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팔 한쪽’에 달린 두산로보틱스의 미래

경기 수원 =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3.12.07 14:00  수정 2023.12.07 18:38

류정훈 대표 "세계 최고 로봇 아닌 세계 최고 '팔' 만들겠다"

올해가 '로봇 사업의 원년'…내년 흑자전환 예상

단품으로 팔던 로봇, '패키지' 판매로 전환…"고객과 협의중"

5일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가 경기도 수원시 두산로보틱스 공장에서 열린 '두산로보틱스 미디어데이'에서 로봇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우리는 머리로 일하지 않습니다. 팔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기에 모든 동작의 ‘아이덴티티(Identity)’는 팔입니다. ‘팔’은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기에 저희는 세계 최고의 팔을 만들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크게 대단해 보일 게 없는 ‘팔 한쪽’. 하지만 여기에 두산로보틱스의 현재와 미래가 달려 있었다. 류정훈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1등을 거머쥐겠단 원대한 포부보다도 ‘로봇 팔’ 하나로 일상을 바꿀 수 있는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경쟁사들과 다른 두산로보틱스만의 비전을 제시했다. 류 대표는 “저희는 세계 최고 로봇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니다. 사람들을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게 중요 포인트”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람의 일상 속에 스며든 이 로봇 팔은 가벼운 터치 한 번 만으로 두산로보틱스의 앞길은 물론 사람들에게 보다 윤택한 삶을 제시하고 있다.


5일 방문한 두산로보틱스의 수원공장은 여타 봐왔던 크고 무겁고 딱딱한 제조공장과는 달리 단출한 연구실 같은 이미지를 풍겼다.


곳곳은 그야말로 ‘로봇 천지’다. 앞마당에선 가끔 찾아 온다 하는 ‘ 롸버트 치킨’ 푸드트럭에서 로봇이 치킨을 튀기고, 로비에서는 로봇이 커피를 내려준다.


동시에 그런 일을 하는 로봇들의 제작도 이뤄진다. 2층에는 자동화셀 설비에서 모듈이 만들어지고, 1층에서는 수동으로 셀을 제작하며, 로봇을 조립하고 있었다. 고객에게 인도되길 기다리는 로봇들도 이곳에 쌓여 있었다. 로봇은 하루 평균 10대 정도 만들어지며, 인원은 25명으로 이뤄졌다.


두산로보틱스 수원공장 1층 내부 전경 ⓒ두산로보틱스

단품으로 팔던 로봇팔을 ‘턴키(Turnkey)’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하려는 두산로보틱스의 전략 답게 로봇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상당히 꼼꼼했다. 앞서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로봇에다 고객이 사용하는 데 필요한 솔루션까지 같이 포함한 패키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제작 공정은 크게 조인트 모듈(Joint Module) 공정, 모듈에 팔과 케이블을 조립하는 로봇암(Robot Arm) 공정, 로봇을 시운전 하는 시운전 공정, 정확도, 정밀도 등을 검사하고 조율하는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공정 등 4가지 공정으로 구성됐다.


조인트 공정에서는 로봇의 각 관절을 구성하는 모듈을 생산하며, 8개 수동 셀과 자동화셀 까지 총 9개의 조립 셀로 구성됐다.


보통 모듈 1개를 생산하는 데에는 약 6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자동화셀을 이용하면 시간은 약 37분으로 축소된다. 이는 생산 효율성 약 38%를 증가시킨다. 두산로보틱스는 내년에는 총 9개의 자동화셀 설비를 구축해 수원공장의 생산 규모를 기존 2200대에서 약 2배 증가한 4000대로 늘릴 예정이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 만드는 로봇 공장’으로의 탈바꿈이 목표다.


두산로보틱스 수원공장 생산라인 증설에 도입될 자동화셀 ⓒ두산로보틱스

정밀 기기인 로봇 제작에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품질 검사는 필수다. 모듈 조립 과정부터 품질 검사가 시작된다.


모듈 조립 시에는 각 단계 별로 총 4번의 IPT(In Line Process Test)를 진행하는데, 조립 단계 별로 정상 조립 여부를 확인하고 IPT 데이터를 수집해 통계적 품질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또 주요 부품인 모터, 브레이크 등을 조립할 때 바코드를 부착해 추후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원인 분석과 개선이 가능토록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로봇암 조립 공정은 총 3개 셀로 구성됐다. 완성된 6개의 조인트 모듈을 케이블로 연결해 로봇의 완제품을 조립한다. 소요 시간은 약 2.5시간이다. 이 공정에서는 작업자 모두가 다기능공화 되어 있어서, 어떤 모듈이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혼류 생산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시운전 공정에서는 다양한 검증을 진행했다. 시운전은 무부하 테스트는 1시간, 부하 테스트는 12시간, 총 13시간 동안 진행된다. 연초만해도 총 16시간의 시간이 걸렸지만, 지속적인 동작 연구를 통해 시운전 시간을 단축했다고 한다. 13시간에 걸친 시운전 결과값들은 로보틱스 자체 생산운영시스템에 저장돼 관리한다.


