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코트, 김명수 거수기 전락한 '사법행정자문회의' 폐지한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4.03.18 11:03  수정 2024.03.18 11:03

사법행정 자문회의, 김명수 코트서 설치…법원장후보추천제 등 시행

지난해 9월 마지막 회의 열린 뒤 회의 소집 없어…사실상 폐지 상태

조희대, 외부 의견 수렴하는 기구 새로 도입 방안…공식 폐지 5월 전망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월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신년 덕담을 하고 있는 모습.ⓒ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임자인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설치한 '사법행정 자문회의'를 폐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회의는 김 전 대법원장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원 내 편가르기와 재판 지체의 원인으로 꼽히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 등이 자문회의를 거쳐 시행됐다.


18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작년 12월 취임한 뒤 사법행정 자문회의를 폐지하는 방안, 단순 자문 기구로 기능을 약화하는 방안 등을 두루 검토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 자문회의 폐지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자문회의를 더 이상 운영할 계획이 없다"면서 "사실상 폐지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자문회의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하기 직전인 작년 9월 마지막 회의가 열린 뒤로 지금까지 회의 소집이 없었다. 정기회의를 분기별로 한 차례씩 열게 돼 있지만 올 1분기와 2분기 회의 계획이 모두 잡히지 않은 상태다.


사법행정 자문회의는 2019년 9월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었다. 이른바 '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현직 법관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진 뒤였다.


김 전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를 사법 행정권 남용의 근원으로 지목하고 행정처 폐지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막히자 자문회의 설치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김 전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에 관한 의사 결정 과정에 자문회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방침"이라고 했다.


자문회의는 설치 단계부터 논란이 됐다. 법원행정처 권한인 법관 인사와 사법부 예산에 관한 자문과 의결을 법적 근거 없이 대법원 규칙만으로 자문회의에 맡겼다. 또 김 전 대법원장은 자문회의 의장이 되면서 위원 전원(9명)에 대한 임명권을 가졌다.


진보 성향 판사들이 주도하던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위원 3명을 추천하도록 하면서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 3명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김 전 대법원장의 우군(友軍) 격이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도 "대법원장 결정에 명분만 주는 거수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실제로 김 전 대법원장이 주요 안건을 올리면 자문회의가 그대로 결론을 내렸다. 지방법원 소속 판사들이 추천한 법관 중에서 법원장을 임명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 시범 실시와 전국 확대도 각각 2020년 10월, 2021년 6월에 자문회의를 통과한 뒤 시행됐다. 한 부장판사는 "김 전 대법원장이 특정 이념 성향 판사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하는 과정에 자문회의를 동원한 것"이라며 "이후 법원 내 편가르기, 재판 지체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2021년 10월 자문회의를 통과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에 대해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위한 방탄용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제도는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사건 관계인을 심문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법무부·검찰뿐 아니라 대한변호사협회, 공수처와 경찰이 모두 반대했다. "범죄 혐의자가 수사 기밀을 미리 파악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였다. 당시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자문회의 결정을 토대로 추진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김 전 대법원장이 자문회의를 핑계 삼아 무리한 정책을 시도하면서 자신은 책임을 지지 않는 식으로 '위원회 행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 자문회의를 폐지하면서 외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구를 새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회의 공식 폐지는 오는 5월 이후 대법관 회의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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