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가객 최백호 만난 김용필 “기적이자 선물, ‘낭만…’ 물려받고파” [홍종선의 연예단상⑥]


입력 2023.03.28 14:40 수정 2023.03.28 16:25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가수 김용필 전화인터뷰 "무대에서 울 뻔, 간신히 참았습니다"

두 낭만가객 최백호와 김용필(오른쪽부터) ⓒ TV조선 '미스터트롯 2' 화면 갈무리 두 낭만가객 최백호와 김용필(오른쪽부터) ⓒ TV조선 '미스터트롯 2' 화면 갈무리

TV조선 ‘미스터트롯 2’가 끝난 지 2주가 되어 간다. 여러 무대를 통해 웃음과 위안을 얻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순간은 결승전 당일 보았던 노래 ‘낭만에 대하여’ 무대였다.


마스터 예심에서 도전자 김용필이 ‘최백호 아니면 안 된다’라는 불문율을 깨고 헛헛하고도 따스한 중년의 감성을 살려 이미 잘 불렀던 터라 기대감이 이미 형성돼 있었고. 개인적 팬심으로, 예능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낭만 가객’ 최백호가 안방 앞으로 발걸음 했다는 사실만으로 설렜다. 과연 두 신구(新舊) 낭만 가객이 어떤 무대를 선보일지, 최백호의 멋진 음색과 아우라는 여전한지, 초보 가수 김용필은 대선배 앞에서 떨지 않을지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 아니었다.


김용필이 무대에 서는 순간부터 마지막 최백호의 덕담까지 순간순간을 숨죽이며 좋아해 마지않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장면 장면을 관람하듯 지켜봤다. 후배가 무대를 열고, 선배가 천장을 뚫고, 함께 판타지를 일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선배 최백호도 후배 김용필도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김용필 씨에게”라는 말을 서두로 남긴 가객 최백호의 명언은 멋진 피날레였다.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겨우 한 번 넘어졌을 뿐이다”. 마치 3구 잠언처럼, 시처럼 깊은 성찰이 배어나는 조언에 이어 “저도 수없이 넘어지면서 오늘까지 왔습니다. 용기 잃지 말고 힘내십시오”라는 격려는 자못 감동적이었다. 이제 가수로 걸음마를 뗀 김용필에게, 여러 고민과 시름으로 녹록지 않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힘을 주었다.


솔직히 궁금했다. 바로 그 현장에 서 있던 주인공, 최백호 선생의 바로 곁에 서서 함께 노래 부른 김용필은 그 무대를 어떻게 느꼈을까. 벌써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김용필에게 문자로 인터뷰를 신청하고, 통화로 전화 인터뷰 날을 약속해서 추후 얘기를 나눴다. 전화기 너머 김용필의 음성과 말의 내용, 태도는 그가 노래 부를 때와 똑 닮아 있었다. 예의 바르고 반듯하고 따스했다.


김용필은 마치 필자가 그 현장에 같이 있었던 것처럼 생생하게 당시를 회상해 주었다. 독자분들도 그대로 느끼시는 게 좋을 것 같아 문답이나 주석 없이 소개한다.


아름다운 '낭만 선후배' ⓒ이하 김용필 SNS 아름다운 '낭만 선후배' ⓒ이하 김용필 SNS

# 탈락의 아쉬움 싹 날리는 기적이자 선물 같은 무대


“(미스터트롯 2) 탈락 후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 당연히 필요했어요. 그런데, 편히 못 쉬어지더라고요. 그 상황에서 제작진이 스페셜 무대 제안을 주셨어요. 최백호 선생님께 먼저 요청을 드렸는데, 선생님께서 제작진이 전하는 저에 대한 말씀을 가만히 들어보시더니 ‘네, 얘기 들었습니다, 저도 찾아봤습니다’ ‘알겠습니다, 나가겠습니다’, 결국 나와 주시겠다고 했다더라고요. 탈락에 관한 아쉬움이 싹 가실 정도로 저한테는 굉장히 큰 영광이고 선물이었습니다. 경연 탈락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아니 어떻게 끝나든 그 후 가수로 나선다고 해도 ‘최백호 선생님과의 무대가 과연 10년, 20년이 간들 있을까’ 하는 의문은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빨리 찾아왔어요, 탈락의 아쉬움이 싹 날아갈 정도로 굉장히 기분 좋았습니다.”