시운전 공정에서 로봇의 동작 여부를 테스트했다면, 캘리브레이션 공정에서는 로봇의 위치에 대한 반복도, 정밀도, 정확도를 확인하고 미세 조정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레이저트래커(Laser Tracker) 장비가 구축됐는데, 레이저를 통해 로봇의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공정이 끝나면 출하 전 마지막으로 품질팀 주관으로 출하 검사를 진행한다. 출하검사 시 외관부터 기능, S/W 등까지 최종적으로 검사가 완료되면 포장 후 출하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치킨 솔루션 ⓒ두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의 궁극적 목표는 ‘영역의 확장’이다. 산업 현장에서나 볼 수 있던 로봇은 어느새 식당, 병원, 백화점 등까지 침투한 데 이어 이제는 가사 영역에서의 활동도 넘보고 있다.


류 대표는 “일단 인건비 비싼 곳에서는 로봇을 쓸 수밖에 없다”며 “과일수확, 수술 보조, 가사노동. 집에서 설거지나 청소 이런 것들은 대안이 있다면 시키겠지만 대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사람이 하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대응하는 로봇솔루션이 나온다면 이곳은 정말 큰 시장이다. 아직까지 침투율이 2%밖에 되지 않는 것은, 기술력 때문이 아니다. 고객이 원하는 곳까지 가려면 현존하는 모든 기술들을 잘 융합해 고객이 원하는 가격 수준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지향점에 걸맞게 두산로보틱스 로봇은 미려하고, 가볍고, 편리하고 특히 안전했다. 실제 손바닥으로 로봇을 가볍게 밀어봤더니 바로 작동이 멈췄다.


류 대표는 “로봇은 사람 옆에 있어야 하기에 안전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나중에 로봇은 집 안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두산로보틱스는 받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등급을 받았다. 경쟁사 누구보다 높은 등급”이라고 강조했다.


협동로봇 교육용 키트 ⓒ두산로보틱스

‘스마트함’도 빠질 수 없다. 두산로보틱스는 혁신의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초창기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 두산로보틱스는 사업에 착수한지 2년 만에 ‘M 시리즈’를 시장에 내놓았다. 협동로봇 업계 최고 기반하중 15kg, 최장 리치 1700㎜. 전축에 관절힘 센서 탑재. 그리고 한 종류도 아닌 동시에 4개 종류의 협동로봇 라인업을 선보였다. 가격은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또 다른 혁신 결과물 최근 개발한 소트프웨어 플랫폼 ‘다트 스위트(Dart Suite)’도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사업 초기부터 사용자 중심의 협동로봇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써왔다.


그 결과 지난 10월 스마트폰과 유사한 사용 환경을 제공해 개발자, 사용자 모두가 협동로봇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생태계 다트 스위트를 출시했다. 다트 스위트는 윈도우, 맥, 태블릿, 안드로이드 등 어떤 기기에서나 사용이 가능하다.


혁신을 거듭한 결과 두산로보틱스는 고객 수요에 맞춘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첫 모델 M시리즈를 비롯한 생산 효율성과 가격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A시리즈, 최대 25kg로 당시 가장 무거운 가반하중을 지닌 H시리즈, F&B에 특화된 E 시리즈 등을 출시했다. 2026년까지 총 17개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의 흑자 전환 예상 시기는 내년으로 예상했다. 패키지 상품을 중심으로 현재 고객과 협의 중인데 올해가 원년이 돼 내년부터 볼륨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여타 대기업들의 진출이나 중국의 공세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술력을 후발주자에게 쉽게 추격당하지 않을 뿐더러 ,중국의 북미, 유럽 등 시장 진출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지향점은 ‘힘센 팔’이 아닌 ‘친절한 팔’이다. 굳이 더 무거운 물건을 들고 높은 곳까지 닿는 로봇은 만들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류 대표는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까지 성능 좋은 로봇이 필요한가 싶다”며 “사람들과 함께하는 로봇인 만큼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 반경에서 움직이고, 사람의 키와 몸무게가 비슷한 로봇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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