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항소심 판결 조목조목 반박 "6공 후광? 오히려 손해봐…명예 되찾겠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4.06.17 13:13  수정 2024.06.17 14:14

"5·6공 정부 일원인 게 YS 정부서 도움 됐겠나"

"6공 관계로 공정위/국세청 조사…이미지 및 사업 추진에 부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SK

SK그룹이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해 300억 비자금, 6공화국 지원 여부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6공화국 특혜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그 당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반납했다고 주장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각종 조사를 받게 돼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도 밝혔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항소심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SK그룹 차원의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은 지난달 30일 항소심 선고 후 18일 만이다.


이 자리에는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과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이 자리했다.


이 위원장은 "원래 이번 소송(이혼 소송)은 (최 회장-노 관장) 개인 간 소송이어서 회사 차원에서는 개입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항소심 판결에서 'SK그룹이 6공(共)의 비자금과 비호 아래 성장한 것'이라는 정의가 내려졌다. 이제 진실을 파악해 나가는 것이 SK 회사 차원의 숙제가 됐다"고 이번 설명회의 취지를 언급했다.


그는 ▲비자금 300억원의 정확한 전달 방식 및 사용처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의 별도 존재 여부 ▲SK에 제시했다는 100억원 약속어음의 구체적 처리 결과 ▲현직 대통령 시기에 특혜로 거론됐던 내용과 사실 유무 ▲'전직 대통령의 영향력을 믿고'라는 부분의 성립 가능성 ▲장비제조업체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제한이 특혜용이었는지 여부 ▲대통령 사돈 기업으로서 손해 본 사항 등에 대해 차례로 설명했다.


먼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로 흘러들어왔다는 것에 대해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들어왔는지 세부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300억원 비자금이 들어왔다는 말만 팩트(사실)로 치부된다"면서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조사 당시 300억원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포스트잇 메모지에 나와있는 비자금 내역은 1995년 수사 당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별도의 비자금이 존재하는 것인가 파악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노 관장 측은 항소심을 진행할 당시 '비자금' 카드를 새롭게 꺼내들었다. 1990년대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343억원이 최종현 전 회장과 최 회장에게 전달됐으며 1992년 증권사 인수, 1994년 대한텔레콤(SK(주) 주식의 뿌리) 매입 등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SK에 제시했다는 100억원 약속어음에 대해서도 구체적 설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위원장은 "SK에 요구했다가 유야무야된 어음 100억원이라는 부분이 있다. 그 당시가 2013년인 것 같다. 참 애매한 표현이다. 그래서 받았다는 것인지, 안 받았다는 것인지,안받았다면 그 어음은 어디로 갔다는 것인지 후속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K가 6공화국 특혜를 받은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특혜가 무엇인가, 그 특혜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제6공화국 정부와 사돈이었던 인연이 김영삼 정부로도 이어져 한국이동통신 인수에 도움이 됐고, SK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판결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5공, 6공을 지난 이후 5공, 6공을 칭찬하고 정부의 일원이었던 점이 그 다음 정부에서 어떤 뒷배가 되고 큰 힘이 됐던 적은 없다"며 "6공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것이 그 다음(정부)으로 전달되기는 매우 힘든 사회가 아니었나, 여러분들도 다 공감하리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 관련 SK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SK

통신장비 제조업체의 서비스 진출을 법으로 막아 한국이동통신을 쉽게 인수할 수 있게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 당시 세계적인 추세였다며 관련 업계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 내려진 결론이라는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그 당시 체신부가 이 법을 발의하고 제안할 때 국내에서 많은 토론이 있었다. 규제의 한 일환이 아니냐는 주장과 통신장비업체의 지배력이 통신 서비스업으로 연결되고 그런 사업 구조가 서비스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내용도 많았다. 많은 치열한 토론 끝에 그러한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당시 허용하면 안된다는 입장이었던 체신부는 정부에서 힘이 약한 부서였다고도 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이 강한 지원 의사가 있었다면 힘이 약한 부서에 그것을 하라고 하고, 힘이 센 부서에게는 그것을 막으라고 상반된 지시를 할 수 있었겠는가. 통신업계에 오래 근무한 사람으로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6공 시기에 특혜 받은 부분은 구조적으로 어려웠다고 이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6공 시기에 받은 특혜는 생각나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있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마이너스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노태우 정부 시기 10대 그룹 매출 성장률을 비교해보면 이미 재계 순위 5위였던 SK그룹의 성장률이 9위에 그쳤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SK가 노태우 정부 압박과 종용으로 제2이통 사업권을 자진 반납한 점도 제시했다. 이후 SK는 김영삼 정부 2년 차에 한국이동통신 공개 입찰에 참여해 1994년 1월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주당 8만원 주식을 주당 33만원 5000원에 사들였는데 다른 입찰자들의 평균이 18만7400원인 점을 감안하면 2배 가량 높게 매입했다는 주장이다.


김영삼 정부 초기(1995년~1997년)부터 6공 비자금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면서 SK는 공정위/국세청의 집중 조사에 시달렸다고도 했다. 이 위원장은 "많은 규제 부처에서 SK에 대해 굉장히 센 세무조사 활동을 벌였다. 그러한 것이 기업 경영 활동에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역사적 상황을 볼 때 6공의 지원을 받아 SK가 성장한 것이 아니며, 반대로 6공과의 관계가 이후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 및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이 위원장은 주장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입증된 바 없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회사의 역사와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면서 "이를 반드시 바로잡아 회사의 명예를 다시 살리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이날 수펙스홀을 직접 찾아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이번 판결과 관계없이 제 맡은 바 소명인 경영 활동을 충실히 잘해서 국가 경제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6공의 후광’ 등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SK의 명예가 실추됐고 재산 분할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까지 발견됐다고 하니 대법원에서 바로잡아 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최태원 회장이 수펙스홀을 직접 찾아 국민에게 사과한 것에 대해 "워낙 사안이 중요해 본인이 전달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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