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투자 손실 배상액 쌓아 둬야
고금리 충격파 속 비용 부담 가중
4대 은행 본점 전경. ⓒ각 사
국내 4대 은행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새로 쌓은 연간 충당금 규모가 한 해 동안에만 1조3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지난해 4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불거진 고객들의 투자 손실과 이에 따른 보상으로 최소 2조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더 적립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고금리 충격파가 누적되면서 리스크 비용이 계속 확대되는 가운데 홍콩 H지수 ELS 사태까지 겹치면서 은행들은 대규모 충당금 폭탄에 직면하게 된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총 4조1249억원으로 전년 대비 45.5%(1조2890억원) 늘었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이 쌓은 신용손실충당금이 1조608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3.4%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9935억원으로, 신한은행은 8650억원으로 각각 116.5%와 44.6%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도 6583억원으로 0.1% 늘었다.
4대 은행 신용손실충당금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은행권의 충당금이 몸집을 불린 배경에는 치솟은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금융사의 여신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주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여기에 더해 홍콩 H지수 ELS 부실에 따른 배상으로 인해 은행권이 받는 충당금 압박은 한층 거세지게 됐다. 조사 대상 은행 등은 올해 1분기 실적에만 약 2조원에 달하는 홍콩 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금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상품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국민은행만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다.
금감원의 홍콩 H지수 기초 ELS 관련 검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2월 만기를 맞는 해당 상품 잔액 2조2000억원 중 총 손실 금액은 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더해 H지수가 지난 달 말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올해 중 추가적으로 예상되는 손실액은 4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홍콩 H지수 기초 ELS에서만 연간 5조8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이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를 주고,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통상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 홍콩 H지수 ELS에서 원금 손실이 본격적으로 확정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는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반 토막 난 탓이다.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우량 중국 국영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2021년 초까지만 해도 1만~1만2000포인트에 달했지만, 최근 5000포인트 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금감원은 홍콩 H지수 ELS 판매 과정에서 다양한 불완전판매 사례 등 위법·부당사항이 있었다고 봤다. 판매사들이 손실 위험 확대기에도 과도한 영업 목표와 부적절한 성과 지표 등을 통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하면서도, 소비자보호를 위한 판매 한도 관리나 비예금상품위원회 운영 등에는 소홀해 불완전판매 환경을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별 고객들과의 협상 결과와 홍콩 H지수 지수 추이 등에 따라 배상액이 달라지는 만큼, 은행들은 우선 적당 수준의 충당금을 쌓아두고 대응에 나서가 될 것"이라며 "고금리 리스크에 따른 충당금이 계속 확대되는 와중 새로운 대형 악재가 겹쳐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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