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PERI-데일리안 심포지엄] "경기부양으로 재정 바닥난 각국 정부…조세정책 개편 불가피"

박영국기자 (24pyk@dailian.co.kr), 김성아 기자

입력 2023.06.20 17:44  수정 2023.06.20 20:15

미국, 일본 등 양적완화 정책 지속성 한계 봉착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급등…증세 필요성 커져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정책평가, 새 지평을 열다!' PERI Symposium 2023에서 세션3 '조세 및 재정정책 평가'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진 엔데믹을 거치며 장기 침체를 이어온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여파로 주요 국가들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경기부양 및 복지정책 지속은 무리한 일이라며 조세정책의 전면 개편을 통해 재정 건전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관을 역임한 알란 아우어바흐 버클리대 경제‧법학과 교수는 20일 오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정책평가, 새 지평을 열다’를 주제로 열린 2023 PERI-데일리안 심포지엄에서 “미국의 재정여건은 더 이상 경기부양책이 지속가능하지 않게 됐고, 현 복지체제의 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미국의 조세재정정책과 평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그는 미국의 공공부채가 현지 GDP의 100% 수준을 넘어섰고, 앞으로 3년 내 250%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예상치를 제시한 뒤 “경기부양을 위한 각종 정책 법안으로 부채가 커지면서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기존 최악이었던 세계 2차대전 직후를 넘어서게 되는 것으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알란 아우어바흐 미 버클리대학교 석좌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정책평가, 새 지평을 열다!' PERI Symposium 2023에서 세션3 '조세 및 재정정책 평가' 시간에 발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아우어바흐 교수는 “국가 재정을 투입한 부양책은 경기침체 시 사용할 경우 안정화를 가져오는 강력한 도구였지만, 최근 몇 년간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면서 “현재 미국의 재정정책 과정을 감안할 때 재분배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현 복지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세제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우어바흐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G7 국가들의 법인세가 전반적으로 다 줄고 있다”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많이 활동하면서 수익 창출 대상 지역의 판단이 어렵고, 기업들은 세제가 유리한 지역으로 사업 활동의 위치를 바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세제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바꾸기 쉬운 것을 바탕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생산지 기준이 아니라 제품이 향하는 목적지를 바탕으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히로 이호리 일본 국립 정책연구대학원(GRIPS) 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정책평가, 새 지평을 열다!' PERI Symposium 2023에서 세션3 '조세 및 재정정책 평가' 시간에 발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일본의 상황 역시 비슷하게 분석됐다. 도시히로 이호리 일본 국립 정책연구대학원(GRIPS) 명예교수는 “인구 고령화 및 일련의 경기 부양책으로 악화된 재정건전성의 입지를 다시 다지기 위해 조세체제의 대대적 재편과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3년간 일본 정부는 지출을 늘렸고, 그 대가로 정부 재정상황이 어려워졌다”면서 “정부의 예산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세수를 늘리지 않으면 재정이 버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호리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2025년까지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의 재정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GDP 대비 부채를 지속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이는 경제성장률이 양호하다는 전제 하에 수립된 계획이다.


이호리 교수는 그러나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을 감안하면 경제성장률은 (일본 정부의 예상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심지어 0% 성장률까지 갈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부채비율 감소를 통한 재정건실화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고령 인구가 늘고있는 반면, 노동인구는 줄고 있어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시스템 유지는 어렵다. 공공재정시스템을 개선하고 사회보장제도와 세금우대 등 감세조치 등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리 교수는 기본적으로 대규모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세, 소득세, 법인세 등의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먼저 소비세와 관련해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개별적 물품에만 소비세를 부과했지만, 1989년 3%의 소비세를 도입했고, 이 세율은 97년 5%, 2014년 8%, 2019년에는 10%로 늘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다른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으로 세율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많은 이들은 소비세 인상이 소비 억제로 이어진다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지만, 실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실증적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소득세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소득세에는 누진세가 적용되는데, 이는 부유층에 대해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고소득 자영업자들에 대한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이는 조세 평성을 높여 납세자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법인세에 대해서는 “각국이 경기부양 차원에서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데, 법인세율을 줄이면서도 과세표준을 늘려야 세수를 확대할 수 있다”면서 “기업간 배당금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배당세율을 높이며 기업들의 부지 구매 등에 대한 세액공제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인 서울대학교 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정책평가, 새 지평을 열다!' PERI Symposium 2023에서 세션3 '조세 및 재정정책 평가' 시간에 토론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철인 서울대학교 교수는 두 건의 주제발표에서 소개된 미국과 일본의 상황에서 한국도 교훈을 얻어 정부의 과도한 재정정책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부지출을 계속 늘리면 인플레이션이 심해져서 안정적 상황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나친 양적완화는 상황을 악화시키고, 결국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일본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00%를 넘은 상황인데, 한국도 노령화와 사회복지프로그램 증가로 그런 모습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경기침체 중 그런(양적완화) 정책을 취하게 되면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세와 관련해서는 “정부 지출이 크게 늘면서 세수를 확대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국민을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제 등의 세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세제를 강화하는 것에 국한할 게 아니라 인구 노령화와 출산율 저하 등을 반영한 사회구조 변화에 맞춰 소득이나 재산세 등 세금 구조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정책평가, 새 지평을 열다!' PERI Symposium 2023에서 세션3 '조세 및 재정정책 평가' 시간에 토론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또 다른 토론자인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정부(문재인 정부) 들어서기 전에 600조였던 재정적자가 1000조원이 됐다”면서 “GDP 대비 채무비율로 보면 과거 10년 30% 내외로 움직이던 게 올해는 50%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방 차관은 이어 “우리나라는 재정지출 측면에서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에이징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어서 복지 지출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일에 대해서도 재정지출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향후 5년 계획을 보면 4% 내외의 재정지출 증가율을 가져가려고 노력하고 있고, 한해 재정수지는 3% 내로 마감하고, 이 정부(윤석열 정부)가 끝날 때는 50% 중반대 정도로 국가채무 비율을 가져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인세와 관련해 “일본의 법인세가 높다고 했는데 우리나라도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라며 “법인세를 (현행 24%에서) 더 낮춰야 되는 상황 아닌가 생각되지만, 정치적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소득세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감세로 세수상황이 악화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낮춘거지 전반적으로 세 부담을 많이 낮춘 것은 아니다”면서 “최근 급격하게 기업 상황 안좋아지고 자산 양도, 부동산 주식 거래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최근 세수 상황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조세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무리하게 증세나 감세를 하겠다는 측면이 아니고, 투자 촉진 식으로 세제 바꾸려고 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첨단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민생 안정 위해 세부담 낮춰야 하는 부분 있으면 감세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방 차관은 마지막으로 “재정지출, 세제 개편 안에서 재정건전성이 최우선 과제”라며 “재정준칙이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되고 우리나라에서 원활히 작동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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