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해명 없는 ‘계엄’ 장관들, 국민 불신 키워 정책 동력 악화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12.09 14:19  수정 2024.12.09 16:04

비상계엄 사태 6일 지난 9일 현재

국무회의 참석 장관들 사과·해명 없어

최상목 “경제 내가 책임지겠다” 말만

신뢰 잃은 장관들 정책 동력 상실

한덕수국무총리와 관계 장·차관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현안 논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실물 경제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소비 위축은 물론 외국 투자사들의 투자금 회수도 현실로 다가왔다. 주식은 연일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 향해 치솟는다.


경제 당국에서는 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한 긴급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나, 계엄 후폭풍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3일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장관들 대부분이 대국민 사과 등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아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오후 2시 40분께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경제부총리인 제가 중심이 돼 경제팀이 총력을 다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며 “대한민국 경제 시스템이 굳건하고, 정부의 긴급 대응 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대외 신인도가 중요하다. 우리 경제 상황과 정부 대응을 국제사회에 알려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해외투자자, 국제사회와 적극 소통하겠다”며 “국제 신용평가사들을 직접 만나고 국제금융, 협력 대사를 국제기구와 주요국에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 부총리는 자신을 중심으로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 관계없이 향후 정부 정책이 국민 불안 심리를 달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최 부총리를 비롯한 부처 장관들 역시 계엄 사태에 대한 직·간접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9일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난 3일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 ▲조태열 외교통일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이 공식·비공식으로 참석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동의하지 않았다”며 “늦게 (국무회의에) 도착해 (그전) 논의한 내용은 모른다”고 했다. 이후 계엄의 위헌 여부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다가 “제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상목, 계엄 국무회의 참석 여부조차 안 밝혀


반면 최 부총리는 비상계엄 6일이 지난 지금까지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기재부 대변인실은 기자들의 참석 여부 확인 요청에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무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 여부조차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언론에서는 최 부총리가 사실상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간주한다.


최 부총리는 비상계엄 이후 지금까지 대국민 사과나 해명 없이 주요 경제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8일에는 자신이 중심이 돼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말을 내놓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 관리에 앞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부분에 대한 반성과 해명이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정부는 자신들을 믿어달라고 하는 데 믿을 수 없다”며 “지난 3일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했을 때 대한민국 국무위원이라면 몸을 던져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9시 국무회의 이후 10시 23분 비상계엄 선포 때까지 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 언론이나 야당에 미리 알려서라도 (비상계엄 선포를) 국무위원이라면 막았어야 한다”며 “비상계엄도 못 막았는데 어떻게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하겠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열린 법무부 계엄 관련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사표를 제출한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나치수용소에서 아무 생각 없이 부역한 사람들이 용서될 수 없듯이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이라는 이름으로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논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사표 제출 심경을 밝혔다.


류 감찰관은 “법무부에 도착해 회의 중이길래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계엄 관련 회의라면 제가 참석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제가 공직에 있는 동안 계엄 관련 지시사항은 절대 이행할 생각이 없으니까 저는 이 자리를 나가겠다’라고 말씀드렸다”며 “살면서 이렇게 분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고 살았는데, 이번 경우는 제가 보기에 너무나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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