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신나라 불매’ 외치는 케이팝 팬덤…동조하는 가요 기획사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03.24 08:23  수정 2023.03.24 10:07

사이비 종교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 일으킨 파장이 케이팝 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굴지의 음반 판매처인 신나라레코드가 아가동산과 연관돼 있음을 재확인하면서다.


ⓒ넷플릭스스

방송 이후 움직임이 가장 먼저 포착된 건 케이팝 팬덤이다. 신나라 레코드를 운영하는 미디어신나라는 아가동산의 교주인 김기순이 설립했고, 지금도 김기순이 이곳의 회장이다. 1982년 아가동산이 수익사업을 위해 세운 신나라레코드물류가 모태인 이 회사는 한 때 국내에서 최대 음반 유통사로 통했다. 현재는 영향력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팬덤 사이에선 ‘오신오핫’(온라인은 신나라레코드, 오프라인은 핫트랙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방송 전부터 이미 신나라레코드와 아가동산의 관계가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퍼졌고, 불매 운동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지만 현실화되진 않았다. 그런데 ‘나는 신이다’를 통해 아가동산을 비롯한 사이비 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국내 전방위로 퍼지면서 아이돌 팬덤이 본격적으로 불매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가요 기획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먼저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는 소속 그룹인 아이브 공식 팬카페에 4월10일 발매되는 정규1집 ‘아 해브 아이브’(I've IVE)의 예약 판매 공지를 올리면서 신나라레코드를 제외시켰고, 4월5일 10번째 미니앨범 ‘셀프’(SELF)를 발매하는 에이핑크, 4월12일 두 번째 미니앨범 ‘오버 더 문’(OVER THE MOON)을 발매하는 이채연 역시 신나라레코드를 판매처 목록에서 뺐다.


소속사의 판매처 공지에선 빠져있지만, 신나라레코드 홈페이지에선 정상적으로 이들의 앨범이 판매 중이다. 음반 판매는 기본적으로 유통사와 판매처의 계약 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에 사실상 소속사에선 보이콧이나 불매를 결정할 수 없는 위치다. 한 가요 관계자는 “기획사가 유통사와 계약을 하는 것처럼, 유통사 입장에선 판매처가 고객이다. 이미 고객과의 계약이 이뤄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손절’ ‘불매’를 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소속사가 판매처 목록을 공지하면서 신나라레코드를 제외한 것은, 케이팝 팬덤의 성격이 과거와는 달라진 것과 연관이 있다. 현재 케이팝 팬덤은 도덕성에 민감하다. 무조건적으로 아티스트를 옹호하던 과거와 달리 잘못에 대한 질책도 마다않고, 환경 문제 등의 이슈에도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한다.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현재 언급된 곳들 외에도 많은 소속사들이 해당 사안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케이팝 팬덤 사이에서 불매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아티스트에게 괜히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것이다. 일종의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획사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이 공지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논란이 되는 곳에서의 판매를 부추길 수 없으니 목록에서 제외하면서 해당 판매처로의 유입을 줄이는 식”이라고 말했다.


팬들은 가요 기획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반긴다. 당장 판매처를 손절할 순 없어도 작은 움직임이 모여 실제 불매 운동이 본격화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케이팝 업계 관계자는 “도덕성에 민감한 케이팝 팬들의 신나라레코드 불매 목소리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영향력이 커진다면 결국 유통사들도 변화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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