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 ‘명품패스’로 주전자리 확보

입력 2008.08.31 10:45  수정

왼쪽 측면에서의 킬 패스, 평점 8점

넓은 시야, 정확한 판단력, 존재감 각인

웨스트 브롬위치-볼턴전의 메인을 장식한 김두현.


´김컴´ 김두현(28·웨스트 브롬위치)이 빠르게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현지 중계 카메라가 웨스트 브롬위치 선수 중에서 김두현의 얼굴과 슈팅 장면을 가장 많이 잡을 정도로 그가 소속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것은 국내팬들에게 ´신선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김두현은 30일(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서 열린 ‘2008-0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볼턴과의 원정경기에 선발 출장,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 공격을 주도했다. 리그 2연패로 부진하던 웨스트 브롬위치는 볼턴전 무승부(0-0)로 시즌 첫 승점을 얻었지만 1골도 넣지 못한 빈약한 공격력은 여전했다.

이날 풀타임을 소화한 김두현은 4-3-3 포메이션의 왼쪽 윙 포워드를 맡아 중앙과 왼쪽 측면을 오가며 순도 높은 공격 연결을 자랑했다. 넓은 시야를 이용한 정확한 패스와 크로스, 측면에서 중앙으로 향하는 턴 동작과 퍼스트 터치 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공격 작업이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김두현은 경기 종료 후 BBC가 선정한 ´최우수선수´로 선정됐고, <세탄타 스포츠>는 왼쪽 풀백 폴 로빈슨(8.5점)에 이어 팀 내 2위에 해당하는 평점 8점을 받았다.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 역시 김두현의 경기 사진을 웨스트 브롬위치-볼튼 경기 기사의 메인으로 실으며 인상적인 패싱 감각을 발휘한 그의 존재를 알렸다.

K리그 성남 일화 시절 ´명품 패스´로 찬사 받던 김두현의 진가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고스란히 이어졌다. 성남에서는 모따가 김두현의 패스를 받으며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지만 웨스트 브롬위치에서는 모따 같은 존재가 없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제임스 모리슨과 이스마엘 밀러 같은 공격 옵션들은 김두현의 패스를 골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

김두현의 공격 본능이 폭발한 것은 전반 18분 상황이었다. 왼쪽 페널티 박스 바깥 공간에서 오른쪽에 있던 보르하 발레로에게 정확한 크로스 연결 이후부터 빨랫줄 같은 공격 연결이 나오기 시작한 것. 23분에는 모리슨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슈팅 기회를 제공했고, 25분과 26분에는 왼발 크로스와 왼발 로빙 패스 한 방에 상대 수비 진영을 무너뜨리는 정확도와 타이밍, 시야의 3박자가 고루 맞은 패싱력을 뽐냈다.

전반 31분에는 김두현이 볼튼 진영 중앙서 모리슨에게 찔러준 전진패스가 순식간에 상대 수비진을 뚫는 역습으로 이어졌다. 6분 뒤에는 밀러에게 송곳 같은 대각선 패스로 자신을 막으려던 상대팀 수비수를 농락했고, 후반 6분과 23분도 이 같은 장면이 비슷하게 재연되면서 ´역시 김두현´이라는 감탄사를 내뱉기에 충분했던 장면을 연출했다. 아쉬운 것은 팀 동료들이 그의 패스를 이어받아 골로 연결시키는데 실패한 것.

이날 경기에서 김두현은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넣을 수 있는 찬스를 맞기도 했다. 후반 33분 노마크 상황에서 날린 왼발 중거리슈팅이 크로스바 윗쪽을 맞고 튕겨 나왔다. 리플레이 화면상 골대 라인을 넘어간 것으로 보였지만 끝내 심판은 골로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의 데뷔골이자 결승골로 팀 승리를 낚을 수 있는 슈팅이었다.

그 보다 더 빛난 것은 팀 전력의 새로운 중심으로 변신 중인 김두현의 팀 내 입지 강화다. 실제로 웨스트 브롬위치의 수비수들은 공격으로 전환 시 중앙 또는 오른쪽 측면보다 김두현이 위치하고 있는 왼쪽으로 공을 넘겨주는 횟수가 많아진 것.

결국 김두현의 패싱력을 볼 때, 측면이 아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더라면 공격수들이 더 많은 골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김두현은 왼쪽 측면에 익숙한 선수다. 2003년 김호 감독(현 대전 시티즌 감독)이 이끈 수원에서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 활약했고, 차범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년 뒤에는 3-4-1-2의 왼쪽 윙백을 맡아 당시 주 포지션이었던 수비형 미드필더와 더불어 왼쪽 미드필더로 많은 경기에 출장했다. 따라서 김두현은 K리그서 왼쪽 공격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던 것을 볼턴전에서 십분 활용하며 왼쪽 공격을 수월하게 풀어갔다.

이날 경기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김두현은 사실상 ´붙박이 주전´을 굳혔고, 볼튼전을 통해 팀 전력의 중심으로 오를 발판의 기회를 마련했다. 이 같은 기세가 다음달 10일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와 13일 웨스트햄과의 리그 4라운드에서 이어질 수 있을지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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