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신탁 성적 '희비'…금리 인상 여파에 '촉각'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입력 2023.03.26 06:00  수정 2023.03.26 07:58

자산 가치 하락…상품 포트폴리오 '관건'

경쟁력 강화 '고심'…차별화 전략 '주목'

KB국민은행(왼쪽부터)·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본점 전경.ⓒ각 사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엇갈린 신탁 운용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지속된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대부분의 자산 가치가 하락한 가운데 은행별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이 희비를 갈랐단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이익 의존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신탁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은행들의 고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은행 중 국민·신한은행은 신탁 운용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우리·하나은행은 성장세를 지속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지난해 신탁업 운용 수익으로 2012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4.6%나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 2020년(2336억원)부터 이어진 성장 흐름이 꺾인 것이다.


성장세를 보이던 신한은행도 작년에는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신탁 운용 수익은 1776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소폭 감소했다.


은행의 겸영 업무에 해당하는 신탁은 크게 금전과 재산신탁으로 구분한다. 고객이 돈이나 유가증권·부동산 등의 자산을 금융사에 맡기면 이를 운용·관리·처분해 얻은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고객으로부터 운용 수수료를 받는다. 통상 신탁 상품은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인다.


은행들의 신탁 운용 실적이 부진했던 배경으로는 높은 시장 변동성이 꼽힌다. 지난해 가파르게 인상된 금리로 유가증권 가치가 하락했고 부동산 경기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 탓이다.


반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신탁 운용 수익은 144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2% 증가했다. 지난 2020년(951억원) 이후 성장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신탁 운용 수익으로 1776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6.1% 증가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워낙 높아졌기 때문에 신탁 사업이 좋지 못했다”며 “그나마 상품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했는지에 따라 선방 여부가 결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은행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이자 이익에 편중된 은행들의 사업 구조를 지적하며 비이자이익 확대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비이자이익의 비중 확대를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실제 4대 은행의 총영업이익 중 이자이익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신탁 시장에서는 신한은행이 다른 은행들과 10조원 이상의 차이를 벌리며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신탁 잔고는 94조원에 달한다. 이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82조원, 81조원으로 2~3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도 76조원으로 이들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신탁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결국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서 차별적인 신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