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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58] 분유값 벌려다 아이 떠나보낸 엄마…통곡의 집행유예


입력 2023.03.03 05:09 수정 2023.03.03 05:09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법조계 "가족들과 연 끊어지고 생계 책임지기 위해 발생한 일이라는 점, 재판부도 참작"

"아동학대치사 사건, 실형 판결 다수…여성단체서는 아동 살인으로 기소하고 양형 높이라는 주장"

"미혼모, 법률상 혼인 관계 아니어서 아이 아버지에게 책임 묻기 힘들어…누구인지도 몰랐던 듯"

"추후 아동학대치사 사건서 악용? 학대하면 아이 몸에 흔적, 쉽지 않을 것…정부·기관 적극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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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분유값을 벌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홀로 남겨진 생후 8개월 영아가 숨졌다. 법원은 엄마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서는 취약계층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한 사회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재판부가 참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도 촉구했다.


2일 김천지원 형사1부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30대 A 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미혼모인 A 씨는 지난해 5월 돈을 벌러 집을 나서면서 생후 8개월 B 군의 가슴 위에 쿠션을 올려놓고 젖병을 고정했다. B 군은 엄마가 집을 비운 지 2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쿠션이 얼굴을 덮어 호흡이 막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피고인은 가족들과도 연이 끊어진 상황이기에 아이를 혼자 키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위탁시설에 맡길 수도 있었으나 이런 절차에 대한 경험치도 전혀 없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아이가 사망에 이르렀지만, 피고인이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하러 나가던 중에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점을 재판부에서 참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 장윤미 변호사는 "보통 이런 사건 경우에는 실형이 나온다. 사망한 아이는 말을 할 수도 없고, 피해도 회복이 안 되기 때문이다"며 "실제 여성단체 같은 곳에서도 아동학대치사혐의가 아니라 아동 살인으로 기소하고, 양형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모성보호 관련해 미혼모에게만 양육 부담을 전가하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이의 아버지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인데, 법조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을 낮게 봤다. 미혼모 자체가 법률상 혼인 관계가 아니기에 책임을 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호암 신민영 변호사는 "피고인 사건의 경우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던 상황인 듯하다. 보통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경우에는 양육비 청구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며 "법적으로 (부부가 함께 양육하지 않는 경우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그렇기에 이 사건 피해 아동의 아버지에게 책임을 묻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아울러 신 변호사는 "이같은 범죄 특성 자체가 사회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부모들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런 분들이 걱정 없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사회적으로 고민이 필요해보인다"며 "재판부 역시 이같은 점을 고려해 판결에 반영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장윤미 변호사 역시 "미혼모라는 건 법률적으로 혼인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배우자에게 책임을 물도록 법안을 제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뿐만 아니라 이혼을 하더라도 친자식을 양육하게 될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안 주는 사람들이 다수다. 법적으로 이를 제정한다고 할지라도 현실이 개선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추후에 유사한 아동학대치사 사건에서 이번 판례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서 안 변호사는 "유사 아동학대 치사 사건에 악의적으로 이번 판례가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보통 아동을 학대하면 아이의 몸에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며 "특히 아이 신체의 발육 상태 등을 재판부에서 제출된 증거를 통해 다 확인을 할 것이다. 오히려 사연을 조작하거나 악용하는 진술을 하면 형만 높아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안 변호사는 "국가에서 양육의 책임을 오롯이 미혼모에게만 돌리는 것이 맞지 않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법원은 사법부이기에 입법을 촉구할 수는 없다"며 "그렇기에 여성가족부와 같은 국가 기관에서 이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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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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