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리, 韓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자수첩-유통]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3.12.06 07:02  수정 2023.12.06 07:02

마동석 모델로 발탁하고 최저가·배송 기간 단축 앞세워 공략

가품 판매 여전…"근본적인 대책과 신뢰 높이지 않으면 역부족"

ⓒ알리 광고 캡처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해외직구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알리가 내세운 최저가 전략이 고물가 시대와 맞물려 초저가·가성비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상황과 잘 맞아떨어진 셈이다.


지난 2018년 한국에 첫 진출한 알리는 올해 배우 마동석을 전속 모델로 발탁하고 최저가, 배송 시간 단축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 10월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61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내년에는 국내에 물류센터를 건립해 본격적인 점유율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연 알리가 레드오션인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성장세 둔화와 동시에 쿠팡·네이버 양강 구도를 굳혀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알리가 현재의 양강체제를 깨고 3강 구도로 개편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특히 가품 판매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 브랜드 짝퉁 판매 문제로 질타를 받았다.


당시 장 대표는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가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알리 앱에서 중국의 대표 디지털 제품 브랜드 샤오미는 영문 브랜드명 ‘Xiaomi’가 아닌 ‘Xioami’로 판매되는 가품 제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6 가품도 3만원 초반대에 버젓이 팔리고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세관에서 적발된 국내 짝퉁 직구 제품은 2018년 1만403건에서 지난해 6만2326건으로 6배가 됐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적발 건수만 4만1343건에 달하며, 이 중 99.5%는 중국에서 왔다.


최근엔 700억원어치 중국산 짝퉁 명품 제품들을 국내로 밀반입한 일당이 세관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20일 인천항을 통해 정품 시가로 785억원 상당의 명품 짝퉁 물품을 몰래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밀반입 짝퉁 물품은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74개 유명 명품 브랜드의 상품으로 5만1000여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품질·불량 제품, 고객서비스(CS) 불만 등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오죽하면 ‘알리에서는 계속 쓸 거 말고 쓰다 버리면 그만인 제품들을 사야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알리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주 고객층과 인기(선호) 상품이 달라서다. 알리의 경우 남성들이 주 고객층이며, 차량·캠핑용품 등이 잘 팔린다.


알리가 국내 시장에서 오랫동안 롱런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신뢰를 쌓지 못한다면 국내 시장을 교란할 뿐 싼 맛에 한번 써보고 두 번은 이용하지 않는 플랫폼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말이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논의 중인 정부와 정치권도 해외 플랫폼에 대한 대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해외 플랫폼 기업들이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은 챙겨가는 반면 가품이나 품질 논란, 반품 문제 등 소비자 불편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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