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7)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대의 관건은 바로 ‘탈(脫) 스쿼드 플레이어’다.
하지만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매 경기마다 스타팅 라인업을 바꾸는, 이른바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의 창시자며 지금까지 이 전술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맨유는 베스트 11이 아닌 20여명의 ‘주전급’ 가용 자원을 바탕으로 그동안 많은 승리를 따냈다. 선발과 조커, 또는 결장을 오가는 웨스 브라운을 비롯해 존 오셔, 카를로스 테베즈 등이 대표적인 스쿼드 플레이어라 할 수 있다.
박지성도 이들과 함께 스쿼드 플레이어에 속한다. 박지성은 EPL 데뷔 첫 시즌 30경기에 출장했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 두 번의 큰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루이스 나니가 합류하며 주전 경쟁에 불이 붙었다.
붙박이 주전 선수와 스쿼드 플레이어는 분명 다르다.
중요한 경기에서는 포지션별 기량이 가장 뛰어난 선수가 출전하는 특성상 스쿼드 플레이어는 교체 멤버에 머물러야 한다. 따라서 박지성은 지난 5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전에서 출장 엔트리에서 조차 빠진 것을 비롯해 올 시즌 현재까지 3경기 연속 결장하고 있다.
박지성이 꾸준히 주전으로 출장하지 못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한다.
먼저,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골을 잘 넣는 선수’가 아니다. 퍼거슨 감독은 2005-06시즌 막판 “박지성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골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더니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골 결정력 부재를 이유로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박지성은 지난 9월 21일 첼시전서 시즌 첫 골을 넣으며 퍼거슨 감독의 판단이 틀렸음을 증명했지만, 이후 추가골을 터뜨리지 못하며 퍼거슨 감독의 꾸준한 믿음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두 번째는 맨유에서 부여받은 역할. 동료들이 공간을 좁힌 상황에서 간결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격을 풀어가는 것에 비해 박지성은 이들과 다른 공간에서 공을 기다리는 모습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박지성이 공을 잡으면 팀의 문전 침투가 용이하나 반대로 공격 전개 과정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좋은 위치에서 골을 터뜨리는 경우가 적어 골대 바깥으로 스치는 슈팅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는 바로 박지성의 부지런한 스타일이다.
맨유 선수들 가운데서도 많은 활동량과 적극적인 움직임을 과시했으나 이에 따른 체력 소모가 동료 선수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한일 월드컵 시절부터 강철 체력을 과시했던 그가 ‘빠르고 거친’ 프리미어리그로 무대를 옮기자 최근 2년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따라서 자신과 스타일이 정반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장하는 것은 ´혹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박지성의 앞날이 결코 비관적이지 않은 이유는 ‘긱스 포지션 이동-나니 불안정’이 있기 때문이다. 퍼거슨 감독은 긱스의 많은 나이 때문에 그를 윙어로 기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나니는 지난 6일 셀틱전 부진으로 전반전만 출장, 여전히 팀의 주전급 선수로 도약하지 못했다. 박지성이 나니와의 주전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지난 시즌까지 조커에 불과했던 대런 플래처가 올 시즌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 잡은 사례를 볼 때, 박지성에게도 분명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플래처가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발휘했던 것처럼 박지성도 퍼거슨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주무기’를 발휘해야 할 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막대한 자본 유입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비중이 커졌으며 특히 강팀에서의 주전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장밋빛 미래를 누리려면 기존의 위치에서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하다. 맨유에서 ‘스쿼드 플레이어’로 커리어의 끝을 맺기 보다는 ‘맨유의 절대적인 중심 선수’로 마무리 하는 것이 앞날 성공의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지성이 속한 맨유는 8일 오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서 열리는 2008-0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에서 ‘라이벌’ 아스널을 상대로 리그 선두권 진입을 노린다.
두 달 전 첼시와의 런던 원정 경기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렸던 박지성이 이번에는 맨유 아스날전에 출장해 시즌 두 번째 골을 작렬하며 팀 승리를 이끌지 주목할 만하다.[데일리안=이상규 객원기자]
2008-09시즌 EPL 맨유 아스날전 중계예고 - 8일 오후 9시 45분 (MBC ESPN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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