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곤 감독 "'탈출', 속도감·CG 퀄리티 비율 심혈 기울여"" [칸 리포트]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3.05.26 07:23  수정 2023.05.26 07:23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족구왕(2014) '범죄의 여왕' (2016), '소공녀 (2018) 등을 선보인 광화문 시네마 대표이자 '굿바이 싱글'(2016)을 연출한 김태곤 감독이 신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로 칸 국제영화제에 입성했다. 한 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고립 된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연쇄 재난을 맞닥뜨리고,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 를 벌이는 이야기 '탈출'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지난 22일(현지시간) 자정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최초 상영됐다.


상영을 마친 이후 상기된 표정의 김태곤 감독을 22일 오후 만났다. 김 감독에게 가장 먼저 갖게 된 물음은 전작과 전혀 다른 결과 문법으로 돌아온 이유였다.


"저는 장르 마니아는 아니에요. 그저 이야기가 흥미로운 걸 만드는 거죠. 이야기가 좋아서 외피를 선택했어요. '굿바이 싱글' 후 코미디 시나리오가 계속 들어오더라고요. 사람을 웃긴다는 게 무섭고 힘들잖아요. 그래서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머릿 속으로 생각하다가 이 소재를 해보겠다고 결정했죠."


살상용 개가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설정은 김태곤 감독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제가 목포에서 서울까지 도보 여행을 했을 때 개에게 쫓긴 경험이 있어요. 국도를 걷고 있는데 몇 십 마리가 따라오더라고요. 짖거나 물건 아닌데 혼자 있다 보니 공포스럽더라고요. 그러면서 '이 개들은 사람에게 길러졌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란 사연이 궁금해졌어요. 이것에서 출발한 영화입니다. 다만 개를 공포의 대상으로만 그리고 싶진 않았어요. 개들 역시 공포의 대상이었다가 여길 탈출해야 하는 피해자로 그리고 싶었어요."


'탈출'은 CG와 VFX 등 특수 효과 기술들이 대거 구현됐으며 순수 제작비는 140억 원이 투입됐다. 고립된 도로 위 피어나는 가족 코드는 투자와 기술에 참여한 김용화 감독의 조언으로 다져졌다.


"높은 퀄리티의 CG와 대중적인 코드가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김용화 감독님이 많이 조언해 줬어요. 그러면서 가족적인 코드가 들어가게 된 거죠. 많은 사람들이 사연을 가지고 오가는 공항대교가 무너질 상황을 설정한다면 캐릭터도 살고 장르적으로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은 다른 재난 블록버스터들과 다르게 100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러닝타임이 눈길을 끈다. 김 감독은 관객들의 성향을 반영해 100분 안에 사건의 기승전결이 속도감 있게 연출했다.


"지난해와 올해 관객들의 성향이 달라요. 훨씬 더 기다려주지 않는달까요. 예전 영화들을 보면 사이드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젠 서브 텍스트를 기다려주지 않는 시대다 보니 주변 인물들의 사연이 있었지만, 속도감을 택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다리 위에 고립된 순간부터 탈출하는 시간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려 축약을 많이 했죠. 또 재난 영화라고 하면 '결국엔 울리겠지 뭐'하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신파적인 요소들도 감정을 조절해야 했죠. 수위를 조절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탈출'의 또 다른 주인공은 사람들을 위협하는 살상용 개다. 영화 속 등장하는 개들은 모두 CG로 만들어졌다. 김 감독은 개들이 극중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관객들이 실제라고 믿을 수 있을 만큼의 퀄리티를 원했다고 한다.


"관객들이 '저 개가 가짜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몰입할 수가 없어요. 실제 개를 데리고 찍을 수 없으니 각 파트에 전문가를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고의 스태프들이 붙었죠. 저는 연출만 하고 그들만 믿고 갔어요.


올해 광화문 시네마는 10주년을 맞았다. 김태곤 감독은 맏형으로서 칸에 먼저 입성하게 돼 다행이라면서 웃어 보였다.


"의미가 커요. 이걸 유지하면서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어요. 각자 너무 잘하고 있어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다들 너무 자기일 처럼 축하해 줘서 고마워요. 올해 10주년 파티를 진행해 보는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하하"


김태곤 감독은 꿈이라고 만 생각했던 칸 영화제 초청이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다. 영화 감독으로서 더 정진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동영상으로만 보던 일들이 제게 실제로 일어나니 감격스럽네요. 감독으로서 칸 영화제에서 내 영화가 상영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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