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가속화만이 살 길"…구광모, AX 드라이브로 LG 위기 돌파한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12.17 14:09  수정 2025.12.17 15:08

글로벌 불확실성·제조 경쟁 심화 속 AX '성장 동력'으로

구광모, 10일 사장단 회의서 AX 전략 실행 방안 주문한 듯

"차별화 위해 속도 높여야" "전략·실행 불일치 떨쳐내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1월 1일 경북 경주 소노캄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한 국빈만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AX(인공지능 전환)를 그룹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제조 경쟁 심화 속에서 AX를 통해 생산성과 원가 구조를 동시에 혁신하고 나아가 LG의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 40여명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들은 구조적 경쟁력을 점검하면서, 내년에 중점 추진할 경영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LG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은 AX 전략 실행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LG그룹은 AI·바이오·클린테크(ABC) 사업을 신성장 축으로 삼고, 인공지능 기반의 사업 전환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실제 구 회장은 지난 9월 24일 경기 이천 LG 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중국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자본, 인력에서 3~4배 이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차별화를 위해 AX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구 회장은 또 "그간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와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의 선택과 집중', 차별적 경쟁력의 핵심인 '승리를 만드는 연구개발(Winning R&D)', '구조적 수익체질 개선' 등 크게 세 가지를 논의해 왔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도 했다.


앞선 3월 27일 사장단 회의에서도 구 회장은 "경영환경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난 반면, 우리의 사업 구조 변화는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일부 사업의 경우, 양적 성장과 조직 생존 논리에 치중하며 경쟁력이 하락해 기대했던 포트폴리오 고도화의 모습을 만들어 내지 못했으며, 이런 모습이 그동안의 관성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절박감을 갖고 과거의 관성, 전략과 실행의 불일치를 떨쳐내자"고 했다. 당시 회의에서도 AX 사례와 가속화 방안이 공유된 만큼, 이 같은 발언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구 회장이 AX 가속화를 반복적으로 주문하는 배경에는 LG그룹의 사업 구조가 국내 다른 주요 그룹들에 비해 중국 제조업의 영향과 경쟁 압박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제조업의 대규모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주력인 LG전자의 경우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에게 중저가 시장을 점차 내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TV 출하량 점유율 기준, LG전자는 2위 TCL(14.3%), 3위 하이센스(12.4%)에 밀려 10.6%로 4위에 그쳤다. 5위는 중국 샤오미(5.1%)였다. 프리미엄 시장 역시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1위인 중국 CAT에 밀려있고, LG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시장에서 철수하고 세계 선두권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 분야 역시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받고 있다. LG화학 또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에틸렌 등 범용 기초소재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LG그룹은 내년부터 AX를 단순한 기술 도입 차원이 아닌, 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전략으로 삼고 전사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LG전자가 약 4년 만에 최고경영자를 교체한 데 이어, 로봇 사업 강화와 인수·합병(M&A) 추진, HS선행연구소 신설 등 조직 개편에 나선 것도 현재의 성과보다 미래 경쟁력 확보에 무게를 두겠다는 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체질 개선과 기술 축적을 우선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그룹 전반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AX는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구 회장은 그동안 근원적 경쟁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AX는 이제 모든 기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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