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에 맞게 지자체 독립·자율성 보장되어야"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중앙 권한을 지방에 과감히 이임한다”고 밝혔지만, 고향사랑기부제는 정부 국정 운영 기조를 찾아보기 힘들다.
5개월 째에 돌입한 고향사랑기부제가 행정안전부와 지자체의 권한 불균형에서 오는 잡음으로 갈 길이 멀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올해 1월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시행 중인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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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에게 세액 공제와 답례품을 제공하고 세수 이외의 재정 확보 방안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제도 활성화를 기대케했다.
하지만 정부 플랫폼으로 한정된 접수 창구, 복잡한 기부 절차, 지나친 홍보 규제 등으로 지방자치단체 재정 확충을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3년 내 1조 원 규모로 성장 예상했으나, 모금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정기부를 통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22년 기준, 국내 민간 모금 15조 원 중 90% 이상이 지정 기부다. 지자체가 주체가 돼 지정기부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다양한 방법 중 하나지만, 현재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은 행정안전부가 민간 플랫폼을 허용하지 않아 고향사랑e음 뿐이다. 일본의 경우 고향사랑기부제의 민간 플랫폼이 40여개에 이른다.
이로 인해 애초에 설계된 고향사랑기부제의 의의마저 희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자치단체에 모금 권한을 부여한 제도로써 행정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했지만, 온라인 기부시 고향사랑e음 행안부 산하의 플랫폼으로 기부를 일원화해 지자체들의 권한이 축소 됐다. 이에 관계자들은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관련 법보다 더 좁아진 시행령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함보현 변호사는 "법률이 정한 위임범위를 넘어서, 국민의 의무를 제한한다면 하위법령이 제한을 한다면, 논의를 거쳐서 개정을 하고, 가장 바람직하게는 국회에서 시행력에서 좁히지 못하도록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근본적으로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가 주체가 돼 제도를 운영하게 돼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이란 건 지방자체단체가 재원을 마련하고 모금을 통해 취득하는 것이라고 명시 돼 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집약돼 있다. 취지를 고려해 법률만큼 보장 혹은 확대가 필요하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취지에 맞고 지속가능하다"라고 전했다.
고향사랑 기부금의 접수 및 상한액 법 제8조에 따르면 고향사랑 기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정한 금융기관에 납부하게 하거나, 제12조에 따른 정보시스템을 통한 전자결제ㆍ신용카드ㆍ전자자금이체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그 밖의 공개된 장소에서 접수하여야 한다.
하지만 시행령에 따르면 기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정한 금융기관, 제12조제2항에 따른 정보시스템 고향사랑e음으로만 가능하다. 법에 명시된 조항이 시행령에서는 누락,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범위가 축소됐다. 관련 조항이 기부금 '납부 장소'에 관한 조항이어서 이로 인해 기부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현저히 떨어져 모금 저조의 주요 원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담당자는 "60대 어르신이 고향사랑e음으로 기부하시는데 하루종일 걸리셨다. 지역 발전을 위해 좋은 일에 동참하고자 기부에 나섰지만, 시스템이 복잡해 짜증과 찝찝함을 표출하셨다. '억지로 했다'라고 까지 말씀하셨다. 뿐만 아니라 많은 어르신들이 고향사랑e음을 이용하신 후 많이 언짢아하시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라고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그러면 오프라인이 대안이 될 수 있지않냐고들 하는데, 농협에 간다는 것 자체를 번거롭게 느끼신다.그리고 답례품을 선택하실 땐 고향사랑e음에 접속하셔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적 사안으로는 현재 고향사랑e음은 지방자치단체 이름과 답례품만 보고 기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명도 있고 유명한 특산물이 있는 지자체로 기부 편중됨과 동시에 자신의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한 눈에 알 수 없다. 한 지자체 고향사랑기부제 관계자는 "지역을 선택해야지만, 지역 기부금 사업을 알 수 있다. 200개가 넘는 지자체 중에 선택받지 못하면 노출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행안부는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을 우려한다는 명분으로 제도 활성화에 소극적으로 대응 중이다. 시스템 및 운용 방식 개선 요구에 대해 제도 시행 초기이고 ‘법이 개정되어야 해결되는 문제’라는 탁상공론의 답변만 들려오고 있다. 하나의 예시로 "민간에서 개인정보 확인이 불가하여 플랫폼 운영이 어렵다"라는 입장이나, 사실 이는 저비용, 단기간의 API 개발·보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입법 취지대로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모금의 실질적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자율권을 보장하고 정부 독점에서 청년 기업, 중소기업 등 플랫폼 운영 주체를 확대하여 지역별 강점을 살리고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다. 제도 활성화의 걸림돌인 현행 ’고향사랑기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모금 활동을 촉진하고 건전한 기부 문화가 확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조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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