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벌써 2번째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걷거나 뛰면 충격 20배 가해져"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3.12.06 05:00  수정 2023.12.06 05:00

최근 10년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 최소 6건 발생…올해 6월에도 수내역서 발생

서울교통공사 운영 지하철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 10곳 중 3곳은 역주행 방지장치 설치 안 돼

전문가 "사람들이 뛰어다니면서 충격 가해진 것…안전점검서 부품고장 눈으로 확인 어려워"

"자체점검 및 정기검사 횟수 두 배로 늘려야…파손 잦은 부품 사용연수 지정해 사전에 교체해야"

4일 오전 출근길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오작동하는 사고가 발생해 시민 1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연합뉴스

지난 4일 오전 출근길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역주행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해당 에스컬레이터는 '역주행 방지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만 벌써 두번째 역주행 사고다 보니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고의 원인에 대해 에스컬레이터에 너무 많은 인원이 탑승하면서 모터에 과부하가 걸려 역주행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행동은 부품에 20배의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에스컬레이터 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올바른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4일 오전 8시 42분께 경복궁역 내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역주행해 시민 10여 명이 넘어졌다. 행정안전부와 교통공사는 사고 직후 해당 에스컬레이터 운영을 중단하고 동일 기종에 대해 전수 점검을 진행하는 한편,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등과 함께 구체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도 출근 시간 분당선 수내역에서도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14명이 다쳤다. 이 밖에도 서울대입구역, 야탑역 등에서 최근 10년간 최소 6건의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가 발생했다.


이렇듯 역주행 사고가 반복되자 정부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새로 설치하는 에스컬레이터에 보조 브레이크 격인 '역주행 방지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만들어진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설치 비용과 기술적 이유로 순차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현재도 역주행 방지장치 없이 운영되는 곳이 상당수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는 총 1837대로, 이 중 역주행 방지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에스컬레이터는 620대(33.8%)다. 사고가 발생한 경복궁역 에스컬레이터는 역주행 방지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관련 법률이 2019년 제정돼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역주행 방지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운영하는 대수가 많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만큼 한순간에 끝내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역주행 방지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에스컬레이터 중 547대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설치를 마무리할 예정이고, 구조적으로 설치가 어려운 73대는 2025년 에스컬레이터를 교체하면서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근길 지하철역ⓒ뉴시스

이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교통공사 측은 주기적으로 안전 점검을 하고 있지만, 이번 역주행 사고가 발생한 에스컬레이터는 한달 전 실시한 검사에서 '양호'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설물 안전 점검이 지나치게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왕열 우송정보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이번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의 경우 사람들이 너무 많이 타 모터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라며 "공사가 역주행 방지장치를 설치하기 전까지는 인력통제를 해서 과부하를 막아야 한다. 출퇴근길 역사에 사회복무요원을 배치해 과도하게 탑승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황수철 한국승강기대 교수는 "에스컬레이터는 보통 20~30년 사용해도 문제가 없도록 설계한다. 그럼에도 역주행사고가 발생하는 건 출근길 사람들이 뛰어다니면서 충격이 가해진 것"이라며 "안전점검에서 부품이 고장난 게 확인되는 경우도 있지만,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을 체크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우리 사회 전체가 에스컬레이터는 걷거나 뛰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사람이 움직이면 가만히 서 있을 때보다 발판에 가해지는 충격이 20배 증가한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뛰거나 걸어다니는 행동만 하지 않아도 역주행 사고는 1/10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 교수는 "에스컬레이터 자체점검을 한달에 한번 하던 걸 두 번으로 늘리고 일년에 한번 하던 정기검사를 두 번으로 늘리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역주행 사고를 줄일 수 있겠다"면서 "또 파손·마모가 잦은 부품을 사용연수를 정해 의무적으로 교체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피로가 누적되기 전에 사전에 교체를 하자는 의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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