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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원장' 이래경 '황당 SNS'…반나절 낙마 '자업자득'


입력 2023.06.05 19:26 수정 2023.06.06 06:02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윤대통령 '윤가' 지칭…"하루 빨리 끌어내려야"

미국은 '미 패권세력', 바이든은 '늙은 여우' 폄훼

중국 감싸려 "코로나19 진원지는 미국" 주장도

이래경 더불어민주당 전 혁신위원장 내정자 ⓒ뉴시스 이래경 더불어민주당 전 혁신위원장 내정자 ⓒ뉴시스

이래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내정자가 이재명 대표에 의해 선임된지 고작 반나절만에 물러났다. 이 위원장은 SNS에서 일관해서 미국을 '미 패권세력', 바이든 대통령을 '늙은 여우' 등으로 지칭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비호·두둔하는 태도를 취해왔기에, '반나절 사퇴 사태'는 자기 스스로가 초래한 자업자득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반나절만에 자진 사퇴한 이래경 위원장은 SNS에서 지난해 대선에 미 정보조직이 깊숙히 개입했다는 음모론을 바탕으로 국민 직선으로 선출된 윤석열 대통령을 '윤가(尹家)'라 지칭하며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대선 불복의 심리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지 불과 9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지난 2월, 이래경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윤가 집단으로 복합위기의 누란에 빠졌다"며 "오직 유일한 길은 하루라도 빨리 윤가 무리를 권력에서 끌어내리는 일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달에 "보면 볼수록 이재명은 든든하고 윤석열은 불안하며, 알면 알수록 이재명은 박식하고 윤석열은 무식하며, 까면 깔수록 이재명은 깨끗하고 윤석열은 더럽다"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추어올렸다.


이후 한미·한일 관계의 정상화가 이어지자 이래경 위원장은 이같은 상황 전개를 '미래가 없다'고 표현하며, 맹방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을 '늙은 여우'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지난달 6일 러시아의 침략에 직면해 사투를 벌이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는 논의가 한미 정상 간에 전개되자 이래경 위원장은 "청맹과니 윤가는 늙은 여우의 꾀임에 빠져 자기 발등을 찍는 포탄을 전쟁터에 공급하려 한다"며 "참으로 이 자가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로부터 약 2주가 지난 지난달 22일에는 한일 간의 현안 문제와 관련해 "어찌 이런 자가 이 시점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말이냐"며 "주권자로서 우리는 퇴진 요구를 넘어 국가수반으로서 역사적·범죄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분개했다.


이처럼 한미일 관계 정상화와 우호 복원에 나선 윤 대통령과 동맹국 정상들을 시종일관 못마땅하게 바라본 이 위원장은 정반대로 중국과 러시아 및 그 정상에 대해서는 비호하는 자세를 감추지 않았다.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발병해 '우한 폐렴'이라는 별칭까지 있는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미국이라며 뒤집어씌우는가 하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감싸며 자유세계를 '위선적인 서방'이라 폄훼하기도 했다.


이래경 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였던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폭 천안함 사건 조작" SNS가 결정타
초유의 반나절만의 혁신위원장 낙마 사태
이재명, 책임론 관련 질문에 묵묵무답 일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했을 때에는 "ICC 존재를 완전 무시하던 자들이 이제 와서 궁지에 몰리자 ICC 이름으로 푸틴을 전쟁범죄자로 몰다니"라며 "미 패권과 위선적인 서방의 시대가 참말로 저물어가는 모양새"라고 탄식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자폭 사건'으로, 지난해 3·9 대선을 미국 정보기관에 의한 조작으로 몰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래경 위원장은 지난 2월 중국을 비호하는 과정에서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낸 미 패권세력들이 이번에는 궤도를 벗어난 중국의 기상측정용 비행기구를 마치 외계인의 침공처럼 엄청난 국가위협으로 과장하기에 바쁘다"고 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의 도청 관련 파문을 가리켜 "참으로 기가 막히고 혀를 내두를 일"이라며 "아마도 지난 한국 대선에도 이들 미 정보조직들이 분명 깊숙히 개입했으리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의 이같은 SNS 행태가 알려지자 민주당 내에서는 경악의 반응과 함께, 이 위원장 내정을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5선 중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혁신위원장으로 선정된 이래경이라는 분은 전혀 검증도 안됐고 오히려 이재명 대표 쪽에 기울어있는 분"이라며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겠다. 황당무계하다"고 개탄했다.


4선 중진 홍영표 의원도 "이미 언론에 노출된 정보만으로도 혁신위원장은커녕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며 "더 큰 논란이 발생하기 전에 이래경 이사장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혁신위원장 내정자가 반나절만에 '낙마'한 사태는 임면권자인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이래경 위원장의 낙마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임하겠다고 해서 본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역량 있고 신망 있고 그런 분들을 주변 의견을 참조해서 잘 찾아봐야 되겠다"고 말했다. 검증 부실이나 책임론에 관한 질문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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