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붐, 지속 가능할까?”…K-콘텐츠, 글로벌 성과 뒤 남는 우려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12.09 09:56  수정 2023.12.09 09:57

해외 관심 확대하려면…IP 숙제 해결 필요

‘김비서가 왜 그럴까’, ‘W’ 등 국내 인기 드라마들이 해외에서 연이어 리메이크되고 있다. 일본, 대만,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 국내 드라마의 글로벌 인기와 맞물려 작품의 숫자도, 리메이크 시도 국가의 다양성도 확대되고 있다.


다만 지금처럼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흥행을 주도하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결국 가능성 확대가 국내 제작사들의 저변 확대로 이어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뷰

최근 아시아 지역 OTT 플랫폼 뷰(Viu)가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필리핀 드라마로 재탄생된다고 밝혔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리메이크 버전이 내년 필리핀 미디어 기업 ABS-CBN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뷰는 앞서 드라마 ‘W’가 말레이시아 현지 드라마로 재탄생된다고 밝혔으며, ‘그녀는 예뻤다’, ‘블랙’ 등의 리메이크 버전도 뷰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였었다.


뷰는 ‘재벌집 막내아들’, ‘모범택시2’ 등을 비롯해 ‘7인의 탈출’, ‘오늘도 사랑스럽개’, ‘낮에 뜨는 달’, ‘혼례대첩’ 등 여러 콘텐츠들을 공개 중인데, 국내 콘텐츠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을 넘어, 적극적인 리메이크 시도를 통해 가능성을 확대 중인 것이다.


이 외에도 영화 ‘7번방의 기적’이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 돼 사랑을 받는가 하면, ‘30일’의 중국 리메이크 소식이 전해지는 등 국내 인기 영화, 드라마들이 해외 제작사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제작사 관계자들은 “커진 관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다만 최근 글로벌 OTT들이 흥행을 주도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국내 제작사들의 기회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OTT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이에 국내 콘텐츠들의 글로벌 가능성이 확대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넷플릭스처럼 IP(지식재산권)을 모두 독식하는 방식이라면 결국 ‘죽 쒀서 남 주는’ 일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공개 당시 해외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지만, IP를 넷플릭스에 모두 넘기는 계약 방식으로 이후 추가 수익을 얻지는 못했었다. 여기에 ‘오징어 게임’ 세계관을 활용한 예능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가 미국의 예능으로 제작돼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 “씁쓸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즉 2018년 작품 ‘김비서가 왜 그럴까’, 2016년 시청자들을 만난 ‘W’ 등 지금 리메이크 바람이 활발하게 불고는 있지만, 최근 흥행작들의 복잡한 IP 계약 문제를 고려하면 이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지지 못하거나, 국내 제작사의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와도 이제는 협상의 여지가 열렸다고는 하지만, 사실 어려운 중, 소 제작사들 입장에선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을 맺는 것이 힘들다”면서 “국내 콘텐츠들을 해외에서 주목하고, 또 IP 하나로 또 다른 활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에 한정된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라며 제작사 간의 격차가 심화될 수 있음을 짚었다.


중, 소 제작사들을 위한 법 제정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엔 유튜브 콘텐츠도 어느 정도 퀄리티를 내지 않으면 외면을 당한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제작비 규모도 커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리스크도 커진 상황에서 중, 소 제작사들이 IP 활용 가능성 하나만 믿고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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