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용 은행 통장·카드에 담긴 '금융 방정식'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3.09.24 06:00  수정 2023.09.24 06:00

은행권 '어린이 서비스' 총력

규제 완화 덕에 상품 다양화

중·고등생 절반 유스 앱 경험

미래 고객 사로잡기 물밑경쟁

유스카드 이미지. ⓒ토스

국내 은행들이 잇따라 어린이와 청소년 고객을 잡기 위한 유스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가상 계좌에 선불금을 충전해놓고 쓰는 단순 결제서비스를 넘어 청소년 실명 계좌 기반의 은행 서비스까지 다양하게 발전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변화에 더욱 힘을 보태는 가운데, 미래 고객을 사로잡으려는 은행권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아이들이 금융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아이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모가 아이를 위한 계좌를 개설을 하거나 금융상품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서류들을 가지고 영업점에 가야만 했다"며 "이 모든 과정을 토스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비대면으로 구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오랜 기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금 상품을 내놓고, 아이 스스로 계좌와 적금을 사용하거나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해 건전한 금융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포괄적인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부연했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업계는 가상 계좌에 선불금을 충전해놓고 체크카드처럼 쓰는 청소년용 결제서비스를 선보이며 미래 고객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2020년 9월 청소년을 위한 선불서비스 카카오뱅크 미니를 출시한 것이 시초다. 만 14~18세 미만 고객 대상으로 하며 최대 50만원까지 보유가 가능하고 하루 30만원, 월 200만원까지 쓸 수 있다. 관련 카드를 발급받으면 결제, 현금자동입출금기 입·출금이 가능하다. 첫 주자답게 카카오뱅크 미니의 지난달 말 기준 가입자 수는 약 157만명에 달했다. 이들의 82%인 129만명이 미니 카드를 발급받았다.


핀테크업체인 토스도 2021년 12월에 7세부터 사용할 수 있는 토스 유스카드를 선보였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말 14세부터 18세까지 이용할 수 있는 선불충전금 서비스 하이틴을 내놨다.


카카오뱅크 미니. ⓒ카카오뱅크

시중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이 어린이·청소년 전용 플랫폼인 아이부자 서비스를 선보였다. 부모와 자녀가 각자 휴대폰에 앱을 설치한 뒤 선불 충전금을 활용해 용돈을 관리할 수 있다. 14세 미만이면 하루 5만원, 월 50만원까지 이용한도를 제한, 청소년 유해업종 사용도 막는다. 올해 5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뒤이어 KB국민은행이 14~18세 청소년의 금융거래를 지원하는 리브 넥스트 플랫폼을 개설했고 신한은행도 태아부터 이용 가능한 금융 플랫폼 리틀 신한 케어를 내놨다. 우리은행이 지난 6월 가장 뒤늦게 청소년 전용 선불 서비스 우리 틴틴을 출시했다.


은행권이 청소년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잠재 고객을 먼저 확보하려는 전략적인 차원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익숙한 Z세대에게 편리한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경험하게 하면, 금융사를 갈아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잘파세대의 금융 인식 특징과 거래 특징의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46.2%는 첫 거래 금융기관으로 인터넷은행이나 유스 앱을 이용했다. 중·고등학생 절반은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청소년 특화 금융 앱에서 처음 금융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보고서는 "중·고등학생이 가장 많이 인지하는 브랜드는 시중은행이 아닌 인터넷은행이었고, 처음 거래를 시작한 금융기관도 인터넷은행이나 유스앱"이라며 "청소년 특화 앱 출시 후 중고등학생의 거래가 앱 기반으로 급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비대면 계좌 개설 규제를 풀어주면서 청소년을 위한 실제 은행 서비스 경쟁은 더욱 다양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개편했다. 기존에는 부모가 자녀 계좌를 개설하려면 영업점을 방문해 가족관계 입증서류들을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비대면으로도 부모의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를 내면 즉시 모바일로 자녀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은행도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실제 계좌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는 모양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미성년자 자녀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우리아이 통장 만들기' 비대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아이 계좌개설 서비스가 자녀들의 용돈 관리 등 자산형성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상품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다양한 메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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