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보내주자 [기자수첩-정치]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5.13 07:00  수정 2025.05.13 08:33

윤석열 "김문수 지지한다" 표명하자

홍준표 "이재명 나라서 살아보라" 직격

김문수·한덕수 '윤픽'이었더라도…

이젠 벗어나야…"이재명 對 윤석열 구도면 끝"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에서 오전 재판 종료 후 식사를 위해 나서다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대(對) 윤석열 구도로 가면 끝입니다."


최근 식사를 함께 했던 국민의힘 한 의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심각한 표정으로 꺼낸 말이다. 이미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돼 자연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런데 '이재명 대 윤석열' 이라니? 그 이면에 담긴 의미는 섬뜩할 정도였다.


그 의미를 잘 담아낸 한 문장이 있다. 이번 대선 경선 패배를 마지막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가 12일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지운 한 문장이 그것이다. 홍 전 대표가 쓴 글은 윤 전 대통령을 향한 것이었다. 그가 쓴 글은 "이재명 나라에서 한 번 잘 살아보라"는 것이었다.


홍 전 대표가 이렇게까지 반응한 이유는 윤 전 대통령의 입김이 21대 대선 경선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홍 전 대표는 "30년 정치를 했는데도 어쩌다가 한x(놈)한테 두 번이나 네다바이(남을 속여 금품을 빼앗는 범죄) 당하냐"고 적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개입설을 주장한 이유는 전날 등장한 '국민께 드리는 호소'라는 글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해당 글에서 "이번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은 격렬한 논쟁과 진통이 있었지만, 여전히 건강함을 보여줬다"며 "한덕수 전 총리께서 출마 선언 당시 밝히셨던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의 번영을 위한 사명'은 이제 김문수 후보와 함께 이어가야 할 사명이 됐다"고 적었다. 홍 전 대표는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사실상 '윤픽'이었다고 본 것이다.


홍 전 대표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에겐 '윤석열'이란 색이 강하게 묻어 있는 게 사실이다.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내각의 일원이다. 심지어 두 사람이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된 것은 계엄에 대해 애매한 자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이해한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을 향해 동정 여론이 일었고, 그를 지키려는 극단 세력이 정치권에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처음부터 계엄과 탄핵에 사과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나 안철수 의원은 결국 대선 경선의 경쟁을 뚫어내지 못했다.


그 때까진 그럴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때는 '당내 경선'이었기 때문이다. 당원들이 주인인 당에선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을 향한 동정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었고,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을 감싸는 후보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출된 것이 김 후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제는 당내 싸움이 아니라 외부 싸움이다. 싸움의 상대는 이재명 후보다. 이 후보를 이기기 위해 필요한 건, 이 후보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중도층의 지지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중도층이 이재명 후보만을 미워할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오히려 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 전 대통령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중도층이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를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최선의 인물이나 차선의 인물을 뽑는다기보단 '최악'을 피한 '차악'을 뽑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 후보가 전과 4범에 12개 재판을 받고 있단 사실을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높은 지지율이 나오고 있단 건, 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을 더 최악으로 보고 있단 게 아닐까.


국민의힘이 최악을 벗어나 차악으로 가고 싶다면, 이제는 윤 전 대통령을 보내줘야 한다. 제 발로 당을 떠나는 탈당이라면 좋겠지만, 최소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이 나오거나, 기존 발자취를 따라가는 그림이 나와서는 안 된다.


"윤 전 대통령이 김 후보 지지를 밝혔다. 당 입장에서는 중도 확장을 가로막는 심각한 악재다. 이번 대선이 윤석열과 이재명의 대결이 되면 필패"라는 양향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말과 "이 시점에선 대통령이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더라도 인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김대식 의원 등이 꺼낸 당내 의견을 무시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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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표가 아직 철이 덜들었다. 문제는 윤대통령이 아니라 한동훈의 인간 말종적 배신행위다.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2025.05.1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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