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박주영 등 유럽리거 대거 합류, 스쿼드 변화 ´불가피´
기성용·이청용 대체카드 마련, 두꺼운 중앙 수비벽 구축 ´과제´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 막툼 경기장서 열린 바레인과의 평가전에서 힘겨운 2-2 무승부에 그쳤다. 지난 1일, 시라아전(1-1)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무승부.
그러나 두 경기는 친선전일 뿐이다. ´2007 아시안컵´ 4강에서 한국을 누른 이라크가 대회 직전 평가전에서 0-3으로 완패한 것처럼, 실전 무대와 평가전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특히 유럽리거들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펼쳐진 이번 시리아전과 바레인전은 그동안 출장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의 실전감각을 키우고 컨디션을 점검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평가전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오는 11일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평가전에서 드러난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착실한 준비를 해야 한다.
유럽리거, 어떤 조합으로 나설까?
두 번의 평가전을 치른 허정무 감독은 이란전 멤버 구성을 놓고 상당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김동진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리거들이 대거 합류, 주전 스쿼드에 큰 변화를 줘야하기 때문.
특히 좌우 풀백 자리가 골치다. 왼쪽엔 김동진·이영표, 오른쪽엔 이영표·오범석·김창수가 주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영표를 왼쪽에 쓰면 두 번의 평가전에서 ´믿을맨´ 역할을 했던 김동진의 활약이 아쉽고, 이영표를 오른쪽에 두면 오범석과 김창수가 벤치에 앉아야 한다.
이영표가 왼쪽에서 뛰더라도 오범석과 김창수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오범석이 근소한 우위를 보였지만, 김창수가 바레인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 둘의 경쟁은 안개 속에 빠져들었다.
대표팀의 공격 트렌드 ´박지성 시프트´에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염기훈이 바레인전에서 2도움을 기록한 데다, 왼쪽 윙어로서 날카로운 돌파를 선보여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염기훈을 이란전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박지성의 자리이동이 불가피하다. 기성용과 이청용이 부상으로 신음하는 중앙 미드필더 또는 오른쪽 윙어를 맡을 가능성이 높지만, 대표팀 전술을 대폭 수정해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결코 쉽지만은 않은 상태다.
박주영이 합류하는 공격진에선 정성훈의 자리가 위태롭다. 정성훈은 바레인전 포함 A매치 6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쳐 허정무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또 다른 공격수 정조국은 바레인전 부진으로 이란전 선발 출장이 어려운 상황. 따라서 최근 소속팀 AS 모나코에서 풀타임 출장하고 있는 박주영의 이란전 선발출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란 수비수들이 장신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정성훈을 그대로 기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성용·이청용 결장, 대체 카드는?
허정무호는 두 번의 평가전에서 기성용, 이청용의 부상으로 전력손실을 입었다.
기성용은 지난 1일 시리아전에서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 다음날에도 통증이 가시지 않는 등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이청용은 지난달 제주도 전지훈련에 이어 이번 바레인전에서도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후반 24분까지 아픔을 참고 뛰긴 했지만, 부상 악몽을 떨쳐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의 부상회복 여부는 이란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0대 초반으로 구성된 이들은 폭 넓은 활동 폭과 부지런한 움직임, 미드필더임에도 출중한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어 허정무호 공격력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둘이 이란전에 결장한다면 대표팀으로선 큰 손실. 따라서 이에 대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기성용 자리는 김치우·하대성·박지성 등이 메울 것으로 보이며, 이청용 자리는 박지성·최효진이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이 형성하던 미드필더 라인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기존 주전 선수들과의 호흡이 중요한 만큼, 허정무 감독은 어느 때보다도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그동안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란전에 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의 대체카드 마련은 시급한 숙제다.
중앙 수비, 최적의 대안은?
허정무호가 이란 원정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두꺼운 중앙 수비벽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두 번의 평가전에선 수비 라인이 자주 흔들리는 약점을 노출했다.
이란은 미드필더진에서 시작되는 빠른 역습과 공격수들의 폭 넓은 움직임을 전통적으로 즐기는 만큼 발이 느린 중앙 수비수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표팀 중앙 수비수들의 실수가 잦다는 점. 수비 시 수적우위에도 불구하고 상대 공격수의 마크를 자주 놓치는 문제점을 노출했으며 협력 수비수와의 호흡이 맞지 않아 몇 차례 실점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특히 바레인전에선 상대팀 크로스가 올라오는 과정에서 중앙 수비수들끼리의 활동 반경이 겹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는 제대로 공을 처리하지 못하고 후반 18분 페널티킥 허용, 후반 38분 두 번째 골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허정무 감독은 이란전 승리를 위해 이정수·조용형·강민수·김동진 중 최적의 중앙 수비 조합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강민수-조용형´ 조합을 주로 선보였지만 최근 평가전 부진으로 이렇다 할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따라서 국내 수비수 중 발 빠른 이정수와 강력한 대인방어를 자랑하는 김동진이 이들의 대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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