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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계, 위기와 기회②] 한국 영화계를 동경하는 일본 영화인들


입력 2023.06.10 14:18 수정 2023.06.10 14:1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지난해 6월 일본 CNC 설립 협회 출범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에 걸쳐 일본영화는 산업적인 면에서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전후(戰後)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였다. 이때 전통적인 가치관과 표현 형식에 문제를 제기한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 일본 영화의 뉴웨이브의 시작으로 정의되고는 한다. 이후 1970년대에 접어들며 영화의 새로운 혁신을 시도했던 젊은 영화인들은 영화사와의 갈등을 겪기 잦아졌고, 흥행에 있어 주류를 형성한 한정된 장르에 기대는 바가 커지며, 침체기에 들어섰다. 그러나 1990년 중후반에 접어들며 구로사와 기요시, 기타노 다케시, 가와세 나오미, 이와이 슌지, 야오야마 신지 등이 주목받으며 일본 영화는 여전히 건재함이 증명됐다. 이에 한국의 영화인들은 일본의 감독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그러나 2023년, 현재 일본의 영화인들은 한국 제작사들과의 작업을 반기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CJ ENM 영화사 집과 함께 영화 '브로커'를 만들어,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또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한국 오리지널 '커넥트'의 메가폰을 잡았다. 사부 감독은 이지훈 주연 스릴러 영화 '언더 유어 베드'의 연출을 맡았고, 유키사다 감독은 웹툰 '완벽한 가족'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영화산업의 침체와 한국 콘텐츠의 흥행이 맞물린 결과라고 바라봤다.


한국과 협업한 감독 및 배우들은, 폐쇄적인 자국 영화 시스템을 꼬집으며 글로벌 시대에 맞춰 목표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종종 역설한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일본에서도 시대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일본은 보수적이고 정형화 돼 있는데 내가 스튜디오드래곤, 디즈니플러스 등과 작업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커넥트' 인터뷰 당시 일본에서의 반응을 전한 바 있다.


지난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일본 취재진의 한국과의 협업을 통해 배울 점이 있었냐는 질문에 "일본 영화의 영화에만 한정된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영산 산업과 영화 문화를 포함해 바꿔야 할 것들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는 감독 혼자서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 영화계 전체가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가면 때를 놓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과거부터 일본 영화의 현재에 대해 최전선에서 꾸준히 쓴소리와 함께 개선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 그는 과거 "40세 이하의 젊은 영화감독의 이름을 해외에서 듣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대로는 일본 영화 자체가 세계에서 잊혀 버리게 된다"라며 일본 영화의 위기론을 일찌감치 제시하기도 했다. '브로커' 영국 개봉을 앞두고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이제 일본의 젊은 영화인들은 한국 영화의 성공을 부러워한다. 그들은 또한 한국 영화를 배우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일본 영화의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성과 발전을 위해 일본판 영화진흥위원회인 일본 CNC 설립 협회를 출범시켰다. 이 단체는 일본의 영화를 둘러싼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으로 문제를 공유하기 위해 1년 반 전부터 정기적인 온라인 모임을 개최했던 것이 설립 배경이 됐다. 목표는 일본 영화 산업의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쇠퇴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영화에서 얻은 수익을 영화 제작자에게 반환하고 더 나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진행된 ‘영화환경 개선을 고민하는 한·일 영화단체 간담회'에서 극장 티켓값의 3.3%를 영화발전기금으로 조성하는 영진위 운영방식에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폐쇄적인 탓에 고질적인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도 일본 영화 발전을 발목 잡는 요소로 거론된다. 일본의 한 영화 관계자는 "일본에서 소노 시온 사카키 히데오의 미투, 나카시마 테츠야의 폭언 및 갑질 등 유명 감독의 행태가 폭로돼 이슈가 됐지만 자성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또 스태프들의 근로 환경도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이러니 자연적으로 젊은이들에게 영화계 일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인식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배우뿐 아니라 영화에 관심 있는 키즈들이 한국의 영화 시스템을 동경하고 있다. 여기에는 주 52시간 촬영 준수, 철저히 진행되는 프로프로덕션 등 촬영 시스템부터 소소한 밥차 문화까지 포함돼 있다. 글로벌 흥행 작품을 만들고 있는 한국을 보며 자극만 받을 것이 아니라, 젊은 인재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같은 일본의 거장들이 나서주고 있어 고맙다고 느끼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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