 연단에 오르며 통합의 아이콘으로 전면 배치된 셈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상욱 의원과 허 전 대표, 개혁신당 정책위의장 출신인 김용남 전 의원을 비롯해 개혁신당 소속 문병호 전 의원도 조만간 이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처음 주장한 '빅텐트론'을 선점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이와 관련 "국민이 파란색 빨간색으로 편 갈라서 싸울 필요는 없다. 내가 왼쪽이라고 해서 오른쪽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라며 "한쪽의 날개로 날 수 있느냐. 왜 좌파인가 우파인가를 가르느냐. 그냥 '양파'라고 하면 안 되느냐"라고 했다.
국민의힘을 향한 공세도 빼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날 마지막 서울 유세 일정으로 마포구 홍대 인근을 찾아 "누가 내게 '빈집털이'한 것이라는데, 그게 아니라 비어있는 국민의 집에 우리가 들어간 것"이라며 "그 집은 국민의 집이지 국민의힘 집이 아니다. 집은 왼쪽·오른쪽에도 있는데 우리가 주로 왼쪽에서 놀다가 오른쪽 집까지 들어가서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현실 속에서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나라를 밝게 하는 방법으로 유용하면 빨간 정책이든 파란 정책이든 다 써야 하는 게 아니냐"라며 "보수 정책이 국민을 위해 더 유용하면 보수 정책을 쓰면 되니, 국민들은 편 따지는 정치인을 배제하고 오직 국민만을 위한 정치 집단을 남기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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