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 770조 육박…올해 9.3%↑
이자 부담에 여신 건전성 악화
코로나發 금융 지원까지 '복병'
빚 부담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에서 기업에 나간 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65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고금리 부담에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연체율이 1년 만에 1.5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 년 째 계속돼 온 금융지원 정책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68조924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3%(65조2501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기업대출이 175조596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0% 증가하며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대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시 159조1661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56조1105억원으로 각각 15.4%와 6.4%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우리은행도 142조2959억원으로, 농협은행은 135조7559억원으로 각각 10.1%와 6.8%씩 기업 대출이 증가했다.
5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처럼 대출이 확대되는 건 그 만큼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빚을 내 버티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기업대출에서의 연체가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올해 3분기 말 평균 0.33%로 전년 동기 대비 0.12%포인트(p) 높아졌다.
은행별로 봐도 흐름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0.42%로 같은 기간 대비 0.17%p 오르며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0.32%로 각각 0.09%p와 0.14%p씩 해당 수치가 뛰었다. 신한은행도 0.31%로 국민은행은 0.26%로 각각 0.09%p와 0.13%p씩 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했다.
치솟은 연체율의 배경에는 역대급으로 높아진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이렇게 높은 금리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서, 한은도 내년 하반기나 돼야 손을 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더욱 염려스러운 측면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3년 넘게 지속되고 있어서다.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대출 중 상당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왔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인하로 전환되더라도 대출 연체율은 내년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며 "기업의 자금 수요와 부실 관리 사이에서 은행권의 고민이 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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