“다만 이게 깜짝 무대로 준비되다 보니까 리허설 무대 자체가 없었어요. 저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죠. 작가분을 통해 어디까지 제가 부르고 선생님이 부르시고, 파트만 나눈 상태로 연습했어요. 리허설이 없다, 경연과는 또 다른 긴장감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선생님, 정말 한 번 뵙고라도 싶었던 대선배님의 무대인데 자칫 제가 실수할까 하는 긴장감이었죠. 아, 이건(스페셜 무대) 너무 굉장한, 더 난리가 날 것 같은 거죠. 연습해도 혼자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과연 선생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떤 식으로 눈빛 교환해야 하고, 선생님의 뒤를 이어받을 땐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아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결국 당일이 됐는데 심지어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셔요. 제가 노래 ‘하숙생’을 부르고 난 뒤, 다시 스페셜 무대에 올라가야 하는 상황. 작가분이 오셔서 ‘최백호 선생님 오셨습니다’, 무대 올라가기 불과 5분에서 10분 전이었어요. 아마도 일찍 오셨을 텐데, 백스테이지에 다른 경연자들 있고 하니 직전 무대가 진행되고 있을 때 올라오신 거죠. 첫인사는 제가 ‘선생님, 감사합니다’ 인사드렸고. 선생님께서 제 등을 토닥토닥하시면서 ‘그만하면 됐습니다, 잘했습니다’ 말씀하셨어요. 그게 어떤 의미일까, ‘가수 할 준비가 됐다’는 말씀이신지 ‘경연 그만하면 됐다’는 말씀이신지 더 물을 수는 없었어요. ‘(경연) 그만하면 됐습니다, (가수) 충분히 잘할 수 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말했죠, 올라가기 전에 제가 저에게. 그래 이건 내려놓고 충분히 즐겨야 한다! 긴장하면 할수록 무대가 안 좋아질 수 있다! 그러고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선생님과의 무대는) 기적이고 선물이었고 드라마 같았어요. 상상을 무대 이전에 했잖아요. 어떤 표정을 하고, 시선을 어디에 둘까. 선생님은 어디를 보실까, 관객 보시고, 사이사이 저도 보시겠지. 저는 선생님만 바라보고 있어도 안 될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 선생님께서 바라보시면 저도 바라보고, 선생님 부르실 때는 읊조려야겠다, 따라불러야겠다…. 그래서 (실제 무대에서) 눈감고 선생님 노래 듣기도 하고 읊조리기도 했는데요. 무대에서도 느꼈는데, 방송영상 보고 더 느낀 건데, 대부분 저를 보고 부르시더라고요. 방송 보며 오싹했어요, 너무나 큰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저를 계속 보고 부르시더라고요, 저분이 왜, 왜, 궁금했어요, 지금도 궁금하고요.”


후배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최백호(오른쪽). 울컥, 입을 꾹 다물며 눈물을 참는 김용필 ⓒ 후배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최백호(오른쪽). 울컥, 입을 꾹 다물며 눈물을 참는 김용필 ⓒ

# ‘특히 김용필 씨에게’ 이제 한 번 넘어졌을 뿐이다!


“사실 ‘특히, 김용필 씨에게’라는 말씀은 무대에서는 목소리가 작아서 잘 못 들었어요. 방송영상 보고 명확히 알았어요, 방송에서는 볼륨을 맞춰 주시니까. 무대에서는 그 말씀이 잘 들리지 않았고,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다’… 말씀은 (무대에서도) 잘 들렸어요. ‘이제 한 번 넘어졌을 뿐이다’ 말씀에는 무대에서 울 뻔했습니다, 간신히 참았습니다. 나중에 처음(‘특히 김용필 씨에게’)부터 제대로 듣고 또 감동했죠.”


“사연이 있는 게, 그 말씀 들으며 생각한 게 있어요. 출연 결심하신 이후에, 바쁘실 텐데도 그냥 오신 게 아니었구나(말씀을 준비해 주셨구나). 김성주 MC가 묻지 않았으면 어쨌을까요, 오셔서 그냥 하신 말씀이 아닌데요. 주옥 같은 말씀에 팬분들, 시청자분들 감동했다 댓글도 많고 조회 수도 어마어마해요. 너무 감사하죠.”


“무대 당일에 화장실 갔다가 우연히 박선주 마스터를 봤어요. 경연 중에는 마주칠 일이 없어요, 경연자와 마스터는 동선부터가 달라요, 저는 그날 경연자가 아니니 마주친 거죠. 박 마스터께서 ‘레전드 무대를 봤다, 최백호 선배님하고의 무대. 선배님이 용필 씨 무대를 받쳐주면서 부르시더라’라고 말씀하시는데, 다시 또 울컥했죠.”


