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기술만 제대로 선보여도 우승´

´점프의 정석´이라고 평가받던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예상하지도 못했던 ´롱 에지(wrong edge, 점프할 때 잘못된 날 방향으로 뛰는 것)´ 파문에 휘말렸지만, 보여줘야 할 연기만 제대로 보여준다면 월드 그랑프리대회 5회 연속 우승에는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체육관 특설링크서 벌어졌던 쇼트 프로그램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고도 ´롱 엣지´ 판정을 받으며 예상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받은 김연아는 8일 오후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퍼펙트´ 연기를 펼치며 월드 그랑프리 7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 2006-0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 그랑프리 트로피 에릭 봄파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월드 그랑프리 첫 우승 감격을 누린 김연아는 러시아 세인트피터스버그서 벌어진 그랑프리 파이널 정상에 올랐고 지난 시즌에는 컵 오브 차이나, 컵 오브 러시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급기야 지난달 벌어졌던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6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에서 보여줄 연기 가운데 가장 기본 점수(Base Value)가 높은 것은 첫 번째인 트리플 플립, 트리플 토룹 컴비네이션으로 9.50점이다. 지난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에서는 1.00점의 가산점(GOE)까지 받아 여기서만 무려 10.50점을 챙겼다.

문제는 이후 김연아가 자신의 기술을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다.

김연아가 두 번째로 보여줄 기술이 트리플 룹이지만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에서는 싱글 룹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5점이나 까먹었다. 트리플 룹은 5.00점 또는 5.50점을 받는 기술이지만 싱글 룹은 0.50점밖에 받지 못한다.

세 번째로 선보일 트리플 러츠, 더블토룹, 더블룹은 기본 점수가 8.80점으로 두 번째로 가장 많은 기본 점수가 달려 있다. 트리플 러츠 역시 6.60점의 기본 점수가 있다.

또 김연아는 자신이 보여주는 기술에서 레벨을 높일 필요가 있다.

김연아는 실제로 스케이팅 아메리카 대회에서 체인지 스핀 컴비네이션과 스파이럴 시퀀스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레벨 4을 받았고, 플라잉싯스핀과 플라잉스핀컴비네이션에서도 비교적 높은 레벨 3을 받았다. 레벨 하나가 낮아질 때마다 0.50점에서 0.70점 차이가 나기 때문에 높은 레벨을 받을 필요가 있는 것.

결국 김연아는 자신이 보여줄 기술만 완벽하게 소화한다면, 판정단의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가는 GOE를 제하고도 기술점수에서만 60점이 넘는 높은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스케이팅 기술이나 표현력 등을 따지는 프로그램 구성점수는 안도 미키(일본) 등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경쟁자가 기술점수에서 한껏 높인다고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점수가 된다.

김연아가 ´롱 에지´를 마음에 두고 경기를 펼친다면 점프할 때마다 여기에 신경 쓰느라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줄 수 없다. 아직 채 20세가 되지 않은 김연아가 마음에 둘 여지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김연아는 시니어 데뷔 이후 줄곧 승부사 기질을 보여준 만큼 판정 논란에 초월할 필요가 있다. 이미 기술과 프로그램 구성에서는 세계 최고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김연아 프리 스케이팅 기술 (번호는 순서)

① 3F+3T /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룹
② 3Lo / 트리플 룹
③ 3Lz+2T+2Lo / 트리플러츠+더블토룹+더블룹
④ FSSp / 플라잉싯스핀 (레벨)
⑤ 2A+3T / 더블 악셀+트리플 토룹
⑥ 3LZ / 트리플 러츠
⑦ SpSq / 스파이럴 시퀀스 (레벨)
⑧ 3S / 트리플 살코
⑨ FCoSp3 / 플라잉스핀컴비네이션 (레벨)
⑩ SISt3 / 직선 스텝
⑪ 2A / 더블 악셀
⑫ CCoSp / 체인지 스핀 컴비네이션 (레벨)


■2008-09 ISU 시니어피겨 그랑프리 3차대회 김연아 경기일정

△ 여자 프리스케이팅 - 8일 오후 5시 35분~7시(SBS TV 생중계)
△ 갈라쇼 - 9일 12시10분~2시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