신구 낭만가객, 걸음마 김용필과 마스터 최백호(왼쪽부터) ⓒTV조선 제공 신구 낭만가객, 걸음마 김용필과 마스터 최백호(왼쪽부터) ⓒTV조선 제공

# ‘슬픈 뱃고동 소리 들~어보렴’ 가르침 받은 무대


“그날 들으신 ‘낭만에 대하여’는 음정을 노래방보다 올린 키예요. 작가분께 MR 드리면서 ‘이 키 괜찮으신지 여쭤봐 드려달라’고 했어요. ‘선생님 상관없으시단다’라는 답을 들었고요. 전에 한 번 기사를 본 적 있어요. 인터뷰하시기를, 본인이 한창 젊었을 때는 인기가 없어서 성대를 혹사 시키지 않아서 성대가 젊은 시절보다 훨씬 좋고 한두 키 높여 부른다, 그런 기사를 본 기억이 나더라고요.”


“경연 참가를 앞두고 ‘낭만에 대하여’ 이 노래를 제가 얼마나 많이 부르면서 어떻게 맛을 낼까, 고민하고 연구하고 연습했겠어요. 그런데 실제로 선생님 무대를 뵈니 노래에 대한 맛, 공간으로 빨아들이는 마력이 있더라고요. 음색도 음색이지만 억양, 숨… (감탄). 노래도, 리듬을 부를 때마다 다르게 부르시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슬픈 뱃고동 소리 들어보렴’ 부르실 때 빠져들더라고요. 아! 노래 저렇게 해야겠다! 배워야겠다! 제가 소리 내는 것에 대해 많이 공부도 하고 연구도 하고 가르치기도 했지만, 연습 게을리하시는 분은 연세 들어 그런 소리 나오지 않은 걸로 알아요, 연습을 계속하고 계시는 거죠. 존경합니다.”


“(현장 당시보다) 선생님 무대를 보고 내려온 뒤에 더 느끼고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도리어 선생님께서 50년생이시기 때문에 그걸 보여주셨다고 생각해요! 내 나이 48, 49. 이제야 가수의 길을 내딛지만, ‘아, 내가 20년 이상은 족히 노래할 수 있겠구나!’ 용기가 생기고 안도가 되더라고요. 20년이면 충분히 노래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좋은 노래를 할 수 있겠는가! 최백호 선생님 무대를 통해 그 가르침을 받은 것 같습니다.”


책 대물려 공부하듯 노래도… ⓒ김용필 SNS 책 대물려 공부하듯 노래도… ⓒ김용필 SNS

# 가요계 금기곡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 선생님께 물려받고파


“제가 ‘낭만에 대하여’ 경연곡으로 선택할 때, 주변에서 음악 했다 하는 분들께 가장 많이 들은 말씀은 ‘이 노래 왜 하려 하느냐, 이건 금기곡이다’ ‘가수들에게도 금기곡이 있다, 그중 하나가 낭만에 대하여다’ ‘경연에 나가서 부른다는 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였어요. 제작진께도 거듭 이 노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난색을 하셨어요. 중년에 접어든 나에게 워낙에 위안을 줬던 노래이기 때문에, (경연 무대) 한 번 하고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노래를 꼭 하고 싶다, 제작진께 강하게 어필 했고요. 제작진도 심사숙고 끝에 승낙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러 출연자가 이 노래 부르고 싶다고 신청했다더라고요. 그런데 저에게 선택이 됐고, 결론적으로 경연이 끝난 입장에서 마무리 단계에서, 최백호 선생님과 그 노래를 하게 됐다는 거는 드라마였어요.”


“솔직히 마스터 예심의 ‘낭만에 대하여’는 아쉬움이 굉장히 많이 남는 무대예요. 경연에 올라가서, 전문 가수도 아닌 상태에서, 얼마나 떨리는 무대에서 소화를 해봐야 제가 얼마나 잘했겠어요. 사실 아쉬울 수밖에 없거든요. 이번에 최백호 선생님과 무대에 올라갈 때는 ‘내가 좀 더 잘 불러야겠다’ 그 생각으로, 아쉬웠던 부분 메꿔보려 노력했습니다. 그로 인해서 저는 또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에 대해서 다시 배우고 흡수가 됐고. 앞으로 다시 이 노래를 부를 때는 숙성을 시켜서, 최백호 선생님을 따라서 더 익은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백호 선생님께서 ‘너, 부르지 마라’ 하시지 않는 이상은(웃음) ‘낭만에 대하여’를 계속 애창곡으로 불러봐야겠다는 각오도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작사 작곡하신 노래, 허락하신다면 ‘물려받는’ 느낌으로 부를 수 있다면 영광이겠